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이라는 말만큼 애매한 말도 없습니다. 한의사인 제게 제 체질이 뭔가요?라고 물어볼 때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은 사상 체질(四象體質)에 관한 것입니다.
 요즘은 체질과 사상 체질이 거의 동의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사상 체질이라는 것은 체질을 설명하는 방법 중 한 가지일 뿐입니다. 동서양에서는 사람들의 다양한 체질을 몇 가지 형태로 귀납해 보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사상 의학에서 설명하는 네 가지 체질 분류는 뛰어난 방법론임이 분명하지만 그것이 모든 체질을 정확히 네 가지로 귀납시켜 설명할 수 있는 절대 진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체질이라는 말은 특정한 고유명사가 아닙니다. 말뜻 그대로 몸 안에 나타나는 다양한 성질을 모두 포괄해서 일컬을 수 있는, 대단히 광범위한 의미를 갖습니다.체질은 결코 변하지 않는, 타고나는 것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을 받아들이기 전에 이 말을 한 사람이 내리는 체질의 정의가 무엇인가를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체질을 어떻게 정의 하느냐에 따라 그 말은 맞는 말일 수도, 틀린 말일 수도 있습니다.

 몸의 성질 중에는 늙어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가 하면 살아가면서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도 있습니다.

 체질을 단순히 몸의 성질로만 정의한다면 체질은 변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태어난 뒤 환경에 따라 그 성질이 변하기도 합니다. 물론 체질 중에는 타고나는 성질도 있죠. 예를 들어 눈동자의 색깔, 혈액형, 이런 것 역시 체질 중의 한 가지입니다. 이것은 늙어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심장이 약한 것도 체질이라면 이런 종류의 체질은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심장은 튼튼해질 수 있으니까요. 비만인들에게 설문 조사를 하다 보면 어릴 때부터 뚱뚱했다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엄마 아빠의 비만 체질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경우도 있고, 가족의 식사 습관 때문에 살이 찐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부모 중 한쪽이 비만일 경우 그 자녀가 비만일 확률은 40%, 부모 모두
가 비만일 경우 자녀도 비만이 될 확률이 80% 정도 된다고 합니다. 부모의 코와 눈을 닮는 것처럼 체형과 체질도 닮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그냥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저 뚱뚱하게 사는 것이 자신의 타고난 팔자라고 생각하지는 맙시다.
 체질 중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부분이 있는 반면,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비만 체질이란 환경과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애당초 마른 체질로 타고난 사람보다 좀 불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불리한 것과 불가능한 것은 다릅니다.
 자신이 비만 체질을 타고났다고 너무 억울해하거나 답답해하지 말고 생각을 밝게 해 봅시다. 여러분 안에는 또 다른 훌륭한 체질과 유산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것을 발견하고 기뻐하면 됩니다. 인정할 것을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마음이 편해지면 몸 다스리기도 훨씬 쉽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에는 말랐는데 어떠한 시기를 지나면서 살이 쪘다는 사람들이 많죠. 고3 때부터,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결혼하고 나서, 아기 낳고 나서, 어떤 병을 앓고 난 이후 등등. 물론 그러한 시기에 다소 많이 먹고, 움직임이 적었기 때문에 살이 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다시 정신을 차리고 사는데도 도무지 예전처럼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뭔가 변한 것입니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살찌는 체질을 타고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시기
를 지나면서 몸의 성질이 변한 것이죠. 몸이 가진 성질이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듯 비만 체질은 선천적으로 타고나기도 하고, 후천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비만 체질이란 몸 안에 어떤 성질을 담고 있는 걸까요?

첫째, 인생의 어느 시기에 갑자기 살이 찌는 바람에 지방 주머니가 몸속에 많아진 사람.


둘째, 몸속 운동, 즉 신진대사가 저하된 사람.

셋째, 기화(氣化)보다는 형화(形化)기능이 더 발달된 사람.

넷째, 비만 기질을 가진 사람.

이제부터 차근차근 이 비만 체질에 대해 풀어가 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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