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감동TV
















 “적게 먹고 운동하면 살 빠진다.
이 말은 누구나 뻔히 알고 있는 상식이죠. 뻔히 아는데 잘 안되는 게 다이어트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사람은 보기에 정말 많이 먹고 운동도 지지리도 안하는데 짝짝 말라 비틀어져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별로 먹지도 않고, 운동도 아침 저녁으로 매일 하는데도 살이 잘 안 빠지죠. 이런 사람이 마른 사람들을 보면 어떤가요? 얄밉지 않겠습니까?
 살 빼기 위해서 소식하고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법칙이자, 너무나 중요한 기본기입니다. 그런데 기본기 만으로 안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똑같은 약,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떤 사람에겐 효과적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 효과가 없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다이어트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소식과 운동이라는 기본기와 더불어서, 자신의 몸속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비만에도 유형이 있습니다.
 날씬한 사람들을 말랐다고 표현하죠. 말랐다는 것을 한자로 표현할 때는 건조하다는 뜻의 조(燥)자를 씁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뚱뚱한 것은 습(濕)하다고 표현할 수 있지요.
 몸은 왜 습해질까요? 몸에 대해서 잘 모를 때에는 자연을 보면 됩니다. 사람이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이 언제 습해지는가를 알면 내 몸도 왜 습해지는지 알게 됩니다. 일종의 비유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집구석이든, 방구석이든, 어디건 간에 어떤 경우에 습해지던가요?

첫째는 햇볕이 없을 때, 둘째는 바람이 잘 안 통할 때입니다. 그리고 셋째로, 햇볕과 바람이 있어도 뚜껑이 꽉 닫혀 있으면 마치 사우나 찜질방에서 푹푹 찌는 것처럼 습해집니다.

 햇볕과 바람이 없어서 습해지는 것은 몸이 좀 허해서 생기는 습, 푹푹 찌는 습기는 몸이 좀 실해서 생기는 습입니다.


 (燥)자는 불 화(火)변이 있는 한자이고, 습(濕)자는 물 수(水)변이 있는 글입니다. 물과 불을 떠올리면서 비만의 유형을 생각해 봅시다.

햇볕이 부족하다는 말을 우리 몸에 적용해 생각해 보면 양이 부족한 것이됩니다. 태양의 양()자를 쓰지요.
 바람이 부족한 것은 기()가 부족한 것이죠. 기가 부족하면 기가 잘 흐르지못하고 불통되는 현상이 생깁니다.
 뚜껑이 닫혀 푹푹 찌는 것은, 몸이 습하되 열도 함께 있는 습열(濕熱)의 상황입니다. 이렇듯 비만은 양허형(陽虛型), 기허형(氣虛型), 그리고 습열형(濕熱型)으로 유형을 나눌 수 있답니다.




양허형 비만


 주전자에 물을 끓일 때 물이 한가득 들어 있는데 화력이 좋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요? 주전자의 물이 그대로 남아있을 겁니다. 우리 몸에 들어오는 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되고 남은 피부를 통해 발산되어 밖으로 잘 나가야 하는데, 양기가 떨어지고 화력이 부족해지면 물이 그대로 남아있게 됩니다.

 그래서 습해지죠.
 몸에 물이 많이 남으면 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물이 땀으로는 안 나가고 그저 소변으로만 쌓입니다. 그래서 소변이 자주 마렵지요. 추운 계절에 화장실을 더 자주 가는 이유도 땀을 많이 흘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양허(陽虛)한 상태가 되면 몸이 추위를 더 잘 타게 됩니다. 양허가 극심해지면 어떤 분들은 봄, 가을에도 내복을 입습니다. 양기가 피부까지 도달되지 못해 피부가 푸석푸석 거칠어지고, 머리카락이 점점 가늘어져 힘이 없어지고, 손톱도 약해집니다. 기억력이 떨어져 건망증도 잘 생기지요. 그런 자신을 자꾸 한심하게 느끼기도 하고요.


기허형 비만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바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잖아요. 몸속의 기도 그러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몸속에서 바람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기운을(氣)라고 총칭합니다.
 요즘 말로 하면 에너지, 신경, 호르몬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될 수 있는 개념입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꽃씨가 날리면서 신호가 전달되고, 교배가 되고, 이어서 꽃이 피고 열매가 생깁니다. 이처럼 우리 몸속에서도 기가 잘 전달돼야 기운이 나고, 온몸에 신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합니다. 
그런데 밥솥에 전력이 220볼트 들어와야 하는데 110볼트밖에 안 들어오면밥이 안 되듯이, 우리 몸에서도 기가 부족하면 에너지가 모자라고, 정신적인 의욕도 떨어집니다. 말 그대로 기운이 없어서 밖에 나가기도 싫고, 만사가 귀찮아집니다.

 비만한 사람들은 입맛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기허형 비만의 경우에는 입맛이 별로 없습니다. 입맛이 없으니까 제대로 된 밥상은 밀쳐내고, 면이나 빵 그리고 달콤하고 맛있는 것만 자꾸 찾게 되죠. 별로 안 먹는 거 같지만 실상을 보면 살찌기 쉬운 것만 골라 먹고 있는 것입니다.
 이때는 그 사람의 의식이 문제가 아니라 몸속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그러면서 신진대사도 점점 떨어지게 됩니다. 기운이 없으면 팔다리를 움직이기 싫은 것처럼, 몸속에 있는 내장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위장이 별로 안 움직이고, 심장이 힘 있게 팍팍 펌프질을 해야 하건만 그냥 퐁퐁 뜁니다. 혈액 100㏄ 만들어 낼 것도 50㏄ 밖에 안 만들어 내고 그러지요.
 즉, 몸속에 있는 공장이 잘 돌아가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먹는 것이 다 사용되지 못하고 몸 안에 그냥 쌓이지요. 쌓인 것은 뭘로 갑니까? 지방으로 가는 거예요. 이게 바로 기허형(氣虛型)비만입니다.



습열형 비만

 이제 습열형(濕熱型)비만을 생각해 봅시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드름과 뾰루지가 잘 나고, 버럭버럭 화도 잘 내고, 같은 음식을 먹는데 유달리 땀을 뻘뻘 흘리고, 항상 얼굴이 상기되어 있는 그런 사람들은 속에 열이 많은 경우예요. 이런 사람들이 건강하려면 몸에 뚜껑이 잘 열려야 해요. 압력솥처럼 꾹 눌렀다가 화로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뚜껑을 열어두고 김이 새나가도록 해야 하는 거지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뭐라고 표현합니까? 기가 막힌다고 하죠. 습열형 비만의 사람들은 그 표현 그대로, 기가 나갈 구멍이 막히는 거랍니다.

 소통이 안 되고 통로가 막혀버리니까 열이 발산되지 못하고, 압력솥 닫힌 것처럼 속 터지는 일이 생깁니다.
 열이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 받고 열 받으면, 막 먹는 걸로 풀기 쉽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과식을 하는 거지요. 집에 돌아가면오늘 안 좋은 일이 있었다라고 하면서여보 오늘 치킨 먹자하죠.
 습과 열이 많은 사람이 건강해지려면 배설을 잘 시켜야 합니다. 땀이 잘 나가고, 시원시원하게 변으로도 잘 내보내야 비만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다 막히는 상황이 되면 점점 살이 찌지요.

 이렇듯 비만에는 실증형(實證型)과 허증형(虛證型)이 있습니다. 습열형은 몸이 실해서 생긴 비만입니다. 반면 양허형, 기허형 비만은 몸이 허해서 생긴 비만입니다. 양허와 기허가 함께 있는 경우도 많지요.

 “뚱뚱한데 무슨 몸이 허약하다고 그래. 좀 적게 먹고 나가서 움직여!
 이런 얘기 듣는 사람 중에는 진짜 몸이 허해서 그런 경우가 있다니까요. 허(虛)한 사람들이 이런 말 들으면 억울하고 분통이 터집니다. 살찐 것이 결코 식탐이 많거나 게을러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움직일 힘과 의욕이 없어서안 움직이게 되는 걸 어떡합니까. 일어나 움직이려는데 기운이 없으면 팔다리가 움직여지지 않고 그냥 구르게 되잖아요. 아기 낳고 나서 왜 자꾸 살이 찌게 됩니까? 나가서 운동할 힘이 없으니 그러지요. 활동 반경이 방으로 좁혀지니 점점 살이 찌는 거예요.





 새로운 정자와 난자를 만나게 하지 않는 한 타고난 성질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개선은 가능합니다. 한의학에는 양화기음성형(陽化氣陰成形)이라는 말이 있는데, 양기(陽氣)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를 만들어 내고, 음기(陰氣)는 눈에 보이는 형질을 만들어낸다는 말입니다. 비만인의 몸속에는 양적인 기운보다 음적인 기운이 더 강하게 작용합니다.
 음과 양을 조절하는 능력을 회복하고, 그것을 균형 있게 맞춰 주는 것, 이것이 바로 한의학에서 비만을 치료하는 기본적인 원리입니다. 물론 사람마다의 체질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사람에게 맞는 방법을 찾죠. 똑같은 비만이라도 사람마다 치료법이 달라지는 것 또한 한의학이 갖는 특징이자 가장 큰 장점입니다.

 살이 찌는 현상은 대개 음기와 습기가 몸 안에서 크게 작용할 때 생깁니다. 우리 주변 환경이 그러할 때는 차갑고, 축축하고, 뭔가 더러운 오물도 많이 생겨납니다. 몸속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데, 몸이 냉하고, 움츠러들고 몸 안에서 행해지는 모든 생리활동이 축 늘어집니다. 기와 혈이 경락(經絡)을 통해 활발히 순환하면서 온몸을 이롭게 해야 하건만 그럴 환경이 아닙니다. 물에 젖은 솜처럼 몸이 무겁게 느껴지고 찌뿌드드하며 쉽게 잘 붓습니다. 또한 몸속에는 담음(痰飮)이나 어혈(瘀血) 같은 노폐물이 생기기도 쉽죠. 몸이 무거우니까 행동이 느려지고, 움직임도 적어집니다. 이렇게 움직임이 적어지면 기혈의 순환은 더욱 안 되고, 군살은 점점 더붙어만 갑니다. 한마디로 몸이 식어버리고, 젖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살찌는 것을 방지하려면 우선, 몸 안에서 양기가 활발하게 발산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기란 몸 안에서 햇볕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기운인데, 축축하게 가라앉은 기운을 몰아내려면 몸을 따끈하게 데워 줘야 합니다. 따사로운 봄볕이 들면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몸속에도 양기가 살아나면 모든 생리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됩니다. 즉 신진대사가 왕성해지죠.

 비만인 사람들은 우선 왜 양기가 기를 못 펴고 있는지 그 원인부터 잘 살펴봐야 합니다. 또 양기가 발산되도록 하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지에 대해 판단 내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생명력을 움트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따뜻한 햇살입니다. 얼었던 땅
을 녹이고 새싹을 돋우는 햇살이 없다면 아무리 땅이 물을 많이 머금고 있더라도 싹이 돋아날 수 없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가장 절실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기능계통을 셋으로 나누어서 설명합니다. 사람의 몸을 식물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식물의 경우 뿌리, 줄기, 이파리가 있는데 뿌리는 땅에서 지기(地氣) 즉, 물과 양분을 빨아들이고, 이파리는 하늘에서 천기(天氣) 즉, 공기와 태양빛을 받아냅니다. 줄기는 그것을 수송하죠.
 사람의 몸에도 그와 같은 역할을 하는 세 가지 기능계통이 있습니다. 상초(上焦), 중초(中焦), 그리고 하초(下焦)라 불리는 삼초(三焦)가 바로 그것인데요.

 상초에는 심(心)과 폐(肺)가 있고, 중초에는 간(肝)과 비(脾)가 있고, 하초에는 두 개의 신(腎)이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은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해부학적 의미의 장기와는 다릅니다.
 폐는 천기(天氣)를 받아들이고 비는 지기(地氣), 즉 음식을 받아들여 정기를 만듭니다. 이 정기는 상초에 위치한 심과 폐로 보내져 기와 혈로 변하고, 심폐의 추진을 통해 온몸에 영양을 제공합니다. 신은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도록 하는 원천적인 양기를 제공하죠.
 이것이 바로 몸 안에서 일어나는 운동입니다. 이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될 때는 필요한 에너지도 많아지지만 몸속 운동이 식으면 적게 먹어도 남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군살과 지방살이 늘어나는 것이죠. 그동안 몸 안에 쌓였던 노폐물을 걷어내는 것, 몸 안의 양기를 북돋아주는 것, 막혀 있던 수로
를 터주는 것, 쌓여 있던 습기가 증발되도록 뚜껑을 여는 것, 정체되어 있던 기가 잘 통하도록 길을 여는 것, 이 모든 방법들이 비만 체질을 개선하는 데 동원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우선순위와 작업의 강도가 아닐까요? 한의학은 삼초의 상태를 판단합니다. 어느 곳이 얼마나 그늘져 있고, 얼마나 식어 있는지, 그리고 그곳에 있는 음기와 습기를 어디로 어떻게 뿜어낼 것인가를 결정합니다.
 푹 젖어 있는 나무는 잘 타지 않습니다. 그러나 햇볕에 말리면 잘 타게 됩니다. 몸 안에 햇살을 비추면 음침한 기운은 사라지게 되죠. 그러면 몸속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그에 필요한 땔감인 지방이 잘 타는 몸으로 변하게 됩니다. 군살은 이렇게 빠지는 것입니다.



지방 주머니가 많아진 몸


 우리 몸에서 사용되고 남는 에너지는 어디로 갈까요? 에너지 저장 창고인 지방층으로 갑니다. 지방층은 지방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방세포 하나하나가 바로 지방을 담는 주머니입니다. 지방세포는 남는 에너지를 자신의 주머니 속에 지방으로 차곡차곡 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부피가 점점 커지다가 담을 게 너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한도 끝도 없이 부피가 커질 
수는 없으니 결국 지방세포는 둘로 갈라집니다. 그러면 지방세포의 수는 두 배로 늘어나죠. 이런 식으로 지방 주머니의 수가 자꾸 늘어나면 결국 몸 전체적으로 지방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점점 커지게 됩니다. 지방세포가 그저 부피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수까지 많아지는 것. 이것이 바로 비만 체질의 한 양상입니다.

 한창 성장하는 시기에는 모든 세포의 증식과 분열이 잘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지방세포도 예외는 아니죠. 그래서 어릴 때 뚱뚱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간혹 부모들 중 아이가 살이 찌더라도 나중에 키가 크면 빠진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하지만 한창 자랄 때 비만을 그대로 방치해두면 성인이 되어서도 비만인으로 자라게 되며, 성인이 되어서 살찐 사람보다 훨씬 살 빼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성장 시기에만 지방세포가 분열 증식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가 든 성인의경우에도 살이 많이 찔 때에는 지방세포의 수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고도비만이 되어 이미 지방세포의 수 자체가 많아진 경우에는 만회가 어렵습니다. 어렵게 살을 뺐다 하더라도 그것을 유지하는 데에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상태로 접어들 때까지 무작정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비만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몸은 그에 맞게 후천적으로 세팅(Setting)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몸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생리기전들은 뚱뚱해진 몸 상태에 맞게 구조 조정됩니다. 뚱뚱한 몸을 새로운 원형으로
 기억합니다. 이 기억이 또다시 새로워지지 않는 한, 잠깐 굶어서 살을 뺐다
 고 해도 곧 원형으로 복귀합니다. 사람 몸에는 항상 같은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 즉 항상성(恒常性)이 있기 때문이죠. 이는 인간이 생존해가는 데 중요한 기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비만인들은 그것 때문에 항상 좌절의 늪에 빠지고 말지요.



씀씀이가 적은 몸


 보통 살을 빼기 위해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려는 방편으로 운동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소비의 전부는 아닙니다. 인체에서 에너지가 소비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팔다리를 움직이는 외적인 운동입니다.
 둘째는 몸 안에서 일어나는 신진대사로 에너지는 소비됩니다. 특히 이 두 번째 부분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갖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휴일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나 식사를 한 뒤 종일 드러누워 텔레비전만 보는데도 점심때가 되면 배가 고픕니다. 꼼짝 않고 있었지만 몸속에서 뭔가일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심장은 쉴 틈 없이 1분에 70~80번씩 펌프질하고 (심장은 하루에 약 10만 번 뜁니다.) 폐도 1분에 20번씩 풀무질하며, 위장은 아침에 들어간 음식을 녹이기 위해 계속 움직입니다. 위장뿐 아니라 담낭과 췌
장도 소화효소를 뿜어내고, 소장은 위에서 넘어온 죽처럼 된 음식에서 단물을 빨아내며, 머리카락과 손톱이 자라나고, 새로운 혈액이 만들어져 온몸을 돌며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몸속에서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도 끊임없는 활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생각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노심초사(勞心焦思)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깊이 생각하고 전전긍긍할 때 뼈와 살이 타고 마르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렇게 몸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생리활동을 신진대사라고 합니다.

