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다이어트 중에는 밥 대신 먹는 생식, 선식과 같은 가루제품 다이어트가 있습니다. 방문판매나 네트워크 영업 방식으로도 많이 판매되고 있지요. 생식이라 하면 일회용 봉투에 들어 있는 생식제품을 떠올리죠. 그러나 생식과 생식제품은 다릅니다. 생식이란 곡식, 야채, 과일을 조리하지 않고 그냥 먹는 것을 말합니다. 열을 가해서 조리를 하다 보면 비타민과 무기질 같은 영양소가 손실될 수 있기 때문에 날로 먹자는 말이지요. 참 좋은 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식의 긍정적인 면이 바른 식생활 운동으로 이어지면 좋으련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현대인이 정신없이 살아가면서 각종 곡식, 야채, 과일을 골고루 챙겨 먹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생식제품이 등장했죠. 그런데 생식제품이 식사를 대신하게 된 것은 심 히 유감스럽습니다. 생식제품은 보통 가정에서 대충 먹는 식사로는 부족한 영양성분을 보충해 주는 정도로 활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밥상을 다 밀어 젖히고 그 자리를 독차지해서는 안 됩니다. 생식으로 다이어트 하라는 말은 무엇일까요? 밥 대신 생식가루를 물에 타서 먹으라는 것입니다. 이게 참, 사람 잡는 방법입니다.


 생식 한 봉지는 100~200㎉정도입니다. 한 봉지 걸쭉하게 타 먹으면 뭔가 몸에 좋은 거 먹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그러나 몸은 편하지 않죠. 생식만으로 세 끼를 해결하고자 하면 이것은 거의 단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에 한 끼든 두 끼든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다이어트 법이 될 수 없습니다. 가장 좋은 다이어트는 자신의 식습관과 식사 내용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생식 다이어트는 기존의 다이어트 식품들이 흔하게 제시하는 방법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루로 먹는 식사대용식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물에 타서 꿀꺽꿀꺽 삼킵니다. 앞니, 어금니, 송곳니가 있는 성인이 유동식을 먹는다는 것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것이죠. 유아들은 치아가 없기 때문에 젖을 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치아가 날 때부터는 이유식을 먹습니다. 이유(離乳)란 젖을 뗀다는 말입니다. 돌쯤 되면 윗니 아랫니가 네 개씩 나고, 두 돌쯤 되면 이가 거의 다 납니다. 그때부터는 음식을 씹어 먹으라는 말입니다. 음식을 씹어야 두뇌의 발달이 왕성해지고, 침이 분비되어 소화력이 좋아집니다. 이것은 자연의 섭리죠. 성인이 유동식으로 식사할 때는 몸이 아파 씹을 기운도 없을 때, 아니면 급체 등으로 소화력이 많이 떨어졌을 때입니다. 그렇지도 않은데 유동식을 먹으면 몸에 몇 가 지 이상이 생깁니다.
 첫째, 위장의 기능이 저하됩니다. 위장의 임무는 음식물을 반죽하는 것인데 반죽할 거리도 없는 음식으로만 배가 채워지면 위장의 활동량은 줄어들죠. 팔다리를 오래 안 쓰면 가늘어지듯이 위장의 근육도 점점 약해져서 반죽 능력이 없어집니다. 그렇게 길들여진 위장은 정상적인 식사로 돌아왔을 때 제 기능을 못해 소화 장애를 유발하는 겁니다.
 둘째, 씹지 않으면 두뇌 회전이 떨어집니다. 치아가 다 빠진 노인은 치매가 오기 쉽습니다. 씹지 않기 때문이죠. 치아를 딱딱 부딪치면 뇌의 기능이 활성화되고 뇌혈류가 왕성해집니다. 그런데 씹지 않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면 어찌 되겠습니까.
 셋째, 음식 고유의 맛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음식은 고유의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맛은 인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요. 한의학에서는 맛을 다섯 가지로 분류해서 산고감신함(酸苦甘辛鹹), 즉 오미(五味)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매운맛은 몸을 확 달아오르게 만들면서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줍니다. 신맛은 몸이 과도하게 발산되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하고요. 그런데 그런 맛을 느끼기도 전에 목구멍으로 넘긴다면 혀가 맛을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음식의 역할이 제대로 발휘될 리가 없겠죠. 생식이건, 선식이건, 다이어트 식품이건, 밥상을 밀어제치고 대신 먹으라는 것은 굶기 다이어트와 다름이 없습니다. 앞서 말한 굶기 다이어트의 허망함과 부작용을 다시 한번 상기하세요.



