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살을 빼려면 운동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운동만으로 살이 빠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한 남자는 매일 아침 조깅을 하고 주말마다 등산까지 하는데 왜 살이 안 빠지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합니다. 이것 저것 캐물어 봤더니, 아침 조깅 후, 잼을 듬뿍 바른 식빵 그리고 우유 500㎖ 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아니면 마가린이 깊숙이 스며든 식빵에 달걀 프라이를 넣고 설탕까지 쳐서 먹는다고 합니다. 주말에 등산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는 삼겹살에 소주 마시는 맛이 일품이라고 하니, 이 정도면 살찌는 이유가 충분하고도 남았습니다.
 반면에 여자들은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살 빼려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간단해요. 안 먹으면 돼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눈앞이 캄캄해질 때까지 안 먹으면 돼요. 그게 가장 확실하잖아요. 살 빼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빼는 거예요. 세 끼 다 먹으면서 어떻게 살을 빼요. 운동을 하라고요? 운동을 하면 지방이 근육으로 변해서 몸이 울퉁 불퉁해진다구요.


 의료기관에서도 남들 먹는 만큼 다 먹으면서 어떻게 살을 뺄 수 있겠냐며 한 끼에 밥을 한두 숟가락만 먹으라고 가르치는 곳도 있습니다. 병원에 입원까지 시키고 단식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저는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의료 행태가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또 한약재로 된 건강식품을 팔면서 여기엔 보약재가 들어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걸 먹으면 밥을 안 먹어도 버틸 수 있다는 소리를 합니다. 걱정일랑 말고 눈 딱 감고 굶으라고 하는 거죠. 어떤 단식원에서는 한약을 주면서 단식이 갖는 치명적인 결점을 한약으로 보완해 보려는 어설픈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이름하여 한방 단식.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한약은 말 그대로 약일 뿐 결코 식사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한약에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들이 골고루 담겨져 있으리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무기질,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골고루 필요하듯,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도 균형 잡힌 영양섭취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굶으면 누구나 어느 정도 살이 빠집니다. 그러나 이것은 덫입니다. 악마의 속임수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비참한 파노라마를 생각하면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나중에 말하겠지만 살이 찌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그 여러 가지 원인을 없앨 생각은 하지 않고 오직 굶으면서 살을 빼려고 한다면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입니다. 이것만큼 허망한 방법도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식사량을 줄이면 분명히 체중이 줄어듭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잠깐입니다. 결코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합니다. 반드시 요요현상이 생깁니다. 굶는 다이어트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욱 많습니다.



지방은 안 빠지고 근육만 빠진다


 건강에 해를 미치는 것은 남아도는 지방이지 근육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살빼기를 시도할 때 그 목표는 체중을 줄이는 게 아니라 몸에서 남아도는 지방을 빼는 것에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극도로 적게 먹거나 굶으면 지방은 빠지지 않고 근육만 빠집니다. 아무리 꼼짝 않고 누워만 있더라도 사람이 살아나가고 힘을 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땔감이 있습니다.
 땔감은 주로 음식을 통해서 공급되는데, 필수적인 양보다 적게 들어오면 
몸은 그것에 적응하기 위해 씀씀이를 줄이거나 저축해 두었던 것을 꺼내씁니다.

 우리 몸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모두 저축해 두는데 각기 그 성질이 조금씩 다릅니다.

 탄수화물은 현금 인출기처럼 쉽게 꺼내 쓸 수 있는 땔감이지만, 단백질은 본인 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할 정도로 좀 까다로운 땔감입니다. 지방은 깨기에는 너무 아까운 적금과 같은 땔감으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최후의 보루죠. 그러므로 굶으면 원하는 지방은 빠지지 않고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먼저 분해됩니다. 애꿎은 근육만 줄어드는 것이죠. 또 이 과정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피부는 쪼글쪼글해지고 초췌해집니다.