 에너지의 소비량은 사람마다 활동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손발을 움직이면서 쓰는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20~30% 정도이고, 몸속 신진대사에 쓰이는 에너지는 70~80% 정도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신진대사가 저하되어 있으면 몸이 붓고 살이 찝니다.
 살찌는 체질이라 하는 의미 중의 한 가지는 바로 이 신진대사 능력이 저하되어 있는 상황을 말하는 것입니다.


쌓아두기를 잘하는 몸

 몸을 움직이려면 땔감이 필요합니다. 땔감은 음식으로부터 만들어지는데, 입속에 들어온 음식물은 위장과 소장의 소화 작용을 통해 혈관으로 들어가 피 속에 녹아서 떠다닐 만큼 잘게 쪼개집니다. 이렇게 작아진 땔감을 한의학에서는 수곡(水穀)의 정기(精氣)라고 합니다.
 이 정기가 혈액 속을 둥둥 떠다니다가 뭔가 기운을 써야 할 일이 있을 때는 활활 타면서 기(氣), 즉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을 기화(氣化)라고 하죠.
 그러나 당장 쓰일 일이 없을 때에는 눈에 보이는 형태로 몸에 저축합니다.
 근육이나 지방으로 저축되기도 하죠. 이것을 형화(形化)라고 합니다.
 피 속에 떠다니는 땔감은 말하자면 지갑에 있는 현금과 같지만, 지방이나 근육 속에 저장되어 있는 땔감은 은행에 저축되어 있는 돈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살아가려면 급할 때 당장 꺼내서 쓸 수 있는 돈이 어느 정도는 준비되어 있어야 하듯 우리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피 속에 떠다니는 땔감을 모두 탕진해버릴 수는 없죠. 피 속의 땔감이 별로 남지 않게 되면 지방이나 근육에 있는 땔감을 꺼내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쌓여 있는 지방을 분해해서 피 속으로 끌어들여 땔감으로 써야 합니다. 그런데 소위 비만 체질은 땔감을 쌓아두는 것은 잘 하는데 꺼내 쓰는 것은 잘 못하는 체질로, 기화보다는 형화의 능력이 더 발달한 것입니다. 그래서 몸집이 점점 커집니다.

 음식을 통해서 흡수 된 땔감, 즉 피 속에 떠다니는 땔감만 신나게 쓰다 보니 쉽게 허기가 지고, 식욕만 더욱 강해지는 것입니다.



살찌는 기질


 체질(體質)을 몸의 성질이라고 한다면, 기질(氣質)은 마음의 성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간이라는 존재를 몸과 마음으로 딱 나눠서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체질에서 기질이 발현되고, 기질은 체질을 형성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날카로운 기질을 가진 사람은 몸이 마른 경우가 많고, 반대로 몸이 마르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몸과 마음은 하나입니다.
 비만인들은 살찌기 쉬운 기질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래 리스트를 잘 살펴보십시오.

· 대개 마음씨가 넉넉하고 느긋하여 여간해서는 화나 짜증을 내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폭발하면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를 내기도 한다.


· 이성 친구는 별로 없지만 동성 친구들한테는 인기가 좋은 편이다.


· 몸이 무거운 만큼 마음도 무겁다. 매사에 신중하고 조심성 있게 일을 처리하고 꾸준하고 꿋꿋하다. 묵직하게 앉아서 일을 틀어쥐고 마무 리해내는 뚝심이 있다.


· 보수적이며 변화를 싫어하고 지금 그대로의 모습에서 조금씩 더 나아지기를 바랄 뿐 결코 모험을 하는 일이 없다. 가진 걸 지키려는 마음이 커지다보면 때때로 욕심이 많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을 벌이는 것보다는 일
을 마무리하고 매듭짓는 것을 더 잘 한다.


· 입이 무겁고 입술이 두터운 편이다. 다른 이들의 수다를 묵묵히 들어주는 편으로 깔깔거리며 웃기보다는 씨익 웃는다. 혼자 속으로 침울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사이 기()가 눌리고 정체되어 발산되지 못하고 안으로 쌓인다. 화를 내더라도 밖으로 나돌아다니면서 확 뿜어내는 게 아니라, 혼자 방 안에서 폭식을 하면서 분을 삼키거나 조용히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잔다.

· 걸음은 느리고, 의자에서 후다닥 일어나지 않는다. 남들 눈에 게을러 보이기도 한다.


 체질이라는 말만큼 애매한 말도 없습니다. 한의사인 제게 제 체질이 뭔가요?라고 물어볼 때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은 사상 체질(四象體質)에 관한 것입니다.
 요즘은 체질과 사상 체질이 거의 동의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사상 체질이라는 것은 체질을 설명하는 방법 중 한 가지일 뿐입니다. 동서양에서는 사람들의 다양한 체질을 몇 가지 형태로 귀납해 보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사상 의학에서 설명하는 네 가지 체질 분류는 뛰어난 방법론임이 분명하지만 그것이 모든 체질을 정확히 네 가지로 귀납시켜 설명할 수 있는 절대 진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체질이라는 말은 특정한 고유명사가 아닙니다. 말뜻 그대로 몸 안에 나타나는 다양한 성질을 모두 포괄해서 일컬을 수 있는, 대단히 광범위한 의미를 갖습니다.체질은 결코 변하지 않는, 타고나는 것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을 받아들이기 전에 이 말을 한 사람이 내리는 체질의 정의가 무엇인가를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체질을 어떻게 정의 하느냐에 따라 그 말은 맞는 말일 수도, 틀린 말일 수도 있습니다.

 몸의 성질 중에는 늙어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가 하면 살아가면서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도 있습니다.

 체질을 단순히 몸의 성질로만 정의한다면 체질은 변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태어난 뒤 환경에 따라 그 성질이 변하기도 합니다. 물론 체질 중에는 타고나는 성질도 있죠. 예를 들어 눈동자의 색깔, 혈액형, 이런 것 역시 체질 중의 한 가지입니다. 이것은 늙어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심장이 약한 것도 체질이라면 이런 종류의 체질은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심장은 튼튼해질 수 있으니까요. 비만인들에게 설문 조사를 하다 보면 어릴 때부터 뚱뚱했다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엄마 아빠의 비만 체질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경우도 있고, 가족의 식사 습관 때문에 살이 찐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부모 중 한쪽이 비만일 경우 그 자녀가 비만일 확률은 40%, 부모 모두
가 비만일 경우 자녀도 비만이 될 확률이 80% 정도 된다고 합니다. 부모의 코와 눈을 닮는 것처럼 체형과 체질도 닮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그냥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저 뚱뚱하게 사는 것이 자신의 타고난 팔자라고 생각하지는 맙시다.
 체질 중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부분이 있는 반면,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비만 체질이란 환경과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애당초 마른 체질로 타고난 사람보다 좀 불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불리한 것과 불가능한 것은 다릅니다.
 자신이 비만 체질을 타고났다고 너무 억울해하거나 답답해하지 말고 생각을 밝게 해 봅시다. 여러분 안에는 또 다른 훌륭한 체질과 유산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것을 발견하고 기뻐하면 됩니다. 인정할 것을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마음이 편해지면 몸 다스리기도 훨씬 쉽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에는 말랐는데 어떠한 시기를 지나면서 살이 쪘다는 사람들이 많죠. 고3 때부터,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결혼하고 나서, 아기 낳고 나서, 어떤 병을 앓고 난 이후 등등. 물론 그러한 시기에 다소 많이 먹고, 움직임이 적었기 때문에 살이 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다시 정신을 차리고 사는데도 도무지 예전처럼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뭔가 변한 것입니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살찌는 체질을 타고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시기
를 지나면서 몸의 성질이 변한 것이죠. 몸이 가진 성질이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듯 비만 체질은 선천적으로 타고나기도 하고, 후천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비만 체질이란 몸 안에 어떤 성질을 담고 있는 걸까요?

첫째, 인생의 어느 시기에 갑자기 살이 찌는 바람에 지방 주머니가 몸속에 많아진 사람.


둘째, 몸속 운동, 즉 신진대사가 저하된 사람.

셋째, 기화(氣化)보다는 형화(形化)기능이 더 발달된 사람.

넷째, 비만 기질을 가진 사람.

이제부터 차근차근 이 비만 체질에 대해 풀어가 보도록 합시다.




변비, 이렇게 치료하자


 변비를 고치려면 자신에게 변비가 왜 생겼는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인을 알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알게 되는 법이죠. 운동이 부족한 사람은 운동을 해야 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여기서는 식생활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에 대해서 살펴봅시다.


섬유질 섭취가 관건 _ 여러분이 다이어트를 하면서 변비가 생겼다면 우선 여러분의 다이어트 전략을 점검해 봐야 합니다. 먹는 양을 줄이다 보니 대변의 원료가 되는 섬유질의 양도 줄어서 변비가 생긴 것은 아닐까요? 변비를 피하려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 같은 대량 영양소는 적절히 줄이면서도, 섬유질, 비타민, 무기질 같은 영양소는 줄어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섬유질이란, 앞에서 설명했듯 소화되지 않고 찌꺼기로 남는 물질을 말합니다. 한때 영양학자들은 섬유질이 열량을 발휘하지도 않고, 또 영양소로서도
특별한 작용을 하지 않는다고 천대했었습니다. 그러나 섬유질을 적절히 섭취하면 과민성 대장증후군, 대장게실, 충수염(맹장염), 변비 등의 대장 질환은 물론이고, 허혈성 심장 질환, 고콜레스테롤 혈증, 비만증, 당뇨병 등의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식이섬유는 6의 영양소로 일컬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섬유질은 물을 빨아들여서 팽창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변의 부피를 늘려 주고 부드럽게 해 주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 물만 빨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몸에 나쁜 각종 독성물질을 함께 빨아들여서 내보내주는 역할도 하지요. 마치 대장을 걸레질하듯이 깨끗이 청소해 주는 셈입니다. 아울러 대장에 유익한 유산균들을 활성화시켜서 대장을 튼튼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기특한 섬유질은 하루에 25~30g 정도는 섭취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침은 거르고, 점심에는 칼국수 먹고, 저녁은 살찔까봐 조금만 먹고…….이런 식으로 하면 당연히 변비에 걸릴 수밖에 없지요.


어떤 섬유질이 좋은가? _식이섬유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닙니다. 식이섬유에는 물에 녹는 수용성, 물에 녹지 않는 불수용성, 물에 반쯤 녹는 반수용성이 있습니다. 식이섬유 음료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는 합성 덱스트린으로서 이미 물에 다 녹아 있기 때문에 대변의 양을 늘리는 데는 별효과가 없습니다. 그리고 배추의 거친 부분, 거친 산나물, 콩나물 등에 있는 섬유질은 물에 녹지도 않고, 물을 흡수하는 성질도 없습니다. 물론 먹으면 그대로 나오지만 변을 부드럽게 하는 일은 하지 못합니다. 변비에 효과가 있는 식이섬유는 물을 빨아들이는 반수용성 식이섬유입니다.

 양상추, 양배추, 브로콜리, 오이, 당근, 무 등에는 반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합니다. 특히 다시마, 미역 같은 해조류에 들어 있는 섬유질은 변비에 가장 좋습니다. 다시마와 미역을 매끼마다 식탁 위에 올려놓을 수만 있다면 결코 변비에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단, 시중에서 파는 다시마 환이라는 건강보조식품에 대해서는 주의하기 바랍니다. 시중에는 이름은 다시마 환인데 엉뚱하게도 자극성하제 성분이 들어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살 때 사더라도 반드시 100% 다시마로만 이루어진 것인지 꼭 확인하세요. 이상한 성분이 들어가 있는 것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온갖 종류의 야채와 해조류를 충분히 먹는 것이 변비에서 탈출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이런 음식은 칼로리도 높지 않아서 살찔 염려도 없습니다. 밥 먹을 때 야채와 해조류를 많이 먹으면 변비를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밥을 줄이는 데도 한몫 톡톡히 하지요.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당질의 흡수 속도를 지연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살이 찌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변비에 도움이 되는 보조 식품 _ 변비는 밥상에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만약 음식을 통해서 식이섬유를 충분
히 섭취하지 못할 때는 그 대용 식품을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겠지요. 최선은 아니지만 적어도 차선이 될 수 있으니까요. 반수용성 식이섬유의 변비개선 효과를 노리는 식품 중에 차전자피가 있습니다. 이것은 실리(psyllium)이라는 식물로 우리나라에서 차전초, 즉 질경이라고 번역하기는 했지만 그것과는 다른 인도산 식물입니다. 이 씨를 차전자라고 하고, 그 씨껍질을 차전자피라고 하는데 차전자피는 약 90% 정도가 식이섬유로 구성되어 있는 고 식이섬유 식품입니다. 이 식이섬유는 별다른 화학 작용을 하지 않고 단지 물을 빨아들여 부풀어 오르는 물리적인 특성만을 갖고 있습니다. 차전자피를 물에 집어넣고 시간이 좀 흐르면 엄청나게 부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의료인들이 다른 변비약을 먹기전에 가장 먼저 권하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이런 식이섬유는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대장으로 내려가면서 수분을 흡수해서 대변의 양을 많게 해 줍니다.
 그래서 대변을 보고 싶은 신호를 일으키고요. 또 변이 부드러워지므로 장의 배변 운동이 정상적으로 잘 일어나게 합니다.
 다이어트로 인해 게을러지고 힘이 빠진 대장에게 일거리를 주니까 할 일이 없어 힘을 잃었던 장이 살아나는 것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대장이 일을 하게 하므로 인체 내부에서 칼로리 소비를 증진시키는 효과를 볼 수도 있고요. 그리고 부수적으로 이것을 먹으면 포만감이 생겨 식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지요. 변비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좋은 셈입니다. 단, 이러한 식이섬유를 섭취할 때에는 반드시 물을 많이 마셔야 합니다. 그래야 식이섬유가 
적절히 부풀어 올라서 변이 부드러워지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육식은 별로 안 하고 채식을 많이 하는데 왜 변이 잘 안 나오느냐는 분들이 있지요? 이런 분들은 채식은 많이 하지만 물은 잘 안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을 적게 먹으면 변이 단단해져 장폐색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을 충분히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식생활도 고치고, 운동도 하고, 아침 식사도 잘 챙겨 먹고, 스트레스도 적절히 잘 풀면서 살고 있는데도 변비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왜 그럴까요?
 이때는 몸속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전문 의료인의 진찰을 받고 몸 속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기가 허약한 탓일 수도 있고, 기가 정체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몸 안의 진액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고, 또 대장의 기능이 너무나 약화되어 있어서 거의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원인을 파악해서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변비약으로는 절대 변비를 못 고칩니다. 약은 그저 대변을 내보내주는 역할만 할 뿐 오히려 변비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대변을 내보내는 것과 변비를 고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변비의 원인


 변비의 원인은 대개 생활에 있습니다. 이때 생활 습관을 고칠 생각은 하지않고 변비약이나 변비에 좋다는 동규자차 같은 것만 찾으면 여러분은 결국 변비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변비를 고치려면 우선 자신에게 변비가 찾아온 원인부터 생각해 봐야 합니다.

똥이 될 원료가 부족해서 _ 여성들에게 변비가 찾아오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다이어트입니다. 대변은 몸속에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섭취했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겁니다. 그러므로 적은 양을 먹는다면 당연히 나오는 것도 적어집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한다고 굶으면 십중팔구 변비가 찾아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적게 먹어 온몸에 힘이 빠지니까 배변이 힘들 수밖에 없지요.
 물을 잘 마시지 않는 것도 변비의 원인이 됩니다. 화장실에 자주 가는 것이 귀찮고 물을 마시면 붓는다는 이유로 물을 잘 안 마셔서 변비도 생기고 건강도 나빠지는 겁니다.
 물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고 대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물을 안 먹으면 대변이 잘 만들어지지 않을 수밖에 없지요.
 충분히 물을 마시는데도 변비가 생긴다면 또 다른 원인을 찾아봅시다.