덴마크 다이어트


덴마크 다이어트는 2주 동안 특정한 식단으로 살을 빼는 집중 프로그램입니다. 덴마크의 어떤 국립병원에서 시행하는 방법이라고 해서 덴마크 다이어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국립병원에서 이것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은 유언비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덴마크 다이어트의 방법은 이렇습니다.


첫째 날 : 아침은 삶은 달걀 3개, 자몽 1개, 토스트 1장, 연한 블랙커피 1
잔. 점심은 삶은 달걀 3개, 토스트 1장, 연한 블랙커피 1잔. 저녁은 삶은 달
걀 3개와 야채 샐러드. 야채는 오이, 인삼, 샐러리 등이며 드레싱은 식초로
만든다.
둘째 날 : 아침은 삶은 달걀 1개, 자몽 1개, 연한 블랙커피 1잔. 점심은 삶
은 달걀 2개, 자몽 1개, 토스트 1개 그리고 연한 블랙커피 1잔. 저녁은 쇠고
기 스테이크, 토마토 1개, 샐러리, 식초를 가미한 야채, 그리고 연한 블랙커
피 1잔.


(중략)


일곱째 날 : 아침은 삶은 달걀 2개, 자몽 1개, 연한 블랙커피 1잔. 점심은
삶은 닭고기(차게 식혀서), 토마토 1개, 자몽 1개, 연한 블랙커피 1잔. 저녁은
야채수프(토마토, 당근, 양파, 양상추), 닭다리 1조각(차게 식혀서), 토마토 1개, 익
힌 양배추, 샐러리, 자몽 1개, 연한 블랙커피 1잔.



 과연 이렇게 2주 동안 먹을 수 있을까요? 왜 하필 오렌지도 아니고, 레몬도 아니고, 제주 감귤도 아니고 자몽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 이 다이어트를 할 때 커피는 블랙으로 먹어야 하고, 어떤 요리든 절대 소금이 들어가서는 안 되고, 고기는 양념하지 않고 그냥 구워 먹어야 하고, 샐러드에는 드레싱을 뿌려도 안 되죠. 아마 보통의 한국 사람이라면 미쳐버릴지도 모릅니다.
 재밌는 건 철저하게 이 식단대로 해야지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소용이 없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무슨 마법의 약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효력이 없어진다니!
 자, 이대로 2주 동안 잘 버텨서 결국 살이 5㎏ 빠졌다고 합시다. 그동안 망가진 몸은 어찌할까요?
 이 방법의 요체라 하는 것은 달걀과 자몽이 빚어내는 뭔지 모를 화학작용, 그리고 탄수화물 안 먹기라고 합니다. 그러면 지방이 줄어든다는 것인데 물론 지방이 조금은 감소할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빠지는 것은 주로 수분과 근육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즉 몸을 축내는 황당 다이어트계의 수장인 셈이죠.
 덴마크 다이어트에 대한 질문을 꽤 많이 받습니다. 이때마다 저는 한마디로 미친 짓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이 방법대로 하면 달걀과 자몽이 몸속에서 묘한 짬뽕을 이루면서 뭔지 모를 화학작용을 일으켜 살이 빠진다고요? 심
지어 체질이 변해서 탄수화물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니요? 정말 체질이 그렇게 바뀌면 바보가 되거나, 아니면 그 전에 죽게 될 겁니다. 탄수화물이 없으면 뇌가 전혀 활동을 할 수 없고, 급기야 인체는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 다이어트 법은 남에게도 해를 주는 못된 다이어트입니다. 달걀방귀의 위력을 아십니까?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죠.



