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살이 찌고 배가 나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머리에는 문제의식이 털끝만큼도 없었고, 몸에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던 시절, 그 시절은 바로 제가 대학병원 최전방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최고연차 레지던트이던 한 해를 마감할 즈음에 그동안 교육했던 인턴들을 모아놓고 만남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한 인턴에게 물었습니다.


자네, 나에 대해서 기억나는 것이 뭔가?
그는 전혀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피자가 기억납니다.
그 시절, 저는 고생하는 인턴들을 위로해 준답시고 일주일에 두세 번씩 피
자를 시켜주었습니다. 물론 제가 먹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어디 그뿐이었을까요. 당직을 서게 되면 밤마다 나오는 야식, 그것은 절대거르지 않았습니다. 공짜였거든요.

 회식할 때 고깃집에 간다고 하면 가슴이 두근거렸고, 삼겹살, 꽃등심 앞에서 제 얼굴은 화색이 돌았었지요. 입맛이 없으면 부대찌개에 라면을 넣어 먹는 것으로 입맛을 되찾았고, 식사를 마치고 나면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빙수에 우유를 부어 먹으면 세상이 온통 내 것 같았습니다. 물론운동은 전혀 안 했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운동은 무슨 운동!
 그렇게 살다 보니 키 175cm에 체중은 75kg을 웃돌았고, 배는 올챙이배처럼 볼록해졌으며, 바지는 28인치에서 35인치로 늘어났습니다. 건강 전문가
라는 입장에서 돌이켜 보면 체면이 말이 아니었죠. 그 당시 저의 의학 지식은 그저 머리에만 머물러 있을 뿐, 진정으로 가슴에 와 닿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2001년 한의원을 개원할 즈음, 저는 생명보험을 들었습니다. 돈이남아서 든 것이 아니라 빚 때문에 보험을 들었습니다. 개원 자금으로 필요했던 목돈을 은행에서 대출한 상태였기에 혹시라도 사고가 나서 죽기라도하면 큰일이잖아요. 그 빚이 남은 가족들에게 돌아갈 생각을 하니 섬뜩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죽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었습니다. 급성죽음과 만성죽음이 그것이죠. 급성죽음은 교통사고 같은 것으로 갑자기 죽는 것이고, 만성죽음은 질병 따위로 인해 서서히 죽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의 식생활, 생활 습관, 그리고 그로 인한 비만은 나를 서서히 죽일 수 있는 만성적인 살인 습관이었습니다. 복부비만은 동맥경화,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중풍 등 각종 성인병의 모판 아니던가요.

 내가 진정으로 내 인생과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가족에게 보험금을남길 생각을 하기보다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곁에 있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이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 평범한 진리가 제 삶을변화시켰습니다.

 진정한 보험은 바른 생활 습관을 갖고 운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포츠센터에 돈을 내는 것이 보험회사에 돈을 내는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다시 허리 사이즈 32인치 이하, 체중은 68kg 정도를 회복했고 지금까지 이 체중을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제 인생에서 다시는 체중70kg을 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누가 살을 뺐다고 하면 그가 어떻게 살을 뺐으며,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해 할 것입니다. 살을 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대개 방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잡지와 인터넷을 뒤지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살을 잘 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안테나를 세웁니다.
 그러다가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방법으로 건강을 해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독버섯이 유난히 색깔이 예쁘고 화려한 것처럼 다이어트계에서도 나쁜 살 빼기 방법은 유난히 유혹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독버섯을 맛보
고 쓰라린 상처로 신음하는 분들을 저는 너무나도 많이 만났습니다.

 일시적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했어도 결국 사람이 변하지 않았다면 다시 살
이 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래서 비만을 치료하는 것이 암을 치료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살을 뺐다가 다시 찌는 것은 차라리 빼지 않았던 것만 못합니다. 돈과 시간을 낭비할 뿐 아니라 건강도 잃고마음까지 다칩니다.

 이 책은 살 빼는 데 필요한 자잘한 테크닉이나 비법을 소개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살을 빼고자 하는 분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살을 빼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가입니다. 살을 빼는 것보다 살찌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중요합니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몸(body)이 아니라 의식 또는 생각(mind)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 인생에 대한 생각, 음식에대한 생각, 그리고 운동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사람이 변해야 비만에서 진짜 탈출할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는 기본기와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그동안 이 방법, 저 방법 다 해 보며 살을 뺐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다이어트 실패자들을 다시 일으키고, 그들에게 제대로 된 길을 제시하고 싶어이 글을 썼습니다.

 제게 생각의 힘을 키워 주신 부모님, 글 쓰는 자리에 늘 곁에 있어주며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사랑하는 아내 정은정 박사, 글 쓰느라 제대로 놀아 주지도 못했던 기쁨, 두배에게도 감사와 미안을 함께 전합니다.


20146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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