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문화에 따라 외모에 대한 기준은 바뀌지만 건강의 기준은 바뀌지 않습니다. 나침반을 어디에 놓건 간에 항상 바늘이 지구의 극점을 가리키듯 건강의 기준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여성들이 원하는 미의 기준이 건강의 기준과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대한민국 여성이 가장 희망하는 몸무게는 48㎏이라고 합니다. 키를 불문하고 체중계에 50이라는 숫자가 찍히는 것을 부끄러워합니다. 49㎏은 왠지 턱걸이에 걸린 것 같아서 기분 나쁘고, 48㎏이어야 안정감을 느낀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는 적정 체중이 있습니다. 키가 160㎝가 넘으면 몸무게도 50㎏이 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겁니다. 그런데 자기의 키가 얼마인지는 생각지도 않고 그저 저울 눈금이 얼마를 가리키는가에 따라 자신의 비만 정도를 평가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처사입니다. 


 비만이란 무엇입니까? 저울 눈금이 한 바퀴 돌아가면 비만인가요? 농구선수 서장훈은 자그마치 115㎏일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비만이 아니지요. 그의 키는 2m가 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뚱뚱함의 척도로 삼는 것은 체중계가 가리키는 눈금입니다. 그러나 이건 몸의 상태를 알려주는 부분적인 척도일 뿐입니다. 비만이란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체중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밥 먹기 전과 후가 다르며, 화장실에 가기 전과 후가 다르죠. 그러므로 체중이 늘었다고 살이 찐 것이 아니며 체중이 줄었다고 살이 빠진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이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의학적으로 적당한 몸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합니다.

 의학적으로 비만이란 몸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성분은 수분, 단백질, 무기질, 그리고 지방으로 사람의 몸은 이 네 가지 요소가 균형 있게 구성되어 있을 때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지방은 대부분 중성지방의 형태로 존재하면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땔감이나 호르몬을 만들어 내는 원료로 사용되고, 체온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지방이 너무 많아지면 문제가 됩니다. 몸에 지방질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이것이 혈액 속으로 스며들어가 고지혈증을 유발하고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 중풍, 심장병과 같은 각종 성인병의 위험인자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의학에서 비만을 문제 삼을 때는 몸에 지방이 얼마나 많이 쌓여 있는가에 주목합니다.

 어느 날 같은 학과 여학생 두 명이 살 좀 빼달라며 저를 찾아왔습니다. 겉보기에는 순미(가명)가 영경이(가명)보다 더 뚱뚱해 보였죠. 둘은 체성분분석검사를 받았고,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체중이 공개되었습니다. 그런데 뚱뚱해 보이던 순미가 오히려 영경이보다 체중이 덜 나갔습니다. 영경이는 순미가 자신보다 체중이 적게 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시무룩해졌고, 순미는 영경이가 자신보다 체중이 더 나간다며 좋아했습니다. 즉 영경이는 보기보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였고, 순미는 보기보다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경우였죠.
 그러나 정작 좋아해야 할 사람은 영경이입니다. 영경이는 지방보다는 근육이 많고 뼈가 튼튼해서 몸이 탱탱한 경우였으니까요. 반대로 순미는 근육보다는 지방이 많아서 몸이 부풀어 보이는 경우였습니다. 지방은 무게가 별로 나가지 않지만 부피를 많이 차지합니다. 삼겹살의 비계와 살코기(근육)를 같은 크기로 잘라 각각 물 위에 담갔을 때 하얀 비곗살이 물에 동동 뜨고, 살코기는 물에 가라앉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어차피 사람들 눈에 저울이 달려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보기에 어떤가만 평가될 뿐입니다. 그렇기에 영경이는 자신의 체중을 속여서 낮게 말해도 남들이 믿어주지만, 순미는 체중을 사실대로 말해도 사람들은 에이, 그럴 리가 없어.라며 믿어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비만의 판단 기준은 몸에 지방이 얼마나 많이 쌓여 있느냐입니다. 몸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을 체지방률이라고 하는데요. 남자는 체지방률이 15~18% 정도, 여자는 20~25% 정도가 보통입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남자는 25% 이상, 여자는 30% 이상일 경우를 비만으로 판정합니다. 그런데 체지방률은 눈대중만으로는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체성분분석기가 있는 의료기관에서 측정을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죠. 그렇지만 집에서도 자와 저울을 이용하여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잰 후 대략 비만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그 방법으로는 신체질량지수와 표준체중에 따른 비만도 측정이 있습니다.


