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에 대해 얘기하면 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비만클리닉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설문 조사를 해 보면 일주일에 수차례씩 술 마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분명하게 말합니다. 약을 마시는 것보다 술을 안 마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이죠.

 알코올은 그 자체가 지방으로 축적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술은 살이 찌지않는다는 어설픈 추론을 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그러나 이론은 제쳐두고라도 현실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죠. 소위 술꾼이라 하는 사람들은 모두 배가 나와 있습니다. 알코올은 지방으로 전환되지 않는 데 왜 배가 나올까요?

 당질은 1g당 4㎉, 지방은 9㎉의 열량을 냅니다. 알코올은 1g당 7㎉의 에너지를 내니까 고열량 식품이지요. 그러면서도 영양가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알코올을 일컬어 텅 빈 칼로리(Empty Calorie) 식품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알코올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그것도 에너지원으로 설쳐댑니다. 그러면 알코올에 밀려서 사용되지 못한 다른 에너지원은 남아돌게 됩니다. 남는건 어디로 갈까요? 에너지 저장 창고인 지방 조직으로 가서 쌓입니다. 그러므로 알코올은 그 자체가 살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성분이 살이 되도록 하는 셈이죠. 술을 마실 때는 많은 안주를 함께 먹게 될 뿐만 아니라 보통 저녁에 마시지 않습니까.
 물론 술은 적당히, 적절히 먹으면 삶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칫 조금만 중독돼도 사람을 방탕으로 끌고 갈 수 있지요. 과음했을 때는 지방간, 간경변 등 질병을 낳기도 합니다. 특히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은, 술은 서너 잔만 마셔도 밥 한 공기만큼의 칼로리를 가진 대표적인 고열량 음식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퇴보를 위한 진보


 지금까지 살이 찌는 주된 이유를먹는 것에서 살펴보았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이 있다면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적절한 양만 먹더라도 전혀 소비하지 않는다면 남는 에너지는 많아지게 마련이죠.

 비만 때문에 고혈압과 당뇨가 생겼던 모 기업 부장 김 모 씨(48세). 그의 팔 다리는 비교적 가늘지만 배는 불룩하게 나와 있었습니다. 김 모 씨의 아내는 복부비만이 각종 성인병의 근원이라는 것을 알고 남편을 억지로 끌고 온듯했습니다.

 그는 아파트 13층에 살고 있었는데 하루 일과는 이러했습니다.


출근할 때 현관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세 발자국 정도 걷습니다. 주차장까지 
30보, 차를 타고 페달 밟느라고 발을 좀 까딱까딱합니다. 회사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약 30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사무실 책상까지 30보 정도 걷습니다. 회사 지하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갑니다. 가끔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합니다. 퇴근할 때에는 아침에 출근했을 때의 과정을 그대로 되돌아갑니다.


이 경우 그냥 2,000㎉정도만 먹어도 살이 찔 수 있습니다. 그저 살아 숨 쉬는 데만 에너지를 쓸 뿐 거의 움직임이 없기 때문입니다.

 직장에 들어간 뒤로 살이 쪘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에게 왜 그럴까요?라고 물으면 보통 이렇게 대답합니다.회식 자리도 많고…….하지만 회식보다 더 큰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비만클리닉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직업을 보면 디자이너들이 많습니다. 편집 디자이너, 웹 디자이너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들도 꽤 됩니다. 이들은 자리에 앉으면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옴짝달싹하지 않습니다. 종일 하는 일이란 모니터를 노려보며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는 일입니다. 꼭 이런 일이 아니라도 하루 내내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은 살이 찔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이 온통 자동화되는 바람에 사람들이 본의 아니게 게을러지고 있습니다. 창문도 리모컨으로 닫고, 형광등도 리모컨으로 끄는 세상입니다. 쇼핑도 인터넷으로 하고 계단이 텅텅 비었는데도 줄 서서 에스컬레이터를 타지요. 스트레스 때문에 살이 찐다는 사람들도 참 많습니다. 물론 스트레스는 그 자체만으로 살이 찌기도 합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뭔가 꽉 막히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지고 몸이 붓고, 으, 쌓인다 쌓여.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쌓이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옵니다. 기(氣)가 쌓이고, 물과 지방이 쌓이고, 몸에서 발산이 일어나지 않고 꾹꾹 뭉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살이 쪘다고 말할 때 앞뒤를 잘 분별해야 합니다.
 스트레스는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먹는 것으로 풀기 때문에 살찌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스트레스는 그저 자극일 뿐입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 자극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인 자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하기보다 그것을 건강한 방법으로 푸는 나름의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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