길 가다가 1개월에 8㎏ 감량 보장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종종 보게 됩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문구입니다. 몸무게가 50㎏이든 70㎏이든 한 달에 무조건 그만큼 빼줄 수 있다는 말인가요?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문구입니다. 살찐 사람들에게 그 말은 가슴에 확 와 닿겠죠. 혹 하겠죠. 지난 몇 년 동안 받았던 온갖 수모를 한 달 만에 만회할 수 있다니! 죽을 때 죽더라도, 카드 빚에 시달리더라도, 일단 저질러보고 싶은 심정일 것입니다.


 신문과 잡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광고 역시 단연 다이어트 광고입니다.



몇 달 전만 해도 165㎝의 키에 67㎏의 몸무게를 자랑하던 뚱보 아줌마.

것저것 좋다는 다이어트에 실패한 끝에 우연히 알게 된 ‘ ⃝⃝⃝⃝ 다이어트’.

2개월 만에 18㎏을 감량 후 ‘⃝⃝⃝⃝ 다이어트 전도사’로 나선 그녀의 이유 있는 주장은?



 이런 유의 체험담과 함께 뚱보 시절 모습과 날씬해진 모습이 나란히 붙어있죠. 이것이 다이어트 광고의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선글라스를 끼고, 한 팔은 허리춤에 살짝 올리고 폼을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시면 컴퓨터로 사진 조작을 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돈 좀 있다는 회사는 여자 연예인을 섭외합니다. 실제로 그 연예인은 해당 회사의 다이어트 제품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지만, 마치 그 제품 때문에 날씬해진 양 활짝 웃으며 선전합니다. 이렇게 살이 빠진 숨은 비결은 ◯◯◯◯ 때문이에요. 친구들도 같이 예뻐지면 안 되니까 몰래 혼자 드세요!’ 
 중독될 때까지 광고를 계속 노출합니다.
 홈쇼핑을 통해 특정 다이어트 제품을 먹고 살이 빠졌다는 연예인 모습을 보기라도 하면 바로 이거다!확신을 갖죠. 곧바로 모바일, PC, 전화로 주문버튼을 힘차게 누릅니다.
 다이어트 식품 중에는 십 수 년 연구 끝에 만들었다는 한약 제품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 한약이니까, 보약이니까 안전하겠지, 유명한 ◯◯대학교에 서 만들었으니 안심해도 되겠지하며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그러나 천만의 말씀, 그것은 한약이 아닙니다. 한약은 한의학적인 원리에 
입각해 사용될 때한약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습니다. 한의학은 사람을 보지 않고는 처방이 나올 수 없는 의학입니다. 그 사람의 체질과 병증을 가리지도 않고 무조건 아무나 먹을 수 있게 한 것은 한약이 아닙니다. 이런 것을 건강식품이라 하기도 하지만, 건강을 보조하기는커녕 잘못 드시면 오히려 건강을 망칠 수 있습니다.

 제 얼굴에 침 뱉는 일이지만, 심지어 의료인이라는 사람들도 별 해괴하게 이름 붙인 이상한 다이어트법을 들고 나와, 마치 획기적인 방법이라도 발견한 양 대대적인 홍보를 합니다. 크게 한 번 터트려서 한탕 해 보려는 것인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건강보조식품에 자주 등장하는 말 중에 하나는, 천연물(天然物)로 만들었기 때문에 안전하고 부작용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그럼 천연 독버섯도 안전할까요?천연이라는 말이 결코 안전의 보증수표가 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식물 이름, 전혀 검증 되지 않은 것을 마치 다이어트에 특효가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는 광고도 부지기수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업자(?)들의 말을 믿고 수십, 수백만 원이나 하는 다이어트 식품을 사고 본다는 말인가요? 다른 것도 아니고 내 몸에 들어가는 것인데, 아무거나 먹어선 안 되겠지요.
 게다가 환불도 잘 해 주지 않는 것을요. 불만족 시 환불보장, 효과 없을시 100% 환불가능이라는 말을 순순히 믿으시면 안 됩니다.

 다이어트 식품 광고는 참으로 집요하고 교묘합니다. 이런 식품은 대부분 다단계 형식으로 판매하는데요, 인터넷을 통한 스팸 메일, 게시판 자동 등록, 그리고 허위 성공담, 소위 낚이는 글을 올려 뭣 모르는 사람들을 꼬드깁니다. 심지어 건강 상담을 하는 게시판에까지 묻어가기 식의 광고를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지긋지긋할 정도입니다.

 다이어트 식품 광고 대부분은 허위 과대광고입니다. 다이어트 식품 피해사례는 뉴스에 단골로 등장합니다. 뉴스 뿐 아니라 각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다루는 아이템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위 과대광고는 절대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법을 어기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업자들은 멈추지 않습니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들의 심리를, 바쁜 일상과 더불어 살찔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된 현대인들의 정곡을 노립니다. 그들은 적발되었을 때 낼 벌금까지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과대광고에 대한 처벌규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되어 있지만, 법원의 판결은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액수도 많아야 300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깟 벌금 내봐야 물건 몇 개 안 팔았다고 치면 그만이다. 한 번 싹 쓸고 까짓 것 내면 되지. 내면 될 거 아냐?이게 그
들의 심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허위 과대광고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스스로 건강에 대한 바른 지식으로 무장한다면 잘못된 지식의 횡포와 헛된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죠.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잘못된 지식과 방법으로 다이어트 하며 자기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것입니다. 요즘 미에 대한 잘못된 편견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 여성분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자신이 뚱뚱하다고 여기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살을 빼려고 하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대개의 다이어트 관련 상품 광고는 다시는 살이 찌지 않는다., 대 요요현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로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이 말은 그동안 요요현상 때문에 고통 받았던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짜릿한 말이 아닐 수 없죠. 하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 말을 잘 판단해 보십시오. 아무리 적절한 치료를 통해 살을 뺐더라도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살이 찌지 않게 막아줄 수는 없습니다.
 K양은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음식도 적당히 영양을 고려해서 골고루 섭취했죠. 몸에 나쁜 군것질도 일절 금했습니다. 자동차를 내팽개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며, 엘리베이터 따위는 타지도 않았습니다. 정말 훌륭한 방법으로 살을 뺀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유명하다고 하는 비만클리닉의 적절한 도움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자, 그럼 K양은 이제 살찔 염려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 것일까요? 정말 그럴까요?


 만약 K양이 옛날 생활로 돌아가 또다시 밤마다 술을 마시고, 빵으로 밥을 때우고, 아침은 굶고 점심은 폭식하고, 커피에 설탕과 크림을 듬뿍 넣어서 마신다면, 그래도 살이 찌지 않을까요?

 당연히 살이 찔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 역시 빠졌던 살이 다시 찌는 거니까 요요현상입니다. 이처럼 보통요요까지 막아주는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다시는 살이 찌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것은 명명백백한 거짓말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