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주머니가 많아진 몸


 우리 몸에서 사용되고 남는 에너지는 어디로 갈까요? 에너지 저장 창고인 지방층으로 갑니다. 지방층은 지방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방세포 하나하나가 바로 지방을 담는 주머니입니다. 지방세포는 남는 에너지를 자신의 주머니 속에 지방으로 차곡차곡 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부피가 점점 커지다가 담을 게 너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한도 끝도 없이 부피가 커질 
수는 없으니 결국 지방세포는 둘로 갈라집니다. 그러면 지방세포의 수는 두 배로 늘어나죠. 이런 식으로 지방 주머니의 수가 자꾸 늘어나면 결국 몸 전체적으로 지방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점점 커지게 됩니다. 지방세포가 그저 부피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수까지 많아지는 것. 이것이 바로 비만 체질의 한 양상입니다.

 한창 성장하는 시기에는 모든 세포의 증식과 분열이 잘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지방세포도 예외는 아니죠. 그래서 어릴 때 뚱뚱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간혹 부모들 중 아이가 살이 찌더라도 나중에 키가 크면 빠진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하지만 한창 자랄 때 비만을 그대로 방치해두면 성인이 되어서도 비만인으로 자라게 되며, 성인이 되어서 살찐 사람보다 훨씬 살 빼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성장 시기에만 지방세포가 분열 증식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가 든 성인의경우에도 살이 많이 찔 때에는 지방세포의 수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고도비만이 되어 이미 지방세포의 수 자체가 많아진 경우에는 만회가 어렵습니다. 어렵게 살을 뺐다 하더라도 그것을 유지하는 데에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상태로 접어들 때까지 무작정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비만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몸은 그에 맞게 후천적으로 세팅(Setting)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몸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생리기전들은 뚱뚱해진 몸 상태에 맞게 구조 조정됩니다. 뚱뚱한 몸을 새로운 원형으로
 기억합니다. 이 기억이 또다시 새로워지지 않는 한, 잠깐 굶어서 살을 뺐다
 고 해도 곧 원형으로 복귀합니다. 사람 몸에는 항상 같은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 즉 항상성(恒常性)이 있기 때문이죠. 이는 인간이 생존해가는 데 중요한 기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비만인들은 그것 때문에 항상 좌절의 늪에 빠지고 말지요.



씀씀이가 적은 몸


 보통 살을 빼기 위해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려는 방편으로 운동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소비의 전부는 아닙니다. 인체에서 에너지가 소비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팔다리를 움직이는 외적인 운동입니다.
 둘째는 몸 안에서 일어나는 신진대사로 에너지는 소비됩니다. 특히 이 두 번째 부분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갖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휴일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나 식사를 한 뒤 종일 드러누워 텔레비전만 보는데도 점심때가 되면 배가 고픕니다. 꼼짝 않고 있었지만 몸속에서 뭔가일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심장은 쉴 틈 없이 1분에 70~80번씩 펌프질하고 (심장은 하루에 약 10만 번 뜁니다.) 폐도 1분에 20번씩 풀무질하며, 위장은 아침에 들어간 음식을 녹이기 위해 계속 움직입니다. 위장뿐 아니라 담낭과 췌
장도 소화효소를 뿜어내고, 소장은 위에서 넘어온 죽처럼 된 음식에서 단물을 빨아내며, 머리카락과 손톱이 자라나고, 새로운 혈액이 만들어져 온몸을 돌며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몸속에서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도 끊임없는 활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생각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노심초사(勞心焦思)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깊이 생각하고 전전긍긍할 때 뼈와 살이 타고 마르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렇게 몸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생리활동을 신진대사라고 합니다.

 에너지의 소비량은 사람마다 활동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손발을 움직이면서 쓰는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20~30% 정도이고, 몸속 신진대사에 쓰이는 에너지는 70~80% 정도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신진대사가 저하되어 있으면 몸이 붓고 살이 찝니다.
 살찌는 체질이라 하는 의미 중의 한 가지는 바로 이 신진대사 능력이 저하되어 있는 상황을 말하는 것입니다.