식사의 양 자체는 충분하지만 질이 안 좋아서 _ 먹거리 중에 사람의 소화효소로는 흡수 되지 않고 결국 대변으로 나가는 것을식이섬유라 합니다. 식이섬유야말로 대변의 주원료지요. 그런데 현대인의 식생활에는 점점 섬유질이 부족해지고, 반대로 변비를 생기게 하는 음식만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음식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첫째, 지방질이 많은 음식과 육류가 있습니다. 이런 음식들은 양껏 먹어도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비만, 고지혈증, 동맥경화를 유발하여 협심증, 심근경색, 중풍(뇌졸중), 당뇨병 등을 만들어 내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선진국이 되어갈수록 늘어나는 암이 바로 대장암인데, 엄밀히 말해서는 잘 살게 되어서라기보다는 육류 중심의 선진국 음식 문화에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육류 중심의 식생활이 보편화됨과 동시에 대장암의 발생비율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둘째, 정백(精白)한 쌀과 밀가루가 있습니다. 돌절구나 물레방아로 깐 쌀, 보리, 밀을 먹으면 변비에 좋으련만 이제는 그런 것을 구할 수 없지요. 확실하게 도정해서 하얗게 된 쌀은 먹기 좋고 맛도 좋을지 모르지만, 섬유질이 다 벗겨진 알갱이에 불과합니다.

 셋째, 부드러운 음식도 변비와 상관있습니다. 부드러운 음식은 섬유질을 많이 함유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소화기간을 약해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우유와 함께 대충 씹어 넘기는 빵 종류, 스프, 가루로 된 식사대용식, 이런 음식들은 입에서 씹는 작업 없이 바로 위로 넘어가고, 위장에서 반죽될 필요도 없이 바로 소장으로 넘어가서 흡수됩니다.

 입이 움직여야 위장도 움직이고, 위장이 움직여야 대장도 움직입니다. 부드러운 음식은 소화기관을 약하게 만드는 주범이 되죠.


아침을 안 먹어서 _ 변비가 있는 사람들은 대개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고, 또 아침을 안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침을 안 먹으면 살 빠지는 데도 도움이 되겠거니 생각하면서 부담 없이 아침을 거르죠. 하지만 이런 습관이 결국엔 살을 더 찌게 만들고, 변비도 생기게 합니다. 아침을 거르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아침 식사는 에너지를 채워 넣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거든요.
 대변은 배에 힘을 줘야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평상시에는 대장이 스스로 움직여야 대변이 밑으로 내려올 수 있습니다. 대장이 꽉 짜는 듯이 운동하는 것을 집단 연동 또는 대연동이라고 합니다. 대장은 하루에 4~5번 정도 집단 연동을 합니다. 그런데 이 운동은 특히 아침을 먹고 난 후에 잘 일어납니다. 아침을 먹고 나면 위장이 들어온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움직이는데 그것이 대장으로도 전달돼서 대변을 내보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침을 잘먹어야만 변비를 치료할 수 있습니다.


힘이 없어서 _ 물론 변비의 원인을 잘못된 식습관에서만 찾을 수는 없지요. 충분히 먹었는데도 그것을 밀어낼 수 있는 힘이 부족하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배에 있는 근육이 약해졌거나 기초체력이 약해져서 변비가 생기는 경우도 참 많습니다.
 배 부분의 근육 중 옆구리 근육인 복사근과 배 앞쪽의 근육인 복직근이 주로 배변에 관여합니다. 이 근육들의 힘이 빠지고 활동성이 줄어들면 배가나오고, 이 근육들이 튼튼하고 힘이 좋으면 힘을 잘 줄 수 있어 한 번에 시원하게 밀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복근의 힘만 좋다고 대변을 잘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변을 밀어내려면 우선 대장이 잘 움직여야 합니다. 대장은 마치 애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움직이기도 하고, 그네가 움직이는 것처럼 덜렁거리기도 합니다. 하루에 몇 번씩 집단 연동도 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대장의 움직임은 자율신경에 의해 조절되기 때문에 우리가 대장에 힘을 줄래야 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대장이 잘 움직이도록 하려면 기초체력을 키워야 합니다. 기초체력이 약해지면 결국 대장의 근육이 약해져서 잘 움직이지도 못하게 됩니다. 이럴 때는 대변을 봐도 시원해지지 않고 항상 아래가 묵직한 느낌이 듭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_ 스트레스 때문에 변비가 생긴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율신경조절 시스템에 대해 알 필요가 있지요.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생리활동 중 우리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얼굴을 찡그리는 것은 우리 의지대로 할 수 있지만 얼굴의 온도를 올리거나 내리는 것은 의지대로 할 수 없습니다. 숨 쉬는 속도는 조절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쉴 수도 있고 천천히 쉴 수도 있고 멈출수도 있죠. 그러나 심장이 뛰는 속도를 조절할 수는 없습니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면 자동적으로 위장이 꾸물거리고 위산도 적당히 뿌려지면서 음식물을 죽처럼 만듭니다. 하지만 세상에 자신의 위장을 더 빨리 움직이게 하거나, 위산의 분비량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동으로 조절되는 시스템을 자율신경계통이라고 합니다. 몸 밖의 기관들은 대개 우리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고, 몸속에 존재하는 기관들은 자율신경계통을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얼굴의 온도를 올리거나 내리는 것은 우리 의지대로 할 수 없지만 부끄럽거나 화가 나면 피가 얼굴로 몰려 얼굴이 빨개지고 뜨거워지듯, 심장이 뛰는 속도를 조절할 수는 없지만 긴장되거나 화가 나면 심장이 빨라지죠.
 마찬가지로 우리는 위나 대장을 맘대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화났을 때나 울적할 때 밥을 먹으면 위장이 잘 안 움직여 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화액이 너무 많이 분비되어 속이 쓰리기도 하죠. 설사나 변비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변비의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신경질과 짜증을 잘 내는 사람, 예민한 사람, 소심한 사람,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은 기의 흐름이 잘 막히기 때문에 자율신경조절 시스템도 잘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변비도 잘 생깁니다.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은 다이어트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됩니다. 매일 체중계를 오르내리면서 저울 눈금에 따라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기분 좋게, 건강을 위해서 다이어트 해야 합니다. 기분이 좋으면 변비도 풀립니다.

변비 때문에 살쪘다.는 얘기를 참 많이 듣지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변비 때문에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변비도 생기고 살도 찌는 것입니다. 물론 변비 때문에 체중이 늘 수는 있지요. 그러나 체중이 늘었다는 것과 살이 쪘다는 말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닙니다. 물을 세 잔만 마셔도 체중이 500g 늘어납니다.

 그러나 소변과 대변을 통해 500g을 다시 줄일 수 있습니다. 같은 몸이라도 저울 눈금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뀔 수 있습니다. 대변은 살이 되지는 않습니다. 대변이란 음식물이 이미 다 흡수되고 난 찌꺼기로 그것의 운명은 오로지 배설뿐입니다.



그녀가 변비에 걸린 이유

예전에 미국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선생님, 저 좀 살려주세요.
무슨 일이십니까?
저는 변비약을 하루에 200알씩 먹어요!
변비 때문에 고생하는 여성들을 많이 봤지만 꽤 심각한 경우였습니다. 절망적인 목소리로 하소연하는 그녀의 상담 요청에 저는 쉽게 수화기를 내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정연(가명)에게 변비가 찾아온 것은 3년 전 유학차 미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였습니다. 그녀에게 찾아든 갖가지 변화 중에는 식탁의 변화도 있었습니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한식으로 식사를 챙기기란 불가능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아침은 토스트와 우유, 점심은 핫도그와 콜라, 저녁은 비스킷 몇 개로 끼니를 때우게 되었죠. 설상가상으로 영어에 대한 두려움, 향수병, 외로움들이 그녀를 찾아와 식욕마저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십시오.
 대변이란 입으로 들어간 음식물이 소화되고 남는 찌꺼기가 물과 함께 반죽되어 나오는 것입니다. 이 찌꺼기의 대부분은 섬유질인데,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어야 대변으로 나오는 것도 많아집니다.
 하지만 그녀가 미국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느라 먹었던 음식은 섬유질이 거
의 없는 음식이었습니다. 그것도 불규칙하게 먹었으니 변비가 생기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녀에게 생긴 문제는 비단 변비만이 아니었습니다. 몸이 자꾸 붓고 피로하고 군살이 붙었습니다. 그녀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이라는 척박한 땅에서 그나마 자존심과 자신감을 지탱해 주던 최후의 보루가 바로 늘씬한 몸매였는데 그것마저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한 까닭입니다. 그녀는 이 모든 원인이 변비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변이 몸 밖으로 나가지 않으니까 살이 찐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러나 이 잘못된 판단은 그녀를 몇 번씩이나 죽음의 고비로 몰고 가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그녀가 살찐 원인은 결코 변비가 아니었습니다. 원인은 잘못된 식생활에 있었죠.
 그녀가 주로 먹던 음식인 빵, 버터, 잼, 콜라, 비스킷 속에는 고칼로리의 당질과 지방질이 들어 있었습니다. 같은 양의 당질과 지방질을 먹더라도 섬유질과 함께 섭취하면 그 흡수 속도가 훨씬 느려지기 때문에 쉽게 살이 찌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식탁에 야채는 거의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섬유질의 견제 없이 들어온 당질과 지방질은 그녀의 몸속으로 재빠르게 흡수되어 살을 불리고 있던 것입니다.
 그녀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영양을 평가해 보면 당질과 지방질 같은 대량 영양소는 넘쳐났습니다. 반면, 비타민, 무기질 같은 미량 영양소는 턱없이 부족했지요. 섬유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변비와 
부종이 생기고, 피로를 느끼고, 살이 찌는 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원인은 생각지 않고 변비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약을 먹으면 대변이 시원하게 나와서 배가 가벼워지고 몸도 가벼워지는 것 같았으니까요. 변비약을 맹신하게 된 것이죠. 한 알만 먹어도 대변이 나오던 것이 나중에는 10알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점차 양을 늘려가다가 급기야 200알까지 먹게 된 것입니다.
 변비약은 대부분 대장이 꿈틀거리면서 대변을 밀어낼 수 있도록 채찍질을 해 주는 자극성하제에 속합니다. 그런 심한 채찍질이 계속되
다 보면 결국 대장이 마비됩니다. 완전히 마비되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 대장을 잘라내고 대변 주머니를 옆구리에 차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자극성하제를 오랫동안 과도하게 복용하면 체내의 전해질 균형이 깨져서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녀도 변비약을 과다복용 하다가 쓰러져서 중환자실에 입원해 죽을 고비를 넘긴 일이 세 차례나 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된 것은 그녀의 무지와 오해 때문이었습니다. 변비 때문에 살이 찌고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변비약을 수백 알씩 집어 들게 만든 겁니다.
 이렇게 살을 빼기 위해서 변비약이나 이뇨제를 복용하는 여성들을 종종 봅니다. 일시적으로 대변이 나오고 붓기도 빠지다 보니까 자꾸 약에 손을 대지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증세는 점점 악화될 뿐입니다. 이렇듯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을 고수하는 일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꼴이나 다름없습니다.

 변비에 지나치게 민감한 여성이 많습니다. 변비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 중에는 하루라도 대변을 보지 못하면 갑갑해하지요. 몸이 아니라 마음이 갑갑한 탓입니다. 그들은 변비 때문에 체중이 늘고 배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노폐물이 자신의 뱃속에 들어 있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하고요.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때 치료해야 할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변비는 병이 아니라 증상이기 때문에 변비냐 아니냐를 진단하기 애매하고, 사람마다 변비의 기준이 다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변비란, 배변 간격이 정상일 때보다 길어질 때, 배변 횟수가 잦지만 잔변감이 느껴질 때, 변이 딱딱해서 배변 시 통증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럴 때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무서운 변비약


 대변을 보면 체중이 줄까요? 물론 그만큼 줄기는 하지만 그것은 수분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대변을 보고 체중이 200g이라도 줄면 마음이 편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빠져나올 변인데 몸에도 좋지 않은 변비약을 써가면서 빨리 빼낼 필요는 없습니다. 좀 오래 머물러 있다고 똥이 살로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더군다나 변비약은 무시무시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극성하제 변비약은 처음엔 한 알만 먹으면 바로 자극을 받아 금방 장이 움직여서 대변을 잘 밀어냅니다. 그러나 반복할수록 점점 자극에 둔감해져서 나중엔 더 많은 약이 필요하게 됩니다. 급기야 대장이 뻗어버리기까지 하지요.
 자극성하제 약은 대장으로 물이 쏟아져 나오게 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탈수 증상이 나타나고, 나트륨(Na), 칼륨(K), 염소(Cl) 같은 전해질이 빠져나와 심각한 전해질 불균형 상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포타슘(K, 칼륨) 이온이 자꾸 빠져나오면 근육의 힘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결국 대장의 힘이 더욱 떨어지고, 온몸에 기운이 빠집니다.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은 심장인데, 심장의 근육이 극도로 무력해지면 결국 심장이 멈추게 됩니다. 해마다 과도한 다이어트와 변비약 복용으로 죽는 사람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한 자극성하제 약 때문에 갑작스럽게 수분이 빠져나오면 우리 몸의 수분조절 기능은 혼란을 겪게 됩니다. 그런일을 자주 겪을수록 우리 몸은 대비책을 마련합니다. 물이 잘 빠져나가지 못 하도록 시스템을 바꾸지요. 그래서 결국 몸이 자꾸 붓게 되는 겁니다. 이것이 변비약을 자주 먹는 사람들에게 부종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자, 이제 여러분에게 변비가 왜 찾아왔는지 그 원인을 차근차근 분석해 보겠습니다.

 나잇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식습관이 달라지지도 않았는데 살이 찐다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죠. 물론 식습관과 생활 습관이 옳은지 하나하나짚어봐야 하겠지만 그 말이 사실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기 낳고 1년에 1씩 늘더니 어느새 70㎏이 되었다는 아주머니, 바지 사이즈가 해마다 늘어간다는 아저씨들이 많습니다. 나잇살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살이 찐다는 것은 섭취한 에너지가 모두 소비되지 않고 남아돌기 때문에 몸 안에 지방으로 쌓이는 것입니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은 노느라 자라느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합니다. 아이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죠. 앉는 것보다 서는 것을 좋아하고, 서 있는 것보다 돌아다니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동안 키가 자라고 몸집도 커지고 근육과 뼈도 단단해집니다.


 아이는 봄, 청소년은 여름입니다. 하지만 그 시기를 넘어서면 우리 몸은 가을과 겨울로 접어듭니다. 소비하기보다는 갈무리하는 시기죠. 나이가 들면 아이들과 많은 게 달라집니다. 움직이기도 싫어할 뿐더러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소비가 적습니다. 이렇듯 소비는 적어졌는데, 밥그릇 크기가 여전하면 똑같이 먹더라도 살이 찔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나이가 들면 기운이 떨어지니까 많이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억지로 많이 먹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먹은 게 힘으로만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애당초 먹는 게 적어서 기운이 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점잖은 행동 때문에 활동량은 늘지 않는데 기운 내겠다고 많이 먹는다면 살찌는 길로 직행하는 것 아닐까요?
 나이가 들수록 소식하고 또 규칙적으로 시간 내서 운동을 하는 것. 이것이 나잇살을 이겨내는 지혜로운 섭생법입니다.



비만을 부르는 질병


 지금까지 의식과 생활 습관에 문제가 있어 살이 찌는 경우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분명 사고방식에 문제가 없고 생활 습관도 아주 좋은데 살이 찌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는 마음이 아니라 몸이 문제인 경우입니다. 체질적인 문제 또는 어떤 특정한 질병이 생긴 경우입니다. 체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비만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병은 갑상선기능저하증과 다낭성 난소증후군같은 내분비계통 질환입니다. 갑상선은 우리 몸에서 신진대사를 촉진시켜주는 갑상선 호르몬을 생산하는 기관으로 목 부위에 있습니다.
 만약 갑상선의 기능이 저하되면 갑상선 호르몬의 생산이 저조해지고 신진
대사가 저하됩니다. 마치 물에 푹 젖은 솜처럼 기운이 없고, 몸은 으슬으슬 추위를 잘 느끼고, 머리는 멍하고 기억력이 점점 떨어지고, 피부가 건조해지고,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해지고, 몸이 잘 붓고, 체중이 늘어납니다. 특히 다리가 많이 붓습니다.
 손가락으로 정강이 부분을 누르면 푹 들어가서 손가락 자국이 생길 정도가 됩니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성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인해서 비만, 무월경, 난임(불임), 여드름, 다모증과 같은 증상을 초래하는 질환입니다.
 자신의 생활 습관이 특별히 변한 것도 없는데 갑자기 이런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도록 하세요.
 비만 때문에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약을 먹고 살이 찐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스테로이드제라고 알려진 부산피질 호르몬제를 남용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주로 관절염, 피부염 등 각종 염증에 이런 약이 처방되는 경우가 많죠. 이를 과도하게 복용할 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이 바로 비만입니다. 

 얼굴이 달덩이처럼 둥글게 변하고(moon-face), 뱃살과 목살, 그리고 어깨살이 두꺼워지는 것이 특징적인 비만 양상입니다.
 이렇게 찐 살은 그저 단순하게 생활 습관이 나빠서 살이 찐 경우보다 훨씬 더 살 빼기가 어렵습니다.