 근육은 을 내는 곳입니다. 먹은 것이 으로 만들어져 사용되는 장소입니다. 이 근육을 야위게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근육이 부족해져 입으로 들어간 음식은 사용될 곳이 없어서 방황하다가 지방으로 축적됩니다. 이 경우 살 빼려다가 지방은 그대로 놔두고 근육만 쭉 빼는 겁니다. 결국 살찌는 체질로 변하는 비극을 맞게 되는 거지요.
 비만클리닉에서는 기초적인 진찰과 검사의 과정에서 체성분분석검사라는 것을 합니다. 수분, 단백질, 지방, 무기질 같은 성분들이 몸에서 어느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검사해 보는 거죠. 이 결과 지방의 비율이 
30%가 넘으면 비만입니다. 그런데 체중은 별로 많이 나가지도 않으면서 비만증에 걸린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신체 구성성분 중에 근육의 비율은 상당히 낮습니다. 그러면서 지방의 비율이 30%를 넘습니다.
 이런 경우를 마른 비만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체중이 덜 나가지만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쉽게 살이 찌는 체질입니다. 어쩌다가 이런 상태가 됐을까요? 마른 비만 환자들은 과거에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 한다고 제대로 식사를 하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체중을 줄이는 목적이 뭘까요?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닌가요? 남아도는 지방이 고지혈증, 고혈압, 지방간,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등 다양한 성인병을 유발하니까 그것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살자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지방은 줄지 않고 근육만 줄어들면 이 얼마나 큰 비극입니까. 아니라고요?
 일단 몸무게만 줄면 괜찮다고요? 건강은 필요 없다고요? 젊은 사람들은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그저 날씬하고 매력적인 몸매를 위해 살만 빼면된다고요?
 하지만 굶으면서 살을 빼면 그것조차 한낱 희망사항에 불과할 뿐입니다. 근육만 빠지고 지방은 그대로 있는 마른 비만의 경우, 물컹물컹한 지방살이라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그저 몸무게만 덜 나갈 뿐이지 매끈하게 쭉 빠져 보이지 않습니다.


살찌는 체질로 변한다

 간혹 음식을 많이 먹지 말라니까 조금 먹는 것은 죽어도 못하겠다. 차라리 굶겠다.는 이들이 있습니다. 또 속세에서는 도저히 유혹을 견딜 수 없어 단식원에 들어가는 이도 있죠. 그러나 단식원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오면 이내 요요현상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그저 무작정 굶기 다이어트를 하면 요요현상은 100% 일어납니다. 그것도 예전보다 더 살이 찌는악성요요로 말입니다. 절대 예외는 없습니다. 굶어서 살이 빠지는 것은 바람이 불면 휙 날아가 버리거나 꺼져 버리는 거품입니다. 우리 몸속에서는 생존에 필요한 활동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 기초대사라고 하죠. 심장이 뛰고, 숨을 쉬고, 혈액이 돌아가는 일. 영양소가 소화·흡수·배설되는 등 몸속 활동을 말하는 것입니다.
 기초대사량을 살림살이에 비유하자면 최저생계비에 해당합니다. 남편 월급이 20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줄면 현명한 아내는 긴축 재정을 위해 외식과 쇼핑을 줄이죠. 또 물과 전기도 아껴 쓰고요.
 우리 몸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2,000㎉씩 공급되던 에너지가 어느 날부터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몸도 그것에 적응해서 에너지 씀씀이를 줄입니다.
 우리 몸속에 있는 오장육부, 기관, 조직 세포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 났다. 수입이 줄었다.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라고 소리치면서 최소한의 에너지만을 사용합니다.

 펑펑 펌프질을 하던 심장이 퐁퐁 펌프질을 합니다. 위장, 소장, 대장 등 소화관의 움직임이 줄어들어 소화가 잘 안 됩니다. 무기력해지고 변비도 생깁니다. 쑥쑥 자라던 머리카락도 더 이상 자라지 않습니다. 여성의 경우 배란이나 생리는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중단됩니다.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도 사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그냥 푸석푸석한 채로 놔두게 됩니다.
 이런 현상들은 체중과 함께 기초대사량이 줄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초대사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굶기를 중단하고 다시 예전처럼 먹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소비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섭취량이 늘면 에너지가 남아돌게 되죠. 결국 예전보다 더욱더 살이 찌게 되는 겁니다. 살찌는 체질은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물만 먹어도 살찐다, 남들과 똑같이 먹어도 살이 더 찐다고 호소하는 사
람들은 과거에 굶기를 했던 사람들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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