황제 다이어트


미국의 닥터 애트킨스(Atkins)가 고안했기 때문에 애트킨스 다이어트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다이어트 법이 황제 다이어트라고 불리게 된 것은 국내 최고 재벌 그룹의 회장이 이 방법으로 체중을 좀 줄였다는 사실이 알려진 덕분입니다. 역시 돈 많은 사람이라 황제처럼 다이어트를 하구나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끼니마다 먹고 싶은 만큼 육류와 생선을 먹습니다. 야채는 상추, 오이, 무만 먹습니다. 버터, 치즈, 기름은 탄수화물이 없으므로 먹어도 좋고, 과일은 수박 한두 조각과 레몬주스 외에는 먹지 않습니다. 설탕 외의 조미료와 식초,마요네즈, 소금은 먹어도 무방하며 물, 차, 커피(가능하면 카페인 없는 음료)는 
마셔도 됩니다. 처음 2주간은 허용된 식품 이외에는 먹지 않되, 비타민 C의 부족을 채워주기 위해 비타민제를 먹습니다.


먹을 수 있는 식품의 예 : 육류(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 오리고
기), 모든 생선, 새우, 게, 가재, 달걀, 두부, 야채(상추, 오이, 무, 호박, 시금치,
피망, 토마토), 버터, 치즈, 기름, 지방, 양념(조미료, 식초, 마요네즈, 소금), 음
료수(물, 차, 커피, 적포도주, 소주, 위스키)

먹어서는 안 되는 식품의 예 : 밥, 밀가루 음식(우동, 라면, 빵, 케이크), 전
분이 들어간 음식(대부분 중국요리), 감자, 고구마, 당근, 마늘, 양파, 대추,
김, 미역, 다시마, 과일 통조림, 밤, 감, 건포도, 바나나, 사과, 배, 포도, 귤, 땅
콩, 초콜릿, 옥수수기름, 설탕, 꿀, 잼, 매실주, 맥주, 청주 등

이 방법은 다이어트계의 고수들만 감행할 수 있는 방법인데 보통 사람은 3일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앞서 말한 덴마크 다이어트를 한 사람들은 그래도 간혹 만나봤지만 황제 다이어트를 꾸준히 실천했다는 사람은 좀처럼 만나기 어렵죠.

그 이유는 첫째, 돈이 많이 듭니다. 둘째, 김치 없이는 못 사는 한민족으로서 고추장이나 김치가 먹고 싶어서 도저히 견딜 수 없습니다. 셋째, 사회생활을 딱 끊고 도 닦는 마음으로 집에만 있지 않는 한 도저히 실현 불가능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가능한 방법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우리나라 음식 문화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혼자서 매끼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를 먹을 수도 없죠. 고깃집에 가서 가위와 집게로 고기 뒤집으며 청승을 떨 수도 없지 않습니까. 
 과거에 황제 다이어트를 2주 정도 했다는 사람과 상담을 할 때는 저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합니다.

 미국에서는 닥터 애트킨스가 고안한 이 다이어트 법에 대한 찬반 논란이 많습니다. 애트킨스 쪽에서 이 방법이 체중감량의 효과도 있고 건강에도 좋고, 각종 질병의 예방에 좋다는 논문을 발표하죠.
 그러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건강에 해롭고 각종 성인병을 일으킨다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모두 다 임상 실험을 거친 논문이고, 근거도 양쪽 다 그럴듯 합니다. 과연 누구의 말을 믿겠습니까? 제 말을 믿으세요.
 키 170㎝에 체중이 90㎏ 가까이 나가는 회사원 김 모 씨(남, 38세)는 정기 건강검진에서 옐로우 카드를 받았습니다. 고혈압에 고지혈증, 지방간까지 있다는 것이었죠. 담당 의사에게서 앞으로 큰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체중을 반드시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방질이 많은 육류를 피하라는 엄명도 받았죠. 평상시 기름진 음식과 튀긴 음식을 좋아했던 그는 이 말이 좀 짜증스럽게 들렸지요. 그래도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을 위
해서 무병장수해야 할 것 같아 다이어트를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김 씨는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음식을 배불리 잔뜩 먹으면서 얼마든지 살을 뺄 수 있다는 황제 다이어트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김 씨에게는 참으로 신나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었죠. 그날 이 후로 김 씨는 자기가 좋아하던 고기, 삼겹살, 튀김 같은 것을 원 없이 먹어 댔습니다. 물론 밥은 안 먹었고요.
 그러나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제 아무리 고기를 좋아하는 김 씨라 하더라도 매일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다이어트를 계속하고 싶었던 김 씨는 그저 허기를 달래는 정도의 양만큼만 고기를 먹었습니다.
 그렇게 지낸 지 2주가 되었을 때 그의 체중은 2㎏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체중이 줄어든 것은 좋았지만, 원하지 않던 증상들이 생기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면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고 늘 찌뿌둥한 게 컨디션이 신통치 않았죠. 입 냄새는 왜 그렇게 많이 나고, 속은 또 왜 그렇게 메슥거리는지 더 이상은 황제 다이어트를 할 수 없었습니다. 밥과 김치가 그리웠죠.
 보통의 식생활로 돌아온 지 일주일 만에 결국 2㎏이 다시 쪘고, 그로부터일주일 만에 또다시 1㎏이 불었습니다. 결국 몸무게는 전보다 늘었고 고기 사 먹느라 썼던 돈 때문에 주머니 사정만 궁색해졌죠. 그러고 나서 무슨 좋은 방법 없겠느냐며 제게 상담을 청해온 것이었습니다.