 또 피임약이나 신경안정제 계통의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살이 찌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특별히 생활 습관이 나빠진 것도 아닌데 살이 쪘다면 혹시 이런 종류의 약을 복용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기 낳고 살쪘다는 엄마들을 자주 만납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기를 낳고서 살이 찐 것이 아닙니다. 아기를 가졌을 때부터 살을 찌우고 있던 것 입니다. 미혼인 여성들도 나중에 아기 낳고 살쪘다는 말을 하지 않으려면 이 대목을 주의 깊게 읽으셔야 합니다.
 정상적인 남편을 둔 경우,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부터 아내는 왕비가 됩니다. 아기를 갖은 여성은 행여나 잘못될까 봐 뛰지도, 무리해서 일하지도 않습니다. 먹고 싶은 건 언제나 남편이 사다주지요. 두 사람 몫을 먹어야 한다며 평소보다 두 배로 먹습니다. 아무리 식탐을 내더라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죠. 그렇게 열 달을 보내면서 살이 찝니다. 임신기에 잘 먹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문제는 출산 후에도 임신기의 습관이 지속 된다는 데 있습니다.

 산후조리를 잘못하면 평생 고생한다는 말에 온갖 기름진 것은 다 먹죠. 심지어 많이 안 먹으면 시어머니한테 혼나기 때문에 억지로 먹기도 합니다. 일어나서 움직이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고 꼼짝도 않는 산모들이 꽤 많습니다.
 그러나 일어나서 걸을만할 때는 움직여야 부기도 금방 가라앉고 자궁수축도 잘 됩니다. 산후조리를 잘 하는 것, 임신 중에 잘 먹고 절대 안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살을 찌우는 것은 곤란합니다. 이렇게 임신과 출산 과정을 지나면서 여자들은 몸도 마음도 아줌마로 변합니다. 물론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여성의 몸은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여건에 처하게 됩니다.
 

 우선 출산 후 아이에게 젖을 주기 위해 지방을 비롯한 영양을 비축해야 합니다. 아이가 통통하게 젖살이 오르면서 무럭무럭 성장하기 위해서는 칼로리가 높은 양질의 지방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영양분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이됩니다. 그런데 분유를 먹이는 엄마들이 모유 먹이는 엄마들처럼 먹으면 그 지방이 결국 고스란히 자신의 몸에 쌓임을 알아야 합니다.
 출산 후에 점점 살찌기 쉬운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여성은 일생 동안 생리적으로 네 번 변화의 시기를 겪죠. 여성 호르몬이 처음 나오기 시작하는 사춘기, 뱃속에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하는 임신기, 그 생명이 몸 밖으로 나오는 출산기, 그리고 생식 능력을 잘 마무리하는 숭고한 
갱년기. 이 중에서 가장 급격하게 변화를 일으키는 때가 바로 출산기입니다. 임신도 갑작스런 변화이기는 하지만 출산은 그보다 더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출산의 과정에서 산모의 관절과 근육은 거의 찢어질 듯한 고통을 겪고 세상 밖으로 아기가 나오면 산모의 체내 상황은 그야말로 급변하여 기와 혈이 큰 병을 앓은 것처럼 탈진되고 맙니다. 기혈의 소모는 신진대사의 저하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음식의 섭취량만 많아지면 남는 에너지는 쌓여 결국 살이 될수밖에 없지요. 또 수분대사마저 원활하지 못하면 몸이 붓기까지 합니다.


 비만에 대해 얘기하면 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비만클리닉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설문 조사를 해 보면 일주일에 수차례씩 술 마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분명하게 말합니다. 약을 마시는 것보다 술을 안 마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이죠.

 알코올은 그 자체가 지방으로 축적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술은 살이 찌지않는다는 어설픈 추론을 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그러나 이론은 제쳐두고라도 현실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죠. 소위 술꾼이라 하는 사람들은 모두 배가 나와 있습니다. 알코올은 지방으로 전환되지 않는 데 왜 배가 나올까요?

 당질은 1g당 4㎉, 지방은 9㎉의 열량을 냅니다. 알코올은 1g당 7㎉의 에너지를 내니까 고열량 식품이지요. 그러면서도 영양가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알코올을 일컬어 텅 빈 칼로리(Empty Calorie) 식품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알코올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그것도 에너지원으로 설쳐댑니다. 그러면 알코올에 밀려서 사용되지 못한 다른 에너지원은 남아돌게 됩니다. 남는건 어디로 갈까요? 에너지 저장 창고인 지방 조직으로 가서 쌓입니다. 그러므로 알코올은 그 자체가 살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성분이 살이 되도록 하는 셈이죠. 술을 마실 때는 많은 안주를 함께 먹게 될 뿐만 아니라 보통 저녁에 마시지 않습니까.
 물론 술은 적당히, 적절히 먹으면 삶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칫 조금만 중독돼도 사람을 방탕으로 끌고 갈 수 있지요. 과음했을 때는 지방간, 간경변 등 질병을 낳기도 합니다. 특히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은, 술은 서너 잔만 마셔도 밥 한 공기만큼의 칼로리를 가진 대표적인 고열량 음식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퇴보를 위한 진보


 지금까지 살이 찌는 주된 이유를먹는 것에서 살펴보았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이 있다면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적절한 양만 먹더라도 전혀 소비하지 않는다면 남는 에너지는 많아지게 마련이죠.

 비만 때문에 고혈압과 당뇨가 생겼던 모 기업 부장 김 모 씨(48세). 그의 팔 다리는 비교적 가늘지만 배는 불룩하게 나와 있었습니다. 김 모 씨의 아내는 복부비만이 각종 성인병의 근원이라는 것을 알고 남편을 억지로 끌고 온듯했습니다.

 그는 아파트 13층에 살고 있었는데 하루 일과는 이러했습니다.


출근할 때 현관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세 발자국 정도 걷습니다. 주차장까지 
30보, 차를 타고 페달 밟느라고 발을 좀 까딱까딱합니다. 회사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약 30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사무실 책상까지 30보 정도 걷습니다. 회사 지하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갑니다. 가끔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합니다. 퇴근할 때에는 아침에 출근했을 때의 과정을 그대로 되돌아갑니다.


이 경우 그냥 2,000㎉정도만 먹어도 살이 찔 수 있습니다. 그저 살아 숨 쉬는 데만 에너지를 쓸 뿐 거의 움직임이 없기 때문입니다.

 직장에 들어간 뒤로 살이 쪘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에게 왜 그럴까요?라고 물으면 보통 이렇게 대답합니다.회식 자리도 많고…….하지만 회식보다 더 큰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비만클리닉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직업을 보면 디자이너들이 많습니다. 편집 디자이너, 웹 디자이너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들도 꽤 됩니다. 이들은 자리에 앉으면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옴짝달싹하지 않습니다. 종일 하는 일이란 모니터를 노려보며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는 일입니다. 꼭 이런 일이 아니라도 하루 내내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은 살이 찔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이 온통 자동화되는 바람에 사람들이 본의 아니게 게을러지고 있습니다. 창문도 리모컨으로 닫고, 형광등도 리모컨으로 끄는 세상입니다. 쇼핑도 인터넷으로 하고 계단이 텅텅 비었는데도 줄 서서 에스컬레이터를 타지요. 스트레스 때문에 살이 찐다는 사람들도 참 많습니다. 물론 스트레스는 그 자체만으로 살이 찌기도 합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뭔가 꽉 막히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지고 몸이 붓고, 으, 쌓인다 쌓여.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쌓이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옵니다. 기(氣)가 쌓이고, 물과 지방이 쌓이고, 몸에서 발산이 일어나지 않고 꾹꾹 뭉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살이 쪘다고 말할 때 앞뒤를 잘 분별해야 합니다.
 스트레스는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먹는 것으로 풀기 때문에 살찌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스트레스는 그저 자극일 뿐입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 자극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인 자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하기보다 그것을 건강한 방법으로 푸는 나름의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살 빼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다짜고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저는 항상 이 질문으로 대꾸합니다.
 “당신은 왜 살이 쪘다고 생각하세요?
 사실 살 빼는 방법이 뭐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살이 찐 원인을 잡아서 없애면 되죠. 만약 종일 방에서 뒹굴며 지내는 사람이라면 벌떡 일어나 동네 한 바퀴 뛰는 게 살 빼는 비결입니다.
 그런 사람이 자기 생활 습관은 생각도 하지 않고 식사 후 내내 텔레비전을 보면서 살 빼는 한약을 먹는 건 그야말로 넌센스죠.
 살 빼기의 시작은 자신이 살찐 원인을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습니다. 살찐 원인을 알면 대책도 나옵니다. 살이 
찌는 원인을 단 한마디로 요약하면, 섭취하는 에너지가 소비되는 에너지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필요로 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이 섭취했든, 섭취한 에너지를 미처 다 소비하지 못했든 간에 말입니다.

 섭취하는 에너지가 많다는 건 두 가지 면에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첫째, 먹는 양이 많은 경우. 둘째, 많이 먹지는 않아도 살찌기 쉬운 음식만 좋아하는 경우입니다.
 살찌는 원인 중 으뜸은 많이 먹는 것입니다. 비만인 중에는 자신이 많이 먹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도 있고, 그저 평균적인 식사량을 먹는다며 결백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먹는 것을 물만 빼고 다 적어오라고 수첩을 하나 내줘요. 살 빼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고안한 수첩이죠. 이 수첩에 적어온 내용을 보면 진짜 많이 먹는지 안 먹는 지 결국 드러납니다.
 수첩에 적어온 내용을 보면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습니다. 라면을 먹은 뒤에 밥 말아 먹는 것으로 마무리하지 않으면 섭섭한 사람, 뷔페에 가면 서너 접시는 기본인 사람, 배가 부르지 않으면 덜 먹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집에 뭐 먹을 거 없나 호시탐탐 냉장고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 밤마다 야식을 먹어야 잠이 오는 사람, 돼지고기는 삼겹살이 최고이며 닭은 껍질이 제일 맛있다는 사람……. 이 중에 속한다면 많이 먹어서 비만인 경우입니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들 가운데 슬슬 살이 찌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죠. 결
혼 후 마음이 편해서 그런 것이라고 하지만 곰곰이 따져 보면 먹는 양이 많아져서 그런 겁니다. 데이트할 때는 밤에 주로 돌아다니거나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결혼하면 밤에 우리 뭐 시켜 먹을까? 우리 뭐 사다 먹을까?가 주된 대화입니다. 밤에 먹으면 그대로 살로 갑니다. 음식 역시 치킨, 피자,빵, 과자, 아이스크림, 술 등 살찌기 쉬운 것들이죠. 전업 주부인 경우, 남편은 직장 보내고 애들도 학교 보낸 뒤에 텔레비전으로 무료함을 달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냥 보지 않고 뭔가 줄기차게 먹으면서 말입니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때도 용량보다 많이 들어가면 흘러넘칩니다. 그러나 사람의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용량을 초과해도 일단은 계속 들어갑니다.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딱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남는 것은 몸이 알아서 배출하면 좋을텐데 안타깝게도 사람의 몸은 그렇지 않죠. 남으면 몸 밖으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쌓아둡니다. 중증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 한 남는 것은 그대로 저장되는 것입니다. 저장 창고는 다름 아닌 지방조직. 창고가 차면 찰수록 지방은 혈액 중에도 많이 떠다니게 됩니다. 혈액 중에 필요 이상으로 떠다니는 지방은 때로 독이 되어 각종 질병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어느 날 살 좀 빼달라며 찾아왔던 50대 아주머니는 먹는 것도 없는데 살이 찐다며 하소연했습니다. 과연 먹는 것이 없을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여기서 먹는 것이 없다는 것은 밥만 안먹는다는 것을 말하죠. 역시나 그 아주머니는 밥 대신 과일만 먹었답니다.
 과일은 살이 찌지 않는다나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한 주부 대상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주부들에게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이 무엇이냐고 설문을 조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1위는 현미, 2위는 과일, 3위는 해조류였습니다. 현미와 해조류는 맞는 말이지만 과일은 아닙니다. 과일에 들어 있는 당은 대부분 포도당, 과당, 설탕 등의 단순당류입니다. 단순당은 몸 안에 쉽게 흡수되고 지방으로 전환되어 몸에 쌓이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과일이 살이 안 찐다는 말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말은 과일이 몸에 좋다는 말이 와전된 것입니다. 물론 과일은 설탕을 먹는 것보다는 살이 덜 찌죠. 그러나 과일은 살이 안 찐다는 환상 속에서 저녁을 굶고 많은 양의 과일로 배를 채우면 오히려 살을 찌운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또한 아침도 굶고, 점심은 조금 먹고, 저녁은 거의 먹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살찌기 쉬운 것들만 먹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남들이 꼬박 챙겨 먹는 세 끼 식사는 안 하면서 수시로 군것질을 하는 경우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가방을 열어보면 항상 초콜릿과 비스킷이 들어 있고 커피도 설탕과 크림을 잔뜩 넣어서 하루에 몇 잔씩 마십니다. 만약 다섯 잔을 마신다면 설탕 열 스푼을 먹는 셈이죠.

 변비가 생기면 살이 찔까봐 걱정돼서 하루에 요구르트를 몇 개씩 먹습니다. 그게 설탕, 과당 덩어리인 줄도 모르고 말이죠. 그리고 저녁은 살찐다며 조금 먹거나 굶은 뒤, 밤이 되면 입이 심심하다며 과일을 먹습니다. 과일 주스는 몸에 좋은 줄 알고 몇 잔씩 마십니다. 설탕물인 줄도 모르고요. 기껏 끼니를 챙겨 먹어도 밥보다는 빵, 패스트푸드, 서양식 메뉴를 즐겨 먹고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 합니다. 살찔까봐 저녁밥을 굶고, 기운 없다며 드러누워 텔레비전을 봅니다. 그냥 보면 심심하니까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과자에 연신 손이 갑니다. 그 과자 한 봉지의 칼로리가 밥 한 공기의 칼로리 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도 모르고요. 차라리 배부르게 밥 한 공기 먹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는 편이 다이어트에도 이롭고, 건강에도 이로울 텐데 말입니다.


 유행 다이어트 중에는 밥 대신 먹는 생식, 선식과 같은 가루제품 다이어트가 있습니다. 방문판매나 네트워크 영업 방식으로도 많이 판매되고 있지요. 생식이라 하면 일회용 봉투에 들어 있는 생식제품을 떠올리죠. 그러나 생식과 생식제품은 다릅니다. 생식이란 곡식, 야채, 과일을 조리하지 않고 그냥 먹는 것을 말합니다. 열을 가해서 조리를 하다 보면 비타민과 무기질 같은 영양소가 손실될 수 있기 때문에 날로 먹자는 말이지요. 참 좋은 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식의 긍정적인 면이 바른 식생활 운동으로 이어지면 좋으련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현대인이 정신없이 살아가면서 각종 곡식, 야채, 과일을 골고루 챙겨 먹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생식제품이 등장했죠. 그런데 생식제품이 식사를 대신하게 된 것은 심 히 유감스럽습니다. 생식제품은 보통 가정에서 대충 먹는 식사로는 부족한 영양성분을 보충해 주는 정도로 활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밥상을 다 밀어 젖히고 그 자리를 독차지해서는 안 됩니다. 생식으로 다이어트 하라는 말은 무엇일까요? 밥 대신 생식가루를 물에 타서 먹으라는 것입니다. 이게 참, 사람 잡는 방법입니다.


