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300만 모씨의 책 [우리는 누구도 무사히 성장하지 않는다] 미리보기


인간은 아무도 무사히성장하지 않는다


선완규_천년의상상 대표


누가 바람 부는 밤, 이렇게 늦게 달려가는가?

그 아이를 데리고 가는 아버지이네,

팔에 소년을 보듬어 안았지,

어찌 꼭 안았는지 소년은 따뜻해진다.

아들이여, 너는 왜 그렇게 불안하게 네 얼굴을 감추는가?

보세요, 아버지는 마왕을 못 보시나요?

왕관을 쓰고 긴 옷자락을 끌고 있는 마왕을 못 보십니까?

아들이여, 그것은 넓게 퍼져 있는 띠 모양의 안개이구나.

(괴테, 마왕중에서)



소년이 자라 어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소년은 죽었다로 끝나는 괴테의 시 마왕(魔王)에서처럼, 성장은 소년의 상징적 죽음 위에서만 가능하다.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이 반납의 절차를 통해 소년은 누에고치에서 나비 나오듯한 사람의 어른이 되어 걸어 나온다.

이 변신의 과정이 매끄러울 수 있을까. 인간은 아무도 무사히성장하지 않는다. 무사하게 자랐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 성장기의 바람 속에는 그를 떨게 한 마음속의 두려움과 불안, 그를 슬프게 한 외로움과 좌절, 다른 이들은 모르는 모험과 음모와 사랑의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한 소년이 자라 어른이 되기까지는 어떤 힘들이 작용하는 것일까? 현대 생물학은 유전자가 개체 성장의 비밀을 쥐고 있다고 말하거나 적어도 그렇게 말하고 싶어 한다. 인간의 성장이 유전정보만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이미 결정돼 있는 따분한 운명적 전개에 불과하다.

우리가 위인이라 부르는 탁월한 인생을 전개한 개인들의 삶은 인생이 생물학적 운명의 전개가 아니라 그 운명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유전적 결함과의 싸움이 아니었다면 베토벤, 도스토예프스키, 니체, 헬렌 켈러는 없었을 것이고 인간 창조성의 보물창고는 한없이 초라해졌을 것이다.

잊지 말자. 인간적 위대성은 어떤 완전성의 결과이기보다는 오히려 결함의 결과라는 사실을. 모든 성장의 서사에는 우리를 매혹하는 비밀이 있다.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라고 노래한 시인의 시구를 패러디하여 바람의 비밀이라 이름 붙여본다.

바람은 그냥 바람이 아니라, 살며 사랑하며 배울 때마다 맞닥뜨리는 애매하고 모호한 말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이다. 바람의 비밀은 살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고 체험하는 모호한 이미지들이다. 우리가 태어났을 때의 논두렁 개구리 울음소리, 동네 바보의 언어, 불타는 노을, 골목의 달빛이 들어 있고, 미친 사람, 귀신 나오는 집, 밤길의 공동묘지, 가슴 설레게 한 최초의 성취, 최초의 거짓말, 최초의 상실과 이별과 상처, 영광과 수치의 순간들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키운 그 비밀스런 바람의 목록을 이룬다. 이 비밀스런 바람의 목록이 불안의 정체이다.



삶을 살아내는 흔적이 바로 불안


나를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비밀의 정체가 불안이라면 더없이 소중하다. 불안의 프레임을 깰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받아들이는 마음 그리고 생각의 넓이가 달라진다. 불행·어두움()은 나를 키우는 바람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많이 가진 것이 밤이다.”(김행숙, 밤에) 그러므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고,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들, 잃어버린 것들, 꿈꿀 수 있는 시간이 밤이다. 그것이 밤의 가능성이고 밤의 힘이다.

돈이 부족한 것? 외모가 뛰어나지 않은 것? 좋은 학벌을 가지지 못한 것? 등 바람의 목록을 만들어갈 때, 나 자신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가 정해놓은 틀을 과감히 벗어날 수 있다. 이때 비로소 그 시선 너머를 상상할 수 있다. 이 순간 필요한 것은 뭘까? 단 하나! 편견과 마주하거나 고정된 틀에 나를 부딪히는 용기밖에 없다.

내가 모르는 다른 세상이 있음을 용기를 내어 지식으로, 경험으로, 체험으로 알아야 한다. 이 시간을 방황이라 부른다. 그래서 모든 방황은 의미 있다. 쳇바퀴 돌 듯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와 마주하는 시간, 다른 사물과 부딪히는 공간, 그리고 그 속에서 얻는 지식과 체험이 곧 방황이다.

우리는 불안과 방황으로 삶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느낌은 몸으로 마음으로 온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며 살지, 아니면 나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만들어갈지. 용기 낸 자만이 새로운 한 발을 내디딜 수 있다.


계속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냐

춤을 출 것이냐

선택의 갈림길에 서면

나는 네가 춤을 추었으면 좋겠어.’


대체 무엇이 그리 불안할까? 우리 미래에 다가올 확실한 불안은 단 하나밖에 없다. 죽음. 어쩌랴, 모두에게 온다. 이것 외에는 두려워하거나 불안할 것이 없다. 생각을 크게 열자. 누군가 정해놓은 프레임은 나를 작게 만들고 가슴 뛰는 일을 적게 만든다.

눈에 보이는 겉모습보다는 그 속의 본질을 생각하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자. 그러다보면 우리가 그렇게 불행할 일도 가지지 못한 것도 없다. 다른 사람의 삶이 기준이 아닌 나의 마음속 삶이 기준이 되어 앞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한 철학자가 행복의 다

섯 가지 조건에 대해서 말했다 한다.


하나. 먹고살기에 조금 부족한 재산.

.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엔 약간 떨어지는 외모.

. 자신의 생각보다 절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 남과 겨루었을 때 한 사람은 이기고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다섯. 연설할 때 듣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박수를 보내는 말솜씨.


 _플라톤 이 글의 앞부분은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도정일 지음)에서 일부 발췌하였습니다.







선완규.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였고, 졸업 후 1993년부터 인문학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새길 출판사, 디자인하우스를 거쳐 푸른숲 인문팀장(19972001),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편집 주간(20012012)을 엮임했다. 지금은 인문학출판사를 지향하는 천년의상상 대표 겸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 2016년 현재까지 sbi(서울출판예비학교) 책임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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