황제 다이어트는 탄수화물은 먹지 말고 단백질만 먹으라는 다이어트 법의 일종입니다. 이런 다이어트를 LCHP(Low-Carbohydrate, High-Protein)다이어트라 합니다.
 황제 다이어트는 세간에 고기만 먹는 다이어트로 알려져 있지만 이 다이어트 법을 고안한 애트킨스 박사의 취지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고기만 먹으라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을 먹지 말라는 것이 핵심이었죠.
 그 뒤 스텝 다이어트와 존 다이어트도 등장했죠. 황제 다이어트와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탄수화물을 줄이라는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다이어트 법은 정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세포적인 다이어트 법입니다.
 이들은 탄수화물이야말로 살을 찌게 하는 주범이라고 주장합니다. 탄수화물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인슐린 분비가 자극되는데, 인슐린이 지방분해를 방해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탄수화물을 몸속으로 들여보내지 않으면 몸에 쌓여 있는 지방이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인다는 거죠.

 그러나 탄수화물 역시 많이 섭취하는 것이 문제지, 탄수화물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이것은 마치 남자는 늑대 같은 놈들이니까 남자하고는 절대 같이 살지 말라는 것과 똑같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상식만 있다면 이 다이어트 방법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은 꼭 필요한 성분인데 일체 먹지 않는다면 우리 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탄수화물 대신 다른 성분이 탄수화물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방이나 단백질이 탄수화물로 변신해서 에너지원으로 쓰이게 됩니다. 황제 다이어트는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몸 안에 쌓여 있던 지방이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이기를 기대하는 다이어트죠. 하지만 천만의 말씀,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고기를 먹으라는 이유는 고기에는 탄수화물이 없고 주로 단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기에는 단백질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방도 듬뿍 들어 있죠. 꽃등심이나 삼겹살에 지방이 얼마나 많습니까?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몸 안에 쌓여 있던 지방이 분해되기 때문에 살이 빠진다고요? 고기를 먹으면서 충분한 양의 지방과 단백질이 몸속으로 들어갔건만, 왜 괜히 몸에 쌓여 있던 지방이 분해된단 말입니까? 우선 입으로 들어간 것부터 에너지원으로 쓰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몸 안에 쌓여 있는 지방은 탄수화물이 부족하다고 해서 금방 분해되어 나돌아다닐 만큼 촐싹거리지 않습니다.
 지방은 최후의 보루로, 몸 안에 쌓여 있던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다 쓰이고 난 뒤에나 사용됩니다. 이것이 우리 몸의 위기관리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몸 안에 열량이 부족할 때는 지방보다 먼저 근육에 있는 저장 탄수 화물과 단백질이 분해됩니다.
 즉 근육이 줄어들고, 근육의 단백질이 분해될 때는 수분도 빠져나옵니다.