 생식 한 봉지는 100~200㎉정도입니다. 한 봉지 걸쭉하게 타 먹으면 뭔가 몸에 좋은 거 먹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그러나 몸은 편하지 않죠. 생식만으로 세 끼를 해결하고자 하면 이것은 거의 단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에 한 끼든 두 끼든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다이어트 법이 될 수 없습니다. 가장 좋은 다이어트는 자신의 식습관과 식사 내용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생식 다이어트는 기존의 다이어트 식품들이 흔하게 제시하는 방법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루로 먹는 식사대용식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물에 타서 꿀꺽꿀꺽 삼킵니다. 앞니, 어금니, 송곳니가 있는 성인이 유동식을 먹는다는 것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것이죠. 유아들은 치아가 없기 때문에 젖을 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치아가 날 때부터는 이유식을 먹습니다. 이유(離乳)란 젖을 뗀다는 말입니다. 돌쯤 되면 윗니 아랫니가 네 개씩 나고, 두 돌쯤 되면 이가 거의 다 납니다. 그때부터는 음식을 씹어 먹으라는 말입니다. 음식을 씹어야 두뇌의 발달이 왕성해지고, 침이 분비되어 소화력이 좋아집니다. 이것은 자연의 섭리죠. 성인이 유동식으로 식사할 때는 몸이 아파 씹을 기운도 없을 때, 아니면 급체 등으로 소화력이 많이 떨어졌을 때입니다. 그렇지도 않은데 유동식을 먹으면 몸에 몇 가 지 이상이 생깁니다.
 첫째, 위장의 기능이 저하됩니다. 위장의 임무는 음식물을 반죽하는 것인데 반죽할 거리도 없는 음식으로만 배가 채워지면 위장의 활동량은 줄어들죠. 팔다리를 오래 안 쓰면 가늘어지듯이 위장의 근육도 점점 약해져서 반죽 능력이 없어집니다. 그렇게 길들여진 위장은 정상적인 식사로 돌아왔을 때 제 기능을 못해 소화 장애를 유발하는 겁니다.
 둘째, 씹지 않으면 두뇌 회전이 떨어집니다. 치아가 다 빠진 노인은 치매가 오기 쉽습니다. 씹지 않기 때문이죠. 치아를 딱딱 부딪치면 뇌의 기능이 활성화되고 뇌혈류가 왕성해집니다. 그런데 씹지 않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면 어찌 되겠습니까.
 셋째, 음식 고유의 맛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음식은 고유의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맛은 인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요. 한의학에서는 맛을 다섯 가지로 분류해서 산고감신함(酸苦甘辛鹹), 즉 오미(五味)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매운맛은 몸을 확 달아오르게 만들면서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줍니다. 신맛은 몸이 과도하게 발산되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하고요. 그런데 그런 맛을 느끼기도 전에 목구멍으로 넘긴다면 혀가 맛을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음식의 역할이 제대로 발휘될 리가 없겠죠. 생식이건, 선식이건, 다이어트 식품이건, 밥상을 밀어제치고 대신 먹으라는 것은 굶기 다이어트와 다름이 없습니다. 앞서 말한 굶기 다이어트의 허망함과 부작용을 다시 한번 상기하세요.



덴마크 다이어트


덴마크 다이어트는 2주 동안 특정한 식단으로 살을 빼는 집중 프로그램입니다. 덴마크의 어떤 국립병원에서 시행하는 방법이라고 해서 덴마크 다이어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국립병원에서 이것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은 유언비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덴마크 다이어트의 방법은 이렇습니다.


첫째 날 : 아침은 삶은 달걀 3개, 자몽 1개, 토스트 1장, 연한 블랙커피 1
잔. 점심은 삶은 달걀 3개, 토스트 1장, 연한 블랙커피 1잔. 저녁은 삶은 달
걀 3개와 야채 샐러드. 야채는 오이, 인삼, 샐러리 등이며 드레싱은 식초로
만든다.
둘째 날 : 아침은 삶은 달걀 1개, 자몽 1개, 연한 블랙커피 1잔. 점심은 삶
은 달걀 2개, 자몽 1개, 토스트 1개 그리고 연한 블랙커피 1잔. 저녁은 쇠고
기 스테이크, 토마토 1개, 샐러리, 식초를 가미한 야채, 그리고 연한 블랙커
피 1잔.


(중략)


일곱째 날 : 아침은 삶은 달걀 2개, 자몽 1개, 연한 블랙커피 1잔. 점심은
삶은 닭고기(차게 식혀서), 토마토 1개, 자몽 1개, 연한 블랙커피 1잔. 저녁은
야채수프(토마토, 당근, 양파, 양상추), 닭다리 1조각(차게 식혀서), 토마토 1개, 익
힌 양배추, 샐러리, 자몽 1개, 연한 블랙커피 1잔.



 과연 이렇게 2주 동안 먹을 수 있을까요? 왜 하필 오렌지도 아니고, 레몬도 아니고, 제주 감귤도 아니고 자몽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 이 다이어트를 할 때 커피는 블랙으로 먹어야 하고, 어떤 요리든 절대 소금이 들어가서는 안 되고, 고기는 양념하지 않고 그냥 구워 먹어야 하고, 샐러드에는 드레싱을 뿌려도 안 되죠. 아마 보통의 한국 사람이라면 미쳐버릴지도 모릅니다.
 재밌는 건 철저하게 이 식단대로 해야지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소용이 없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무슨 마법의 약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효력이 없어진다니!
 자, 이대로 2주 동안 잘 버텨서 결국 살이 5㎏ 빠졌다고 합시다. 그동안 망가진 몸은 어찌할까요?
 이 방법의 요체라 하는 것은 달걀과 자몽이 빚어내는 뭔지 모를 화학작용, 그리고 탄수화물 안 먹기라고 합니다. 그러면 지방이 줄어든다는 것인데 물론 지방이 조금은 감소할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빠지는 것은 주로 수분과 근육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즉 몸을 축내는 황당 다이어트계의 수장인 셈이죠.
 덴마크 다이어트에 대한 질문을 꽤 많이 받습니다. 이때마다 저는 한마디로 미친 짓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이 방법대로 하면 달걀과 자몽이 몸속에서 묘한 짬뽕을 이루면서 뭔지 모를 화학작용을 일으켜 살이 빠진다고요? 심
지어 체질이 변해서 탄수화물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니요? 정말 체질이 그렇게 바뀌면 바보가 되거나, 아니면 그 전에 죽게 될 겁니다. 탄수화물이 없으면 뇌가 전혀 활동을 할 수 없고, 급기야 인체는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 다이어트 법은 남에게도 해를 주는 못된 다이어트입니다. 달걀방귀의 위력을 아십니까?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죠.



황제 다이어트


미국의 닥터 애트킨스(Atkins)가 고안했기 때문에 애트킨스 다이어트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다이어트 법이 황제 다이어트라고 불리게 된 것은 국내 최고 재벌 그룹의 회장이 이 방법으로 체중을 좀 줄였다는 사실이 알려진 덕분입니다. 역시 돈 많은 사람이라 황제처럼 다이어트를 하구나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끼니마다 먹고 싶은 만큼 육류와 생선을 먹습니다. 야채는 상추, 오이, 무만 먹습니다. 버터, 치즈, 기름은 탄수화물이 없으므로 먹어도 좋고, 과일은 수박 한두 조각과 레몬주스 외에는 먹지 않습니다. 설탕 외의 조미료와 식초,마요네즈, 소금은 먹어도 무방하며 물, 차, 커피(가능하면 카페인 없는 음료)는 
마셔도 됩니다. 처음 2주간은 허용된 식품 이외에는 먹지 않되, 비타민 C의 부족을 채워주기 위해 비타민제를 먹습니다.


먹을 수 있는 식품의 예 : 육류(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 오리고
기), 모든 생선, 새우, 게, 가재, 달걀, 두부, 야채(상추, 오이, 무, 호박, 시금치,
피망, 토마토), 버터, 치즈, 기름, 지방, 양념(조미료, 식초, 마요네즈, 소금), 음
료수(물, 차, 커피, 적포도주, 소주, 위스키)

먹어서는 안 되는 식품의 예 : 밥, 밀가루 음식(우동, 라면, 빵, 케이크), 전
분이 들어간 음식(대부분 중국요리), 감자, 고구마, 당근, 마늘, 양파, 대추,
김, 미역, 다시마, 과일 통조림, 밤, 감, 건포도, 바나나, 사과, 배, 포도, 귤, 땅
콩, 초콜릿, 옥수수기름, 설탕, 꿀, 잼, 매실주, 맥주, 청주 등

이 방법은 다이어트계의 고수들만 감행할 수 있는 방법인데 보통 사람은 3일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앞서 말한 덴마크 다이어트를 한 사람들은 그래도 간혹 만나봤지만 황제 다이어트를 꾸준히 실천했다는 사람은 좀처럼 만나기 어렵죠.

그 이유는 첫째, 돈이 많이 듭니다. 둘째, 김치 없이는 못 사는 한민족으로서 고추장이나 김치가 먹고 싶어서 도저히 견딜 수 없습니다. 셋째, 사회생활을 딱 끊고 도 닦는 마음으로 집에만 있지 않는 한 도저히 실현 불가능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가능한 방법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우리나라 음식 문화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혼자서 매끼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를 먹을 수도 없죠. 고깃집에 가서 가위와 집게로 고기 뒤집으며 청승을 떨 수도 없지 않습니까. 
 과거에 황제 다이어트를 2주 정도 했다는 사람과 상담을 할 때는 저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합니다.

 미국에서는 닥터 애트킨스가 고안한 이 다이어트 법에 대한 찬반 논란이 많습니다. 애트킨스 쪽에서 이 방법이 체중감량의 효과도 있고 건강에도 좋고, 각종 질병의 예방에 좋다는 논문을 발표하죠.
 그러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건강에 해롭고 각종 성인병을 일으킨다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모두 다 임상 실험을 거친 논문이고, 근거도 양쪽 다 그럴듯 합니다. 과연 누구의 말을 믿겠습니까? 제 말을 믿으세요.
 키 170㎝에 체중이 90㎏ 가까이 나가는 회사원 김 모 씨(남, 38세)는 정기 건강검진에서 옐로우 카드를 받았습니다. 고혈압에 고지혈증, 지방간까지 있다는 것이었죠. 담당 의사에게서 앞으로 큰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체중을 반드시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방질이 많은 육류를 피하라는 엄명도 받았죠. 평상시 기름진 음식과 튀긴 음식을 좋아했던 그는 이 말이 좀 짜증스럽게 들렸지요. 그래도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을 위
해서 무병장수해야 할 것 같아 다이어트를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김 씨는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음식을 배불리 잔뜩 먹으면서 얼마든지 살을 뺄 수 있다는 황제 다이어트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김 씨에게는 참으로 신나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었죠. 그날 이 후로 김 씨는 자기가 좋아하던 고기, 삼겹살, 튀김 같은 것을 원 없이 먹어 댔습니다. 물론 밥은 안 먹었고요.
 그러나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제 아무리 고기를 좋아하는 김 씨라 하더라도 매일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다이어트를 계속하고 싶었던 김 씨는 그저 허기를 달래는 정도의 양만큼만 고기를 먹었습니다.
 그렇게 지낸 지 2주가 되었을 때 그의 체중은 2㎏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체중이 줄어든 것은 좋았지만, 원하지 않던 증상들이 생기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면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고 늘 찌뿌둥한 게 컨디션이 신통치 않았죠. 입 냄새는 왜 그렇게 많이 나고, 속은 또 왜 그렇게 메슥거리는지 더 이상은 황제 다이어트를 할 수 없었습니다. 밥과 김치가 그리웠죠.
 보통의 식생활로 돌아온 지 일주일 만에 결국 2㎏이 다시 쪘고, 그로부터일주일 만에 또다시 1㎏이 불었습니다. 결국 몸무게는 전보다 늘었고 고기 사 먹느라 썼던 돈 때문에 주머니 사정만 궁색해졌죠. 그러고 나서 무슨 좋은 방법 없겠느냐며 제게 상담을 청해온 것이었습니다.


황제 다이어트는 탄수화물은 먹지 말고 단백질만 먹으라는 다이어트 법의 일종입니다. 이런 다이어트를 LCHP(Low-Carbohydrate, High-Protein)다이어트라 합니다.
 황제 다이어트는 세간에 고기만 먹는 다이어트로 알려져 있지만 이 다이어트 법을 고안한 애트킨스 박사의 취지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고기만 먹으라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을 먹지 말라는 것이 핵심이었죠.
 그 뒤 스텝 다이어트와 존 다이어트도 등장했죠. 황제 다이어트와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탄수화물을 줄이라는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다이어트 법은 정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세포적인 다이어트 법입니다.
 이들은 탄수화물이야말로 살을 찌게 하는 주범이라고 주장합니다. 탄수화물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인슐린 분비가 자극되는데, 인슐린이 지방분해를 방해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탄수화물을 몸속으로 들여보내지 않으면 몸에 쌓여 있는 지방이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인다는 거죠.

 그러나 탄수화물 역시 많이 섭취하는 것이 문제지, 탄수화물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이것은 마치 남자는 늑대 같은 놈들이니까 남자하고는 절대 같이 살지 말라는 것과 똑같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상식만 있다면 이 다이어트 방법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은 꼭 필요한 성분인데 일체 먹지 않는다면 우리 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탄수화물 대신 다른 성분이 탄수화물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방이나 단백질이 탄수화물로 변신해서 에너지원으로 쓰이게 됩니다. 황제 다이어트는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몸 안에 쌓여 있던 지방이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이기를 기대하는 다이어트죠. 하지만 천만의 말씀,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고기를 먹으라는 이유는 고기에는 탄수화물이 없고 주로 단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기에는 단백질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방도 듬뿍 들어 있죠. 꽃등심이나 삼겹살에 지방이 얼마나 많습니까?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몸 안에 쌓여 있던 지방이 분해되기 때문에 살이 빠진다고요? 고기를 먹으면서 충분한 양의 지방과 단백질이 몸속으로 들어갔건만, 왜 괜히 몸에 쌓여 있던 지방이 분해된단 말입니까? 우선 입으로 들어간 것부터 에너지원으로 쓰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몸 안에 쌓여 있는 지방은 탄수화물이 부족하다고 해서 금방 분해되어 나돌아다닐 만큼 촐싹거리지 않습니다.
 지방은 최후의 보루로, 몸 안에 쌓여 있던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다 쓰이고 난 뒤에나 사용됩니다. 이것이 우리 몸의 위기관리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몸 안에 열량이 부족할 때는 지방보다 먼저 근육에 있는 저장 탄수 화물과 단백질이 분해됩니다.
 즉 근육이 줄어들고, 근육의 단백질이 분해될 때는 수분도 빠져나옵니다.

 엉뚱한 결과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황제 다이어트를 하다가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지방이 분해되어서가 아니라 근육이 줄고,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생기는 결과입니다.

 탄수화물은 사람이 살아나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에너지원입니다. 특히 머리를 쓰며 살아가려면 탄수화물을 반드시 섭취해야 합니다. 뇌는 탄수화물 알갱이인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탄수화물이 몸속에 부족해지면 머리가 멍해지고 두뇌회전도 원활하지 않죠.
 또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몸 안으로 칼슘을 끌어들일 수가 없습니다. 결국 소변으로 다 빠져나가므로 골다공증이 생길 위험이 커집니다.

 물론 탄수화물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섭취하면 지방으로 바뀌어 몸에 쌓입니다. 지방도 마찬가지죠. 특히 지방은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을 일으켜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됩니다.

 그렇다면 탄수화물과 지방은 많이 먹으면 문제가 생기고, 단백질은 많이 먹어도 괜찮을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뭐든지 많으면 독이 되는 법입니다. 단백질은 분해되면서 각종 지독한 노폐물로 혈액 속에 녹아나옵니다. 이는 피로와 구취를 유발하고, 각종 성인병을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단백질을 분해하려면 위장과 췌장에서 그것을 분해할 수 있는 소화액을 열심히 뿜어내야 합니다. 그런데 황제 다이어트처럼 음식의 90% 이상이 단백질이라면 위장과 췌장이 과연 견뎌내겠습니까? 몸 사정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면 지방이 분해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결국 몸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충분히 소화 흡수되지 못한 단백질은 대장으로 흘러들어 갑니다.

 대장에는 각종 균이 살고 있죠. 몸에 유익한 유산균도 있고, 몸에 해가 되는 클로스트리디윰류의 유해균도 있고요. 유산균이 득세하면 배가 편하고 황금색 똥이 나오고, 유해균이 득세하면 늘 배에 가스가 차고 변비나 설사가 생깁니다. 그런데 이 유해균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바로 소화되지 않고 흘러 내려 온 단백질입니다. 유해균들은 단백질을 신나게 먹으면서 대장을 부패하게 만들죠. 부패하면서 발생된 가스가 바로 악취 나는 방귀지요.
 단백질이 부패하면서 뿜어내는 독소는 혈류 속으로 다시 들어가서 대장에 염증과 궤양을 일으키기도 하고 심지어 암까지도 만들어냅니다.
 선진국일수록 많아지는 암이 바로 대장암인데 육식 위주의 음식문화 때문에 생기는 병입니다. 탄수화물을 안 먹으니까 단백질이나 지방이 그 역할을 대신 하는 것이죠.
 이것은 비정상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비정상적으로 살이 빠진 것과 정상적인 방법으로 살이 빠진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황
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살이 빠지는 이유는 고기만 먹다가 질려 결국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기 때문은 아닐까요?


 황제 다이어트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 정육점 주인, 식당 주인. 그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황제 다이어트는 결코 바람직한 다이어트 법이 아닙니다.


 자, 지금까지 항간에 유행하는 몇 가지 다이어트들을 살펴봤습니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다이어트 하면서 실패를 반복했던 사람들은 그동안 해 보지 않았던 특별한 다이어트에 마음이 동합니다. 엉뚱하니까 내심 쏠리는 거죠.
 원래 궁지에 몰리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이상해지는 법. 더군다나 굶으면서하는 것이 아니라 뭐든 먹으면서 하니까 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러나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시도해 보겠지만 결과는 역시나일 겁니다.
 2주 만에 5㎏이 빠졌다고 잠깐은 신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정상 식단으로 돌아오면 그 행복함은 이내 사라지죠. 제발 이런 경험을 하지 않길 바랍니다. 이런 경험을 할수록 자신이 미워지고,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그러면서 몸은 점점 더 살찌는 체질로 변합니다.