쌓아두기를 잘하는 몸

 몸을 움직이려면 땔감이 필요합니다. 땔감은 음식으로부터 만들어지는데, 입속에 들어온 음식물은 위장과 소장의 소화 작용을 통해 혈관으로 들어가 피 속에 녹아서 떠다닐 만큼 잘게 쪼개집니다. 이렇게 작아진 땔감을 한의학에서는 수곡(水穀)의 정기(精氣)라고 합니다.
 이 정기가 혈액 속을 둥둥 떠다니다가 뭔가 기운을 써야 할 일이 있을 때는 활활 타면서 기(氣), 즉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을 기화(氣化)라고 하죠.
 그러나 당장 쓰일 일이 없을 때에는 눈에 보이는 형태로 몸에 저축합니다.
 근육이나 지방으로 저축되기도 하죠. 이것을 형화(形化)라고 합니다.
 피 속에 떠다니는 땔감은 말하자면 지갑에 있는 현금과 같지만, 지방이나 근육 속에 저장되어 있는 땔감은 은행에 저축되어 있는 돈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살아가려면 급할 때 당장 꺼내서 쓸 수 있는 돈이 어느 정도는 준비되어 있어야 하듯 우리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피 속에 떠다니는 땔감을 모두 탕진해버릴 수는 없죠. 피 속의 땔감이 별로 남지 않게 되면 지방이나 근육에 있는 땔감을 꺼내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쌓여 있는 지방을 분해해서 피 속으로 끌어들여 땔감으로 써야 합니다. 그런데 소위 비만 체질은 땔감을 쌓아두는 것은 잘 하는데 꺼내 쓰는 것은 잘 못하는 체질로, 기화보다는 형화의 능력이 더 발달한 것입니다. 그래서 몸집이 점점 커집니다.

 음식을 통해서 흡수 된 땔감, 즉 피 속에 떠다니는 땔감만 신나게 쓰다 보니 쉽게 허기가 지고, 식욕만 더욱 강해지는 것입니다.



살찌는 기질


 체질(體質)을 몸의 성질이라고 한다면, 기질(氣質)은 마음의 성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간이라는 존재를 몸과 마음으로 딱 나눠서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체질에서 기질이 발현되고, 기질은 체질을 형성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날카로운 기질을 가진 사람은 몸이 마른 경우가 많고, 반대로 몸이 마르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몸과 마음은 하나입니다.
 비만인들은 살찌기 쉬운 기질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래 리스트를 잘 살펴보십시오.

· 대개 마음씨가 넉넉하고 느긋하여 여간해서는 화나 짜증을 내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폭발하면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를 내기도 한다.


· 이성 친구는 별로 없지만 동성 친구들한테는 인기가 좋은 편이다.


· 몸이 무거운 만큼 마음도 무겁다. 매사에 신중하고 조심성 있게 일을 처리하고 꾸준하고 꿋꿋하다. 묵직하게 앉아서 일을 틀어쥐고 마무 리해내는 뚝심이 있다.


· 보수적이며 변화를 싫어하고 지금 그대로의 모습에서 조금씩 더 나아지기를 바랄 뿐 결코 모험을 하는 일이 없다. 가진 걸 지키려는 마음이 커지다보면 때때로 욕심이 많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을 벌이는 것보다는 일
을 마무리하고 매듭짓는 것을 더 잘 한다.


· 입이 무겁고 입술이 두터운 편이다. 다른 이들의 수다를 묵묵히 들어주는 편으로 깔깔거리며 웃기보다는 씨익 웃는다. 혼자 속으로 침울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사이 기()가 눌리고 정체되어 발산되지 못하고 안으로 쌓인다. 화를 내더라도 밖으로 나돌아다니면서 확 뿜어내는 게 아니라, 혼자 방 안에서 폭식을 하면서 분을 삼키거나 조용히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잔다.

· 걸음은 느리고, 의자에서 후다닥 일어나지 않는다. 남들 눈에 게을러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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