 엉뚱한 결과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황제 다이어트를 하다가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지방이 분해되어서가 아니라 근육이 줄고,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생기는 결과입니다.

 탄수화물은 사람이 살아나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에너지원입니다. 특히 머리를 쓰며 살아가려면 탄수화물을 반드시 섭취해야 합니다. 뇌는 탄수화물 알갱이인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탄수화물이 몸속에 부족해지면 머리가 멍해지고 두뇌회전도 원활하지 않죠.
 또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몸 안으로 칼슘을 끌어들일 수가 없습니다. 결국 소변으로 다 빠져나가므로 골다공증이 생길 위험이 커집니다.

 물론 탄수화물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섭취하면 지방으로 바뀌어 몸에 쌓입니다. 지방도 마찬가지죠. 특히 지방은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을 일으켜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됩니다.

 그렇다면 탄수화물과 지방은 많이 먹으면 문제가 생기고, 단백질은 많이 먹어도 괜찮을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뭐든지 많으면 독이 되는 법입니다. 단백질은 분해되면서 각종 지독한 노폐물로 혈액 속에 녹아나옵니다. 이는 피로와 구취를 유발하고, 각종 성인병을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단백질을 분해하려면 위장과 췌장에서 그것을 분해할 수 있는 소화액을 열심히 뿜어내야 합니다. 그런데 황제 다이어트처럼 음식의 90% 이상이 단백질이라면 위장과 췌장이 과연 견뎌내겠습니까? 몸 사정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면 지방이 분해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결국 몸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충분히 소화 흡수되지 못한 단백질은 대장으로 흘러들어 갑니다.

 대장에는 각종 균이 살고 있죠. 몸에 유익한 유산균도 있고, 몸에 해가 되는 클로스트리디윰류의 유해균도 있고요. 유산균이 득세하면 배가 편하고 황금색 똥이 나오고, 유해균이 득세하면 늘 배에 가스가 차고 변비나 설사가 생깁니다. 그런데 이 유해균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바로 소화되지 않고 흘러 내려 온 단백질입니다. 유해균들은 단백질을 신나게 먹으면서 대장을 부패하게 만들죠. 부패하면서 발생된 가스가 바로 악취 나는 방귀지요.
 단백질이 부패하면서 뿜어내는 독소는 혈류 속으로 다시 들어가서 대장에 염증과 궤양을 일으키기도 하고 심지어 암까지도 만들어냅니다.
 선진국일수록 많아지는 암이 바로 대장암인데 육식 위주의 음식문화 때문에 생기는 병입니다. 탄수화물을 안 먹으니까 단백질이나 지방이 그 역할을 대신 하는 것이죠.
 이것은 비정상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비정상적으로 살이 빠진 것과 정상적인 방법으로 살이 빠진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황
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살이 빠지는 이유는 고기만 먹다가 질려 결국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기 때문은 아닐까요?


 황제 다이어트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 정육점 주인, 식당 주인. 그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황제 다이어트는 결코 바람직한 다이어트 법이 아닙니다.


 자, 지금까지 항간에 유행하는 몇 가지 다이어트들을 살펴봤습니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다이어트 하면서 실패를 반복했던 사람들은 그동안 해 보지 않았던 특별한 다이어트에 마음이 동합니다. 엉뚱하니까 내심 쏠리는 거죠.
 원래 궁지에 몰리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이상해지는 법. 더군다나 굶으면서하는 것이 아니라 뭐든 먹으면서 하니까 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러나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시도해 보겠지만 결과는 역시나일 겁니다.
 2주 만에 5㎏이 빠졌다고 잠깐은 신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정상 식단으로 돌아오면 그 행복함은 이내 사라지죠. 제발 이런 경험을 하지 않길 바랍니다. 이런 경험을 할수록 자신이 미워지고,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그러면서 몸은 점점 더 살찌는 체질로 변합니다.

음식의 원칙은 다음 세 가지만 기억하십시오.


첫째, 건강에 나쁜 음식은 최대한 피하자.
둘째, 필요한 영양소는 다양하게 골고루 먹자.
셋째, 적당히 소식하자.


제대로 살을 빼기 위해서는 이 싱거운 얘기를 꼭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매운맛을 보게 될 겁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