음식의 원칙은 다음 세 가지만 기억하십시오.


첫째, 건강에 나쁜 음식은 최대한 피하자.
둘째, 필요한 영양소는 다양하게 골고루 먹자.
셋째, 적당히 소식하자.


제대로 살을 빼기 위해서는 이 싱거운 얘기를 꼭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매운맛을 보게 될 겁니다.



 잡지나 인터넷에는 온갖 다이어트 법들이 판치고 있습니다. 소위 유행 다이어트들이죠. 왜유행다이어트일까요? 좀 있으면 시드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왜 금방 시들까요? 해 봤더니 허탕이기 때문입니다. 어디 허탕뿐이겠습니까. 돈 버리고 몸도 버리니까 골탕까지 먹게 된답니다.

 어처구니없는 방법에 현혹되어 잘못된 다이어트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지고, 생리가 끊기고, 변비가 생기고, 피부까지 거칠어지고, 심지어 질병까지생긴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 식으로 골병드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마저 듭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기본기와 원칙은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식이요법, 그리고 생활개선뿐입니다. 그래서야 어느 세월에 살을 빼겠느냐며 다른 뾰족
한 방법을 찾는답시고 검증되지 않은 각종 다이어트 정보를 뒤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결국 뾰족한 데 찔리고 나서야 눈물을 흘리며 후회할것입니다.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 효소 다이어트, 원푸드 다이어트, 생식 다이어트, 선식 다이어트 등이 만약 정상적인 식사 대신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특별한 음식, 음료, 액체 등의제품만 먹으라고 한다면 이는 앞서 말한 굶기 다이어트의 변종일 뿐입니다. 덴마크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존 다이어트 등 특별한 이름이 붙는 이런 다이어트는 현실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괴상한 다이어트입니다. 이제 이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그 허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


 레몬은 비타민 C와 더불어 유기산이 풍부하여 신맛을 냅니다. 달콤한 과일보다는 새콤한 과일이 다이어트에 유리한 건 맞습니다. 여기에서 유리하다는 말은 살이 덜 찐다는 뜻이지 살이 빠진다는 뜻은 아니에요.
 디톡스 즉, 해독이라는 말은 상당히 매력적인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해독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왜냐면 자신이 먹는 음식 중에 인스턴트나 가공식품이 많고, 그것이 몸에 썩 좋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레몬이라는 범상치 않은 과일과 해독이라는 뜻의 디톡스가 결합된 레몬 디톡스라는 말에 상당히 끌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 유행은 철저하게 상업적인 의도로 형성된 유행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 중심에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를 하는데 필요한 각종 제품이 놓여 있기 때문이지요. 이 다이어트의 유행이 생기기까지 인터넷과 언론, TV 정보프로그램 등을 통한 광범위한 홍보가 이루어졌습니다. 방송에서 그 제품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저는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는 그저 수많은 단식 프로그램, 즉 굶기 다이어트의 한 종류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방법은 이러합니다. 레몬즙과 메이플 시럽을 1:1로 섞은 뒤 거기에 물을 약 7배로 희석하고, 마지막으로 고춧가루를 탑니다. 만약 10일 프로그램으로 한다면, 일주일 동안 다른 것은 먹지 않고 오직 이 특별한 물만 하루에 2터씩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3일간 보식 기간을 갖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살이 빠질까요? 당연히 빠집니다. 드라마틱하게 빠지죠. 이 악물고 이렇게 열흘 동안 거의 굶다시피 지내면 평소 90㎏ 나가던 사람이라면 열흘만에 10㎏도 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평소의 식생활로 돌아오면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의 지성에 맡기겠습니다. 앞에서 충분히 말씀드렸습니다.
 이 다이어트 법을 통해서 살이 빠지는 핵심은 굶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무작정 굶기는 너무 힘드니까 견딜만하게 굶는 것입니다. 레몬즙 및 메이플 
시럽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만큼의 탄수화물을 공급하여 대략 500㎉정도를 섭취하게 합니다. 그리고 비타민 C 및 몇 가지 미네랄이 어느 정도 공급 됩니다. 또 신진대사가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캡사이신이 함유된 고춧가루를 푸는 아이디어도 발휘했습니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레몬이나 시럽 제품 때문에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닙니다. 굶기 때문에 살이 빠지는 겁니다. 물론 돈을 내서 제품을 사면 각오가 달라지므로 열흘을 버티는 데 큰 힘이 됩니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저는 해독을 목표로 일시적인 단식을 하는 것에 일면 동의합니다. 평소 외식이 잦고, 달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 술을 자주 마시는 바람에 몸에 염증이 잘 생기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 있고, 뱃살도 많이 나온 사람이라면 잠시 해독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나쁜 것을 많이 먹어 결국 그게 몸에 독이 되었으니 잠시 몸에게 휴식의 시간을 주는 것도 괜찮지요.
 그러나 쉬더라도 하루 정도만 쉬어 가야지, 이렇게 일주일씩 내리 단식을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 레몬 디톡스를 하는 것까지는 양보하겠는데, 거기에 다이어트 글자를 붙여서 일주일이나 단식을 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일주일 이상의 단식은 정말 꼭 그래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이유가 있을 때만 부작용을 무릅쓰고 해 보세요. 요요현상과 부작용은 반드시 옵니다. 각오하
고 해야 하는 거지요. 그러나 굳이 비싼 제품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절식과 종합영양제만으로도 비슷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원푸드 다이어트


 원푸드 다이어트가 사람을 홀릴 때는 주로 ◯◯만 먹으면 살이 빠진대.◯◯가 다이어트에 좋대.등의 말을 씁니다. 이때 말의 속뜻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이어트에 좋다는 말과 살이 빠진다는 말이 같은 말인 줄 압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살이 빠지는 음식은 없습니다.
 만약 뭔가를 먹어서 살이 빠진다면 그것은 일상생활에서 음식처럼 먹어서는 안 될 이상한 활성을 가진 물질입니다. 다이어트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들은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해조류, 현미, 각종 야채들이죠. 그러나 이런 음식들은 살을 빠지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음식보다 살찔 위험이 적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원푸드 다이어트가 성행하는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원푸드 다이어트의 유형도 가지가지입니다. 첫째, 한 가지 형태의 음식만 먹어야 한다는 원푸드 다이어트, 오로지 국수만 먹어야 한다는 국수 다이어트, 죽으로 만든 것만 먹으라는 죽 다이어트 등이 있습니다.
 둘째, 과일이건 야채건 딱 한 가지 음식만 먹으라는 다이어트. 우리나라 원
푸드 다이어트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포도 다이어트, 사과 다이어트가 대표적이며 그 밖에 딸기, 복숭아, 토마토, 감자, 고구마 등이 있습니다.

 셋째, 강냉이, 베지밀, 분유, 벌꿀, 유초(달걀 + 식초), 초콩(식초 + 콩), 건빵, 요구르트, 치즈 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과 다이어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3일간 급격하게 살을 빼는 작전으로 3일 동안 사과만 먹다가, 사흘째 밤에 올리브 오일을 한두 숟가락 먹으라는 거죠. 돈도 별로 안 들고, 그렇다고 생판 굶는 것도 아니니까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요. 물론 이렇게 하면 3일 만에 2㎏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정상적인 식사로 돌아오면 말짱 꽝입니다. 오히려 되로 주고 말로 받게 됩니다. 원푸드 다이어트는 누군가 장난삼아 한 번 인터넷에 올린 것이 그냥 퍼진 겁니다. 이런 다이어트는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
 원푸드 다이어트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다이어트입니다. 원푸드 다이어트로 사용하는 음식은 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는 음식이 아닙니다. 그저 여러분이 전체적으로 먹는 칼로리가 줄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살이 빠질 뿐이죠. 굶는 다이어트와 원리는 똑같습니다. 원푸드 다이어트가 나쁜 방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을 선택할 때는일단 빼고 보자. 그다음 잘 유지하면 될 것 아닌가.하는 생각으로 감행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를 악물고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한 가지 음식만 먹으면서 살을 뺐다면 여러분이 빠진 체중을 유지하는 길은 오로지 그것만 먹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물론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나중에 체중이 고스란히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그저 뼈아픈 경험만 한 것이죠. 더욱이 여러분의 몸은 예전보다 더 살찌기 쉬운 체질로 변했지요. 그동안 영양섭취를 제대로 못해 몸만 더 허약해졌을 뿐입니다. 혹 떼려다 혹 붙인 셈입니다.


단식은 폭식을 부른다


 식욕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본능입니다. 이 본능을 살 빼겠다는 집념으로 극도로 억누르다 보면 본능이 통제 불능의 상태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굶기는 머지않아 폭식을 낳습니다. 마르고 싶다는 욕망과 생존 본능이 팽팽히 대립하다가 전자가 이길 때는 굶고, 후자가 이길 때는 폭식을 합니다.

 한번 식욕이 발동하면 먹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먹지 못하면 신경질과 짜증이 나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요. 그러다가 일단 음식 앞에 앉으면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됩니다. 다른 생각할 겨를 없이 먹기 시작하면 중간에 멈출 수가 없을 정도죠. 심지어 숨쉬기 곤란할 정도로까지 먹고요. 다 먹고 난 뒤에는 이내 먹었던 것을 토해내야만 속이 시원한 상태를 흔히 폭식증이라고 합니다. 정신의학적 명칭으로는 신경성 폭식증(Bulimia Nervosa)이라고 합니다.
 신경성 폭식증은 과거에 굶기 다이어트를 했던 사람에게 흔히 나타납니다. 그동안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식욕을 이성적으로 꾹꾹 누르다보니 순식간에 터져 버리는 거죠. 용수철을 꽉 누르면 튕겨 나가는 것처럼 통제권 밖으로 튀어 나가 배부름과 배고픔을 조절하던 식욕중추가 제 기능을 잃어버립니다. 그럼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보낼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런 폭식증은 정신을 황폐화시킵니다. 우울증부터 자살충동까지 일으키게 하고, 대인관계를 망가뜨려 사회 활동을 못하게 만드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이 질병 때문에 학교를 휴학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이혼 위기에 처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다이어트 노이로제에 걸린다


 비만 때문에 건강까지 위협받는 사람이라면 평균만 돼도 좋겠다고 생각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상적인 몸을 가진 사람들이 말라 보이고 싶은 생각이 강해지면 문제가 생깁니다. 정상적인 몸을 더 마르게 하려면 비정상적인 생활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습니다. 운동은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활동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정상적인 사람이 운동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살이 빠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다보면 결국 굶는 방법을 택하고 맙니다.
그러나 굶는다고 해서 살 빼는 목표가 제대로 성취되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몸이 제 기능을 발휘할 때는 정상적인 몸을 유지하려는 항상성이 발동하기 때문입니다. 잘 안되니 신경질도 나고, 짜증도 나지요. 애당초 처음부터 잘못된 목표를 설정하고 어떻게든 굶어서라도 살을 빼려다 보니다이어트 노이로제에 걸리게 됩니다. 다이어트 노이로제에 걸린 사람은 종일 살 뺄 궁리만 하고, 어떤 음식을 대하든 칼로리만 계산하죠.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혼자만 마음껏 먹지 못하는 현실에 화가 납니다. 사소한 일 같지만 대인관계에서 식사는 중요한 일입니다. 함께 원활한 식사를 하며 어울리지 못하고, 매번 스트레스를 받으면 관계 장애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임신을 위협한다


 굶기를 지속하면 우리 몸은 이를 위기상황으로 인식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존입니다. 자식을 낳는 생존 따위는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여성들의 경우는 배란과 생리를 멈추는 일이 생깁니다.

 몇 해 전 찾아온 한 환자는 생리가 멈췄다며 하소연을 했습니다. 이 환자는 시중에 떠도는 다이어트 식품 중 꽤 유명하다고 하는 H제품으로 다이어트를 했죠. 아침과 저녁 대신 가루로 된 H제품을 물에 타 먹었습니다. 점심은 대충 때웠고요. 나름대로 살이 찌지 않는 것을 골라먹겠다고 국수종류를 자주 먹었죠. 급기야 적게 먹기보다 차라리 안 먹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숟가락을 들면 이성을 잃고 머리가 백지장이 되는 자신을 익히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아무것도 안 먹는 것이 아니라 건강에 좋다는 가루라도 물에 타 먹으니 조금 안심을 하기도 했고요. 그녀는 급속하게 체중을 감량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머리숱이 적어졌습니다. 피부가 거칠어져 화장이 들떴습니다. 변비도 생겼죠. 무슨 일을 하든 쉽게 피곤해졌습니다. 앉았다 일어서면 현기증까지 일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이 빠지는데 이깟 어려움쯤이야 감수하리라고 다짐하면서 살 빠진 사실 자체를 흐뭇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급기야 매달 꼬박꼬박 하던 생리가 딱 멈추고 말았죠. 이쯤 되니 사태가 심각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습니다.

 ‘생리가 멈추면 임신도 안 된다는데…….
 덜컥 겁이 난 그녀는 다시 보통의 식사로 복귀했습니다. 그랬더니 체중이 빠졌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쑥쑥 늘어나더니 결국 이전보다 더 살이 찐 상태가 되었습니다. 참으로 허무하고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게다가 생리가 다시 시작될 기미도 보이지 않자 결국 허탈한 마음으로 터덜터덜 저를 찾아왔습니다. 2개월간의 치료 끝에 생리는 다시 시작됐지만 다이어트 식품 사느라고 돈 버리고,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또 약값까지 들어갔으니 잘못된 다이어트의 대가를 톡톡히 치룬 셈입니다.


 남자들은 살을 빼려면 운동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운동만으로 살이 빠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한 남자는 매일 아침 조깅을 하고 주말마다 등산까지 하는데 왜 살이 안 빠지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합니다. 이것 저것 캐물어 봤더니, 아침 조깅 후, 잼을 듬뿍 바른 식빵 그리고 우유 500㎖ 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아니면 마가린이 깊숙이 스며든 식빵에 달걀 프라이를 넣고 설탕까지 쳐서 먹는다고 합니다. 주말에 등산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는 삼겹살에 소주 마시는 맛이 일품이라고 하니, 이 정도면 살찌는 이유가 충분하고도 남았습니다.
 반면에 여자들은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살 빼려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간단해요. 안 먹으면 돼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눈앞이 캄캄해질 때까지 안 먹으면 돼요. 그게 가장 확실하잖아요. 살 빼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빼는 거예요. 세 끼 다 먹으면서 어떻게 살을 빼요. 운동을 하라고요? 운동을 하면 지방이 근육으로 변해서 몸이 울퉁 불퉁해진다구요.


 의료기관에서도 남들 먹는 만큼 다 먹으면서 어떻게 살을 뺄 수 있겠냐며 한 끼에 밥을 한두 숟가락만 먹으라고 가르치는 곳도 있습니다. 병원에 입원까지 시키고 단식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저는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의료 행태가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또 한약재로 된 건강식품을 팔면서 여기엔 보약재가 들어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걸 먹으면 밥을 안 먹어도 버틸 수 있다는 소리를 합니다. 걱정일랑 말고 눈 딱 감고 굶으라고 하는 거죠. 어떤 단식원에서는 한약을 주면서 단식이 갖는 치명적인 결점을 한약으로 보완해 보려는 어설픈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이름하여 한방 단식.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한약은 말 그대로 약일 뿐 결코 식사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한약에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들이 골고루 담겨져 있으리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무기질,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골고루 필요하듯,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도 균형 잡힌 영양섭취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굶으면 누구나 어느 정도 살이 빠집니다. 그러나 이것은 덫입니다. 악마의 속임수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비참한 파노라마를 생각하면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나중에 말하겠지만 살이 찌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그 여러 가지 원인을 없앨 생각은 하지 않고 오직 굶으면서 살을 빼려고 한다면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입니다. 이것만큼 허망한 방법도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식사량을 줄이면 분명히 체중이 줄어듭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잠깐입니다. 결코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합니다. 반드시 요요현상이 생깁니다. 굶는 다이어트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욱 많습니다.



지방은 안 빠지고 근육만 빠진다


 건강에 해를 미치는 것은 남아도는 지방이지 근육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살빼기를 시도할 때 그 목표는 체중을 줄이는 게 아니라 몸에서 남아도는 지방을 빼는 것에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극도로 적게 먹거나 굶으면 지방은 빠지지 않고 근육만 빠집니다. 아무리 꼼짝 않고 누워만 있더라도 사람이 살아나가고 힘을 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땔감이 있습니다.
 땔감은 주로 음식을 통해서 공급되는데, 필수적인 양보다 적게 들어오면 
몸은 그것에 적응하기 위해 씀씀이를 줄이거나 저축해 두었던 것을 꺼내씁니다.