체질량지수란 무엇인가


체질량지수(BMI:Body Mass Index)는 체중과 신장만으로 측정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신장이 160㎝이고 체중이 70㎏인 사람의 신체질량지수는, 70÷(1.6)2=27.3이 됩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이 수치가 25~29.9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서구 사람들의 기준입니다. 아시아인과 서구인은 외모가 다른 것처럼 몸의 모양도 다릅니다.

 비만도는 보기에 어떠하냐는 시각적인 관점에서 판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학에서 비만을 다루는 이유는 그것이 각종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범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시아 사람들은 서구 사람들보다 BMI가 더 낮지만 성인병은 더 많
이 발생한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즉 아시아인들에게는 BMI의 기준이 하향 조정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아시아인들은 BMI25를 넘어설 때에도 비만이라고 판정합니다.


■ BMI의 오류


 그러나 BMI는 어디까지나 참고치일 뿐입니다. BMI를 구할 때 사용되는 수치는 키와 체중밖에 없습니다. 근육의 양, 지방의 양, 뼈의 무게, 신체의 구조 등에 관한 것은 전혀 반영되지 않습니다. BMI 수치로 사람을 평가하면 키가 큰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뚱뚱한 수치가 나오고, 키가 작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날씬한 수치가 나온답니다.
 역도 선수, 씨름 선수 같은 사람들은 BMI 수치가 25 이상 나올지라도 비만에 해당되지 않고, 건강에도 별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냐면 지방보다는 근육이 더 발달했고, 운동으로 인해 골밀도가 높아져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부피의 사람보다 무게가 더 나간다는 것은 그만큼 단단하고 건강하다는 뜻이지요.
 근육이 크고, 뼈가 굵고 치밀한 사람들은 체중이 더 나갑니다. 그러므로 신진대사도 왕성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훨씬 크지요. 반면 근육이 적고, 뼈가 가느다란 사람들은 신진대사가 저하되어 있고, 신경이 예민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합니다. 설령 표준체중 범위에 있더라도 몸의 모양새가이러면 전자에 비해 건강에 훨씬 더 취약한 것이랍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몸매와 건강을 생각할 때 오직 체중만 생각하지 마시고, 근육이 얼마나 균형 있게 발달하였는지, 뱃살이 너무 나오지는 않았는지, 뼈는 튼튼한지 등을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표준체중이란 무엇인가


 신장과 체중으로 비만의 정도를 평가해 보는 또 한 가지 간단한 방법으로 브로카 공식이 있는데 이것을 아시아인에 맞게 조금 변형했습니다.

 이 공식에 의하면 신장이 160㎝일 경우, 160에서 100을 뺀 60에다 0.9를 곱54㎏이 표준체중입니다. 그런데 이 방법을 사용하면 키가 작은 사람은 표준체중이 낮게 나오고, 키가 큰 사람은 표준체중이 높게 나오게 되죠. 그러므로 여기서 나오는 표준 체중이 만고불변의 절대적인 표준체중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참고하자는 말입니다.


 다만 자신의 실제 체중이 표준체중을 얼마나 초과하고 있는지의 비율을 구하면 비만도를 알 수 있습니다.
 즉 현재 자신의 체중과 표준체중과의 차이를 표준체중으로 나누어 100을 곱하면 몇 %가 초과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 비만도 계산하기

 일반적으로 표준체중에서 10% 내외를 정상범위라고 보며, 10% 이상일 때를 과체중이라 하고, 20%를 초과할 때 비만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키160㎝인 경우 표준체중이 54㎏인데 만약 체중이 70㎏이라면 비만도는 29.6%가 됩니다. 이 정도면 비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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