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다이어트만 없었어도…….
 직장여성 미진(가명, 27세)이는 비통한 어조로 입을 열었습니다. 그녀는 고시절 내내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살면서 엉덩이가 뚱뚱한엉뚱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대학 입학 당시, 키 165㎝에 체중 60㎏. 어른들은 그런 미진이를 두고 복스럽다고 얘기했지만 또래의 남학생들은 떡대가 장난이 아니라며 히죽거렸습니다. 미진이는 그런 비웃음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늘 털털하게 웃어줬지만 속이야 어디 그랬을까요. 확확 달아오르다 못해 아예 새까맣게 타
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해 여름, 그녀는 독한 마음을 먹습니다. 방학 동안 살을 빼서 개강할 때는 놀랍게 변신하리라 생각한 것이죠. 녀석들 앞에 당당히 서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드디어 방학이 시작되고 그녀는 두 달 동안 외롭고 긴 전쟁에 돌입합니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끊고, 오직 다이어트에만 집중합니다. 밥을 먹지 않는 것은 물론, 배고픔을 견디기 정 어려울 때는 토마토나 오이로 허기를 달랬습니다. 그러면서도 하루에 두 시간씩 스포츠 센터에서 시간을 보내며 살과 씨름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정말 죽음을 각오한 투쟁과도 같았고, 그로 인한 고통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죠. 그러나 헐렁해지는 바지가 주는 쾌감은 그 어떤 고통도 극복할 수 있게 했습니다.
 마침내 미진이는 48㎏의 몸매를 만들어냅니다. 새학기는 정말 모든 게 새롭게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남자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미진이를 배려해 주었습니다. 여자로 대접받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습니다. 이전까지 남자란 친절과 거리가 먼 존재인 줄만 알았는데, 이제 그들이 제법 친절할 뿐만 아니라 웃음과 애교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모든 게 48㎏이라는 몸무게가 그녀에게 가져다 준 행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48㎏이라는 수치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유지할 수 있는 몸무게가 아니라, 과도한 다이어트와 비정상적인 생활 속에서나 유지할 수 
있는 몸무게였다는 사실을 미진이는 미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살을 빼려고 마음먹은 것은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녀가 선택한 방법에 있었죠. 그 방법이라는 것이 다름 아닌꾹 참고 버티기였기 때문입니다. 방학 중과 학기 중은 다른 현실 었습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더 이상 방학 때처럼 철저하게 안 먹을 수 없었습니다. 안 먹는다는 것은 곧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다는 의미인데, 다이어트를 위해서 친구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패스트푸드, 라면, 빵, 맥주, 아이스크림, 떡볶이, 팥빙수 등을 먹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또 먹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어 먹다보니 그녀의 체중은 다시 50㎏을 넘어 60㎏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48㎏의 행복을 잃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맛있는 것을 먹고도 몸이 부을까, 체중이 늘까 하는 조바심에 이내 기분이 나빠졌고, 참을성 없는 자신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던졌습니다. 60㎏의 불행48㎏의 행복 사이에서 그녀는 천국과 지옥을 몇 번이나 오갔습니다.
 48㎏의 첫경험은 그녀를 유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꽃다운 스무 살, 그 이후로 그녀는 오락가락하는 체중을 잡기 위해 틈틈이
이벤트를 감행했습니다. 항간에 떠도는 각종 다이어트 법을 실행하며 다이어트 식품도 먹었죠.
 때로는 비만관리 업소를 찾기도 하고 단식을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쪘다, 빠졌다를 반복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살 빼기에 쏟아 부은 돈도 몇 백만 원이 넘었습니다. 꽃다운 시절인 20대의 대부분을 다이어트에 쏟아부은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공부에 집중할 수도, 자기계발에 힘쓸 수도 없었습니다. 인간관계도 깊이 맺을 수 없었고, 자신 있게 연애 한번 못했죠. 인생의 황금기인 20대를

온통 다이어트로 얼룩지게 만들면서 어느새 20대 후반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30㎏이나 살을 뺀 사람을 종종 만나곤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빼기만한 것이 아니라 다시 찌기도 했습니다. 2㎏을 빼고 다시 3㎏ 찌고, 4㎏을 빼고 다시 5㎏ 찌고. 이런 식으로 반복하면서 뺀 것을 합산하면 30㎏, 더 늘어난 것을 합산하면 40㎏. 결국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보다 10㎏이 찐 상황이 됩니다. 이처럼 날마다 다이어트를 하지만 빠지기는커녕, 살이 점점 더 찐다면 여러분은 이미 다이어트의 늪에 빠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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