 우리 몸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모두 저축해 두는데 각기 그 성질이 조금씩 다릅니다.

 탄수화물은 현금 인출기처럼 쉽게 꺼내 쓸 수 있는 땔감이지만, 단백질은 본인 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할 정도로 좀 까다로운 땔감입니다. 지방은 깨기에는 너무 아까운 적금과 같은 땔감으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최후의 보루죠. 그러므로 굶으면 원하는 지방은 빠지지 않고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먼저 분해됩니다. 애꿎은 근육만 줄어드는 것이죠. 또 이 과정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피부는 쪼글쪼글해지고 초췌해집니다.

 근육은 을 내는 곳입니다. 먹은 것이 으로 만들어져 사용되는 장소입니다. 이 근육을 야위게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근육이 부족해져 입으로 들어간 음식은 사용될 곳이 없어서 방황하다가 지방으로 축적됩니다. 이 경우 살 빼려다가 지방은 그대로 놔두고 근육만 쭉 빼는 겁니다. 결국 살찌는 체질로 변하는 비극을 맞게 되는 거지요.
 비만클리닉에서는 기초적인 진찰과 검사의 과정에서 체성분분석검사라는 것을 합니다. 수분, 단백질, 지방, 무기질 같은 성분들이 몸에서 어느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검사해 보는 거죠. 이 결과 지방의 비율이 
30%가 넘으면 비만입니다. 그런데 체중은 별로 많이 나가지도 않으면서 비만증에 걸린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신체 구성성분 중에 근육의 비율은 상당히 낮습니다. 그러면서 지방의 비율이 30%를 넘습니다.
 이런 경우를 마른 비만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체중이 덜 나가지만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쉽게 살이 찌는 체질입니다. 어쩌다가 이런 상태가 됐을까요? 마른 비만 환자들은 과거에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 한다고 제대로 식사를 하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체중을 줄이는 목적이 뭘까요?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닌가요? 남아도는 지방이 고지혈증, 고혈압, 지방간,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등 다양한 성인병을 유발하니까 그것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살자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지방은 줄지 않고 근육만 줄어들면 이 얼마나 큰 비극입니까. 아니라고요?
 일단 몸무게만 줄면 괜찮다고요? 건강은 필요 없다고요? 젊은 사람들은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그저 날씬하고 매력적인 몸매를 위해 살만 빼면된다고요?
 하지만 굶으면서 살을 빼면 그것조차 한낱 희망사항에 불과할 뿐입니다. 근육만 빠지고 지방은 그대로 있는 마른 비만의 경우, 물컹물컹한 지방살이라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그저 몸무게만 덜 나갈 뿐이지 매끈하게 쭉 빠져 보이지 않습니다.


살찌는 체질로 변한다

 간혹 음식을 많이 먹지 말라니까 조금 먹는 것은 죽어도 못하겠다. 차라리 굶겠다.는 이들이 있습니다. 또 속세에서는 도저히 유혹을 견딜 수 없어 단식원에 들어가는 이도 있죠. 그러나 단식원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오면 이내 요요현상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그저 무작정 굶기 다이어트를 하면 요요현상은 100% 일어납니다. 그것도 예전보다 더 살이 찌는악성요요로 말입니다. 절대 예외는 없습니다. 굶어서 살이 빠지는 것은 바람이 불면 휙 날아가 버리거나 꺼져 버리는 거품입니다. 우리 몸속에서는 생존에 필요한 활동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 기초대사라고 하죠. 심장이 뛰고, 숨을 쉬고, 혈액이 돌아가는 일. 영양소가 소화·흡수·배설되는 등 몸속 활동을 말하는 것입니다.
 기초대사량을 살림살이에 비유하자면 최저생계비에 해당합니다. 남편 월급이 20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줄면 현명한 아내는 긴축 재정을 위해 외식과 쇼핑을 줄이죠. 또 물과 전기도 아껴 쓰고요.
 우리 몸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2,000㎉씩 공급되던 에너지가 어느 날부터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몸도 그것에 적응해서 에너지 씀씀이를 줄입니다.
 우리 몸속에 있는 오장육부, 기관, 조직 세포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 났다. 수입이 줄었다.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라고 소리치면서 최소한의 에너지만을 사용합니다.

 펑펑 펌프질을 하던 심장이 퐁퐁 펌프질을 합니다. 위장, 소장, 대장 등 소화관의 움직임이 줄어들어 소화가 잘 안 됩니다. 무기력해지고 변비도 생깁니다. 쑥쑥 자라던 머리카락도 더 이상 자라지 않습니다. 여성의 경우 배란이나 생리는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중단됩니다.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도 사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그냥 푸석푸석한 채로 놔두게 됩니다.
 이런 현상들은 체중과 함께 기초대사량이 줄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초대사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굶기를 중단하고 다시 예전처럼 먹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소비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섭취량이 늘면 에너지가 남아돌게 되죠. 결국 예전보다 더욱더 살이 찌게 되는 겁니다. 살찌는 체질은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물만 먹어도 살찐다, 남들과 똑같이 먹어도 살이 더 찐다고 호소하는 사
람들은 과거에 굶기를 했던 사람들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도 한때 배가 불룩 나오고 몸무게가 75㎏일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68~69㎏의 몸무게를 십오 년째 유지하고 있습니다. 요요현상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완전히 딴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제가 딴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제 의식이 변했다는 말입니다. 저는 어지간해서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습니다. 또 아침이든 저녁이든 꼭 운동을 하려고 애쓰죠. 운동은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요소입니다. 건강은 자신을 지켜주고, 자기 인생을 멋지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며, 가족에 대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그리고 콜라 따위는 마시지 않습니다. 왜 귀한 내 몸에 있는 철분, 아연 등 을 녹아내리게 하는 화학물질과 카페인이 가미된 액체를 들이붓습니까? 패
스트푸드도 먹지 않습니다. 수입밀로 만든 밀가루 빵에 원재료의 정체를 알수 없는 패티를왜 끼워먹죠? 1,000원에 두 개를 준다고 해도 먹지 않죠. 저는 이제 다시는 옛날의 의식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저는 살만 뺀 것이 아니라 살찌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인간이 변했죠. 인간이 변하는 것, 이것이 바로 다시는 요요현상이 생기지 않는 비법입니다. 이 비법은 두 가지 요소를 포함합니다. 

 첫째, 지식과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건 학습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것, 이것이 바로 학습입니다. 학습은 배우려는 태도,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합니다. 나는 원래 그래, 나는 나대로 살래.이런 식의 고집불통으로는 절대 뭔가를 배울 수 없으며, 변화할 수도 없습니다. 변화는 깨달음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뀌고 몸도 달라집니다. 


둘째, 몸을 길들여야 합니다. 여러분은 이전에 살았던 삶의 방식이 이미 몸에 배어 있습니다. 머릿속으로는 먹으면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여러분의 입은 단것을 간절히 바랍니다. 커피를 마실 때 설탕을 잔뜩 넣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여러분의 몸에 밴 습관, 이것을 떨쳐버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새로 몸을 길들여야 합니다. 즉 여러분의 몸을 훈련시키고, 그에 따르는 고통을 참고 견뎌내야 합니다. 물론 사고방식과 몸의 습관을 바꾼다고 비만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체질상 살이 쉽게 찌는 사람도 있죠. 후천적인 요인으로 몸에 지방이 쉽게 쌓이고 어지간해서는 소모가 되지 않는 체질이 형성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비만클리닉에서 비만의 원인을 찾고 치료받을 필요도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몸보다 의식이 문제인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것입니다.


 혼자 힘으로 몸과 마음을 컨트롤하기 어려울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살을 빼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도움을 받는 곳 정도로만 여겨야 합니다. 여러분이 방전되어 있을 때, 여러분의 차에 시동이 걸릴 수 있도록 뒤에서 확 밀어주는 곳. 비만클리닉은 바로 그런 곳 정도면됩니다.



 길 가다가 1개월에 8㎏ 감량 보장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종종 보게 됩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문구입니다. 몸무게가 50㎏이든 70㎏이든 한 달에 무조건 그만큼 빼줄 수 있다는 말인가요?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문구입니다. 살찐 사람들에게 그 말은 가슴에 확 와 닿겠죠. 혹 하겠죠. 지난 몇 년 동안 받았던 온갖 수모를 한 달 만에 만회할 수 있다니! 죽을 때 죽더라도, 카드 빚에 시달리더라도, 일단 저질러보고 싶은 심정일 것입니다.


 신문과 잡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광고 역시 단연 다이어트 광고입니다.



몇 달 전만 해도 165㎝의 키에 67㎏의 몸무게를 자랑하던 뚱보 아줌마.

것저것 좋다는 다이어트에 실패한 끝에 우연히 알게 된 ‘ ⃝⃝⃝⃝ 다이어트’.

2개월 만에 18㎏을 감량 후 ‘⃝⃝⃝⃝ 다이어트 전도사’로 나선 그녀의 이유 있는 주장은?



 이런 유의 체험담과 함께 뚱보 시절 모습과 날씬해진 모습이 나란히 붙어있죠. 이것이 다이어트 광고의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선글라스를 끼고, 한 팔은 허리춤에 살짝 올리고 폼을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시면 컴퓨터로 사진 조작을 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돈 좀 있다는 회사는 여자 연예인을 섭외합니다. 실제로 그 연예인은 해당 회사의 다이어트 제품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지만, 마치 그 제품 때문에 날씬해진 양 활짝 웃으며 선전합니다. 이렇게 살이 빠진 숨은 비결은 ◯◯◯◯ 때문이에요. 친구들도 같이 예뻐지면 안 되니까 몰래 혼자 드세요!’ 
 중독될 때까지 광고를 계속 노출합니다.
 홈쇼핑을 통해 특정 다이어트 제품을 먹고 살이 빠졌다는 연예인 모습을 보기라도 하면 바로 이거다!확신을 갖죠. 곧바로 모바일, PC, 전화로 주문버튼을 힘차게 누릅니다.
 다이어트 식품 중에는 십 수 년 연구 끝에 만들었다는 한약 제품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 한약이니까, 보약이니까 안전하겠지, 유명한 ◯◯대학교에 서 만들었으니 안심해도 되겠지하며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그러나 천만의 말씀, 그것은 한약이 아닙니다. 한약은 한의학적인 원리에 
입각해 사용될 때한약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습니다. 한의학은 사람을 보지 않고는 처방이 나올 수 없는 의학입니다. 그 사람의 체질과 병증을 가리지도 않고 무조건 아무나 먹을 수 있게 한 것은 한약이 아닙니다. 이런 것을 건강식품이라 하기도 하지만, 건강을 보조하기는커녕 잘못 드시면 오히려 건강을 망칠 수 있습니다.

 제 얼굴에 침 뱉는 일이지만, 심지어 의료인이라는 사람들도 별 해괴하게 이름 붙인 이상한 다이어트법을 들고 나와, 마치 획기적인 방법이라도 발견한 양 대대적인 홍보를 합니다. 크게 한 번 터트려서 한탕 해 보려는 것인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건강보조식품에 자주 등장하는 말 중에 하나는, 천연물(天然物)로 만들었기 때문에 안전하고 부작용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그럼 천연 독버섯도 안전할까요?천연이라는 말이 결코 안전의 보증수표가 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식물 이름, 전혀 검증 되지 않은 것을 마치 다이어트에 특효가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는 광고도 부지기수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업자(?)들의 말을 믿고 수십, 수백만 원이나 하는 다이어트 식품을 사고 본다는 말인가요? 다른 것도 아니고 내 몸에 들어가는 것인데, 아무거나 먹어선 안 되겠지요.
 게다가 환불도 잘 해 주지 않는 것을요. 불만족 시 환불보장, 효과 없을시 100% 환불가능이라는 말을 순순히 믿으시면 안 됩니다.

 다이어트 식품 광고는 참으로 집요하고 교묘합니다. 이런 식품은 대부분 다단계 형식으로 판매하는데요, 인터넷을 통한 스팸 메일, 게시판 자동 등록, 그리고 허위 성공담, 소위 낚이는 글을 올려 뭣 모르는 사람들을 꼬드깁니다. 심지어 건강 상담을 하는 게시판에까지 묻어가기 식의 광고를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지긋지긋할 정도입니다.

 다이어트 식품 광고 대부분은 허위 과대광고입니다. 다이어트 식품 피해사례는 뉴스에 단골로 등장합니다. 뉴스 뿐 아니라 각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다루는 아이템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위 과대광고는 절대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법을 어기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업자들은 멈추지 않습니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들의 심리를, 바쁜 일상과 더불어 살찔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된 현대인들의 정곡을 노립니다. 그들은 적발되었을 때 낼 벌금까지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과대광고에 대한 처벌규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되어 있지만, 법원의 판결은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액수도 많아야 300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깟 벌금 내봐야 물건 몇 개 안 팔았다고 치면 그만이다. 한 번 싹 쓸고 까짓 것 내면 되지. 내면 될 거 아냐?이게 그
들의 심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허위 과대광고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스스로 건강에 대한 바른 지식으로 무장한다면 잘못된 지식의 횡포와 헛된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죠.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잘못된 지식과 방법으로 다이어트 하며 자기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것입니다. 요즘 미에 대한 잘못된 편견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 여성분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자신이 뚱뚱하다고 여기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살을 빼려고 하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대개의 다이어트 관련 상품 광고는 다시는 살이 찌지 않는다., 대 요요현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로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이 말은 그동안 요요현상 때문에 고통 받았던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짜릿한 말이 아닐 수 없죠. 하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 말을 잘 판단해 보십시오. 아무리 적절한 치료를 통해 살을 뺐더라도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살이 찌지 않게 막아줄 수는 없습니다.
 K양은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음식도 적당히 영양을 고려해서 골고루 섭취했죠. 몸에 나쁜 군것질도 일절 금했습니다. 자동차를 내팽개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며, 엘리베이터 따위는 타지도 않았습니다. 정말 훌륭한 방법으로 살을 뺀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유명하다고 하는 비만클리닉의 적절한 도움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자, 그럼 K양은 이제 살찔 염려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 것일까요? 정말 그럴까요?


 만약 K양이 옛날 생활로 돌아가 또다시 밤마다 술을 마시고, 빵으로 밥을 때우고, 아침은 굶고 점심은 폭식하고, 커피에 설탕과 크림을 듬뿍 넣어서 마신다면, 그래도 살이 찌지 않을까요?

 당연히 살이 찔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 역시 빠졌던 살이 다시 찌는 거니까 요요현상입니다. 이처럼 보통요요까지 막아주는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다시는 살이 찌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것은 명명백백한 거짓말입니다.


 지속적으로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들은 대개난 날씬하지도 않으면서 의지까지 박약해. 도대체 잘난 게 하나도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람. 나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좋아하겠어.라며 자기비하에 빠지곤 합니다.
 열등감에 사로잡혀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자신은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한 번 마음먹은 것을 끝까지 지속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라고 끝없이 자신을 자책하죠. 이처럼 다이어트 때문에 자신을 완전히 바보 취급하다 보면 만사에 자신감을 잃어 삶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의지가 부족해서 지속적으로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있는 걸까요?

 물론 그런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 제가 비만 치료를 했던 사람들 중에는 남들보다 의지도 강하고 자기 통제력도 뛰어난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다이어트에 계속 실패하다가 결국 비만클리닉까지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한 이유가 과연 의지가 부족해서였을까요? 다른 건 다 잘하는데 왜 유독 다이어트에 대해서만 낙제 점수를 받는 걸까요? 다이어트의 실패 원인은 의지박약 때문이 아닙니다. 의지가 아니라 지식이 문제죠. 다이어트에 대해 제대로 몰라 괜한 고생을 사서하며 실패를 거듭해온 것입니다.


 다이어트계에는 수많은 상식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는 말도 안 되고, 받아들이면 큰일 날 잘못된 상식이 많습니다. 어떤 음식을 먹으면 살이 빠진다느니, 하체비만에는 어떤 음식이 좋다느니, 운동하면 지방은 근육이 된다느니, 운동을 하고 나서 밥을 먹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느니, 운동을 할 때는 물을 마시지 말라느니, 생리 중에는 살을 빼면 안 된다느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입니다.

 잘못된 지식이 잘못된 방법을 만들어냅니다. 잘못된 방법은 말도 안 되는 황당무계한 방법이거나, 또는 말은 되는 것 같지만 도저히 지킬 수 없는 방법, 대개 이 두 가지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들을 꼽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단식원에 들어가서 세상과 등지기
― 밥 대신 가루로 된 대용식 먹기
― 특정 음식 한 가지만 먹기
― 괴상망측한 식단으로 끼니 때우기
― 철저한 금욕과 억제


 이런 방법은 작심삼일에 그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방법이 잘못된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박약만 탓합니다.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들이야 판단력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사리분별력이 있는 어른들까지 일단 빼고 보자는 식의 무모한 다이어트를 강행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다이어트에 앞서 자신이 머리에 담아 두고 있는 방법과 지식이 과연 옳은 것인가를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가려운 다리는 왼쪽인데 오른쪽 다리만 긁고 있을 때애먼 다리 벅벅 긁고 있네.라는 소리를 듣게 되죠. 혹시 지금까지 애먼 다리만 벅벅 긁어왔던 것은 아닐까요?

 힘겹게 뺀 살이 다시 찌기 시작할 때, 이때부터 히스테리가 시작됩니다. 다른 일에 도통 집중할 수가 없고, 체중계 위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시시각각 거울을 보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고, 이 옷 저 옷을 입어보면서 너무 꽉 끼지는 않는지 불안, 초조, 안달복달하죠. 그리고 괜스레 짜증을 부려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것이 바로 요요현상입니다. 기껏 살을 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살이 점점 차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마치 썰물 때 빠져나갔던 물이 밀물 때 밀려들어 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요요현상은 보통요요와 악성요요 두 가지로 나뉩니다.


 보통요요란 좋은 방법, 즉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군것질도 삼가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을 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전의 생활방식으로 돌아감으로써 생겨나는 요요현상을 말합니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도로 살이 찐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악성요요입니다. 악성요요란 몸무게가 살 빼기 전보다 더 많이 늘어난 것을 말합니다. 이를테면 60㎏에서 45㎏까지 억지로 살을 뺐는데 몇 주 뒤에 결국 65㎏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이러한 악성요요는 잘못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했을 때 생기는 일종의 로 다시는 그렇게 살 빼지 말라는 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을 빼려고 할 때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느 정도줄이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먹는 것 때문에 살찐다고 할 때, 그 말의 의미를 잘 생각해야 합니다. 많이 먹기 때문에 살이 찌는 것이지, 먹기때문에 살찌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만큼 적당히 먹으면 살이 찌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이 기본적인 신진대사를 하는 데 필요한 칼로리는 약1,000~1,500정도입니다. 물론 이것은 나이, 체중, 또 개인의 체질적인 특징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남자의 경우는 체중(㎏)×1.0×24, 여자의 경우는 체(㎏)×0.9×24 정도가 됩니다. 생활 패턴에 따라 사람마다 필요한 칼로리 요구량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악성요요를 방지하려면 다이어트를 하되 음식섭취량을 기초대사량의 70이하로 줄여서는 안 됩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보통 사람을 기준으로 해서 최소한 1,200㎉정도는 먹어야 합니다.

 먹으면서 하는 다이어트는 쫄쫄 굶으면서 하는 것보다 살 빠지는 속도가 다소 느릴 수는 있습니다. 대신 차근차근 천천히 빼서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것 입니다.

 ‘빨리 뺀 살은 빨리 찌고, 천천히 뺀 살은 쉽게 찌지 않는다.는 진리를 마음에 잘 새겨두세요. 뺐다 쪘다, 뺐다 쪘다하다 보면 평생 다이어트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내 인생에 다이어트만 없었어도…….
 직장여성 미진(가명, 27세)이는 비통한 어조로 입을 열었습니다. 그녀는 고시절 내내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살면서 엉덩이가 뚱뚱한엉뚱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대학 입학 당시, 키 165㎝에 체중 60㎏. 어른들은 그런 미진이를 두고 복스럽다고 얘기했지만 또래의 남학생들은 떡대가 장난이 아니라며 히죽거렸습니다. 미진이는 그런 비웃음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늘 털털하게 웃어줬지만 속이야 어디 그랬을까요. 확확 달아오르다 못해 아예 새까맣게 타
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해 여름, 그녀는 독한 마음을 먹습니다. 방학 동안 살을 빼서 개강할 때는 놀랍게 변신하리라 생각한 것이죠. 녀석들 앞에 당당히 서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드디어 방학이 시작되고 그녀는 두 달 동안 외롭고 긴 전쟁에 돌입합니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끊고, 오직 다이어트에만 집중합니다. 밥을 먹지 않는 것은 물론, 배고픔을 견디기 정 어려울 때는 토마토나 오이로 허기를 달랬습니다. 그러면서도 하루에 두 시간씩 스포츠 센터에서 시간을 보내며 살과 씨름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정말 죽음을 각오한 투쟁과도 같았고, 그로 인한 고통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죠. 그러나 헐렁해지는 바지가 주는 쾌감은 그 어떤 고통도 극복할 수 있게 했습니다.
 마침내 미진이는 48㎏의 몸매를 만들어냅니다. 새학기는 정말 모든 게 새롭게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남자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미진이를 배려해 주었습니다. 여자로 대접받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습니다. 이전까지 남자란 친절과 거리가 먼 존재인 줄만 알았는데, 이제 그들이 제법 친절할 뿐만 아니라 웃음과 애교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모든 게 48㎏이라는 몸무게가 그녀에게 가져다 준 행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48㎏이라는 수치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유지할 수 있는 몸무게가 아니라, 과도한 다이어트와 비정상적인 생활 속에서나 유지할 수 
있는 몸무게였다는 사실을 미진이는 미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살을 빼려고 마음먹은 것은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녀가 선택한 방법에 있었죠. 그 방법이라는 것이 다름 아닌꾹 참고 버티기였기 때문입니다. 방학 중과 학기 중은 다른 현실 었습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더 이상 방학 때처럼 철저하게 안 먹을 수 없었습니다. 안 먹는다는 것은 곧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다는 의미인데, 다이어트를 위해서 친구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패스트푸드, 라면, 빵, 맥주, 아이스크림, 떡볶이, 팥빙수 등을 먹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또 먹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어 먹다보니 그녀의 체중은 다시 50㎏을 넘어 60㎏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48㎏의 행복을 잃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맛있는 것을 먹고도 몸이 부을까, 체중이 늘까 하는 조바심에 이내 기분이 나빠졌고, 참을성 없는 자신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던졌습니다. 60㎏의 불행48㎏의 행복 사이에서 그녀는 천국과 지옥을 몇 번이나 오갔습니다.
 48㎏의 첫경험은 그녀를 유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꽃다운 스무 살, 그 이후로 그녀는 오락가락하는 체중을 잡기 위해 틈틈이
이벤트를 감행했습니다. 항간에 떠도는 각종 다이어트 법을 실행하며 다이어트 식품도 먹었죠.
 때로는 비만관리 업소를 찾기도 하고 단식을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쪘다, 빠졌다를 반복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살 빼기에 쏟아 부은 돈도 몇 백만 원이 넘었습니다. 꽃다운 시절인 20대의 대부분을 다이어트에 쏟아부은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공부에 집중할 수도, 자기계발에 힘쓸 수도 없었습니다. 인간관계도 깊이 맺을 수 없었고, 자신 있게 연애 한번 못했죠. 인생의 황금기인 20대를

온통 다이어트로 얼룩지게 만들면서 어느새 20대 후반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30㎏이나 살을 뺀 사람을 종종 만나곤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빼기만한 것이 아니라 다시 찌기도 했습니다. 2㎏을 빼고 다시 3㎏ 찌고, 4㎏을 빼고 다시 5㎏ 찌고. 이런 식으로 반복하면서 뺀 것을 합산하면 30㎏, 더 늘어난 것을 합산하면 40㎏. 결국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보다 10㎏이 찐 상황이 됩니다. 이처럼 날마다 다이어트를 하지만 빠지기는커녕, 살이 점점 더 찐다면 여러분은 이미 다이어트의 늪에 빠진 것입니다.



 비만은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체내에 지방 조직이 과잉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지방이 어디에 많이 분포되느냐에 따라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어떤 여성들은 허벅지나 엉덩이에 살이 많다고 고민합니다. 물론 미용 면에서는 고민이 될 수도 있겠지만, 건강에는 별 해악을 미치지 않습니다. 중년 이후에는 엉덩이와 허벅지에 살이 좀 많은 것이 오히려 건강에 이롭기도 합니다. 문제는뱃살 지방입니다. 복부에 지방이 많이 축적된 것은 건강에 치명적입니다. 여기서부터 온갖 성인병이 시작되기 때문이지요.
 한국인의 경우 배 둘레가 남자 90(35.4인치), 여자 80(31.5인치) 이상이면 복부비만이라고 진단합니다. 살 가죽을 집어봤을 때 피하지방은 별로 손에 
잡히지 않는데 배가 볼록 나온 경우라면 더더욱 위험합니다. 이는 내장에 지방이 잔뜩 끼어있는 내장비만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고혈압, 고혈당이질병이듯이 내장에 지방이 가득한 내장비만도 질병이랍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배 둘레는 바지 사이즈가 아닙니다. 바지를 골반에 걸쳐 입으면 좀 작은 사이즈의 바지도 입을 수 있지요? 바지를 32인치를 입더라도 실제 배 둘레는 그보다 훨씬 더 크잖아요. 제가 말하는 배 둘레는 배의 가장 큰 둘레를 말합니다. 배꼽 부분을 줄자로 둘러보면 측정됩니다. 비만이 아닌데 굳이 살을 빼려고 아등바등하면 오히려 건강을 망칠 수 있습니다. 말라비틀어지려고 하면 안 됩니다. 만약 분명히 절식과 운동 및 건강한 생활 방식으로 잘 살고 있는데도 살이 잘 빠지지 않으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행복하게 살면 됩니다. 나쁜 거 많이 먹고, 운동은 하나도 하지 않는데도 체중이 정상 범위라면 안심해선 안 됩니다. 체중은 건강의 성적표가 아닙니다. 바르게 잘 먹고 잘 살고 있는가, 이것이 더 중요한 포인트랍니다.
 다이어트의 목표를 꼭 생각하십시오. 다이어트는 건강을 위해서 해야 합니다. 이미 표준인 몸인데, 마르기 위해서 하는 다이어트는 오히려 건강을 망칠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의 목표를 몸매에 두기보다는 건강에! 건강은 중요한 행복의 조건 중 하나이니까요.
 달고 맛있는 것을 참아보는 것, 게으름을 떨치고 일어나는 것, 야식을 참는 것, 이것은 매순간 선택의 문제입니다. 선택의 결과를 한 번 더 생각해 본 
뒤에 선택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를 자신이 감당하는 겁니다.
 자, 여러분은 정말 비만인가요? 그렇다면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위해서 살을 뺄 결심을 해도 됩니다


시대와 문화에 따라 외모에 대한 기준은 바뀌지만 건강의 기준은 바뀌지 않습니다. 나침반을 어디에 놓건 간에 항상 바늘이 지구의 극점을 가리키듯 건강의 기준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여성들이 원하는 미의 기준이 건강의 기준과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대한민국 여성이 가장 희망하는 몸무게는 48㎏이라고 합니다. 키를 불문하고 체중계에 50이라는 숫자가 찍히는 것을 부끄러워합니다. 49㎏은 왠지 턱걸이에 걸린 것 같아서 기분 나쁘고, 48㎏이어야 안정감을 느낀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는 적정 체중이 있습니다. 키가 160㎝가 넘으면 몸무게도 50㎏이 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겁니다. 그런데 자기의 키가 얼마인지는 생각지도 않고 그저 저울 눈금이 얼마를 가리키는가에 따라 자신의 비만 정도를 평가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처사입니다. 


 비만이란 무엇입니까? 저울 눈금이 한 바퀴 돌아가면 비만인가요? 농구선수 서장훈은 자그마치 115㎏일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비만이 아니지요. 그의 키는 2m가 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뚱뚱함의 척도로 삼는 것은 체중계가 가리키는 눈금입니다. 그러나 이건 몸의 상태를 알려주는 부분적인 척도일 뿐입니다. 비만이란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체중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밥 먹기 전과 후가 다르며, 화장실에 가기 전과 후가 다르죠. 그러므로 체중이 늘었다고 살이 찐 것이 아니며 체중이 줄었다고 살이 빠진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이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의학적으로 적당한 몸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합니다.

 의학적으로 비만이란 몸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성분은 수분, 단백질, 무기질, 그리고 지방으로 사람의 몸은 이 네 가지 요소가 균형 있게 구성되어 있을 때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지방은 대부분 중성지방의 형태로 존재하면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땔감이나 호르몬을 만들어 내는 원료로 사용되고, 체온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지방이 너무 많아지면 문제가 됩니다. 몸에 지방질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이것이 혈액 속으로 스며들어가 고지혈증을 유발하고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 중풍, 심장병과 같은 각종 성인병의 위험인자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의학에서 비만을 문제 삼을 때는 몸에 지방이 얼마나 많이 쌓여 있는가에 주목합니다.

 어느 날 같은 학과 여학생 두 명이 살 좀 빼달라며 저를 찾아왔습니다. 겉보기에는 순미(가명)가 영경이(가명)보다 더 뚱뚱해 보였죠. 둘은 체성분분석검사를 받았고,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체중이 공개되었습니다. 그런데 뚱뚱해 보이던 순미가 오히려 영경이보다 체중이 덜 나갔습니다. 영경이는 순미가 자신보다 체중이 적게 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시무룩해졌고, 순미는 영경이가 자신보다 체중이 더 나간다며 좋아했습니다. 즉 영경이는 보기보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였고, 순미는 보기보다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경우였죠.
 그러나 정작 좋아해야 할 사람은 영경이입니다. 영경이는 지방보다는 근육이 많고 뼈가 튼튼해서 몸이 탱탱한 경우였으니까요. 반대로 순미는 근육보다는 지방이 많아서 몸이 부풀어 보이는 경우였습니다. 지방은 무게가 별로 나가지 않지만 부피를 많이 차지합니다. 삼겹살의 비계와 살코기(근육)를 같은 크기로 잘라 각각 물 위에 담갔을 때 하얀 비곗살이 물에 동동 뜨고, 살코기는 물에 가라앉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어차피 사람들 눈에 저울이 달려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보기에 어떤가만 평가될 뿐입니다. 그렇기에 영경이는 자신의 체중을 속여서 낮게 말해도 남들이 믿어주지만, 순미는 체중을 사실대로 말해도 사람들은 에이, 그럴 리가 없어.라며 믿어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비만의 판단 기준은 몸에 지방이 얼마나 많이 쌓여 있느냐입니다. 몸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을 체지방률이라고 하는데요. 남자는 체지방률이 15~18% 정도, 여자는 20~25% 정도가 보통입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남자는 25% 이상, 여자는 30% 이상일 경우를 비만으로 판정합니다. 그런데 체지방률은 눈대중만으로는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체성분분석기가 있는 의료기관에서 측정을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죠. 그렇지만 집에서도 자와 저울을 이용하여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잰 후 대략 비만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그 방법으로는 신체질량지수와 표준체중에 따른 비만도 측정이 있습니다.


체질량지수란 무엇인가


체질량지수(BMI:Body Mass Index)는 체중과 신장만으로 측정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신장이 160㎝이고 체중이 70㎏인 사람의 신체질량지수는, 70÷(1.6)2=27.3이 됩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이 수치가 25~29.9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서구 사람들의 기준입니다. 아시아인과 서구인은 외모가 다른 것처럼 몸의 모양도 다릅니다.

 비만도는 보기에 어떠하냐는 시각적인 관점에서 판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학에서 비만을 다루는 이유는 그것이 각종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범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시아 사람들은 서구 사람들보다 BMI가 더 낮지만 성인병은 더 많
이 발생한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즉 아시아인들에게는 BMI의 기준이 하향 조정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아시아인들은 BMI25를 넘어설 때에도 비만이라고 판정합니다.


■ BMI의 오류


 그러나 BMI는 어디까지나 참고치일 뿐입니다. BMI를 구할 때 사용되는 수치는 키와 체중밖에 없습니다. 근육의 양, 지방의 양, 뼈의 무게, 신체의 구조 등에 관한 것은 전혀 반영되지 않습니다. BMI 수치로 사람을 평가하면 키가 큰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뚱뚱한 수치가 나오고, 키가 작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날씬한 수치가 나온답니다.
 역도 선수, 씨름 선수 같은 사람들은 BMI 수치가 25 이상 나올지라도 비만에 해당되지 않고, 건강에도 별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냐면 지방보다는 근육이 더 발달했고, 운동으로 인해 골밀도가 높아져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부피의 사람보다 무게가 더 나간다는 것은 그만큼 단단하고 건강하다는 뜻이지요.
 근육이 크고, 뼈가 굵고 치밀한 사람들은 체중이 더 나갑니다. 그러므로 신진대사도 왕성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훨씬 크지요. 반면 근육이 적고, 뼈가 가느다란 사람들은 신진대사가 저하되어 있고, 신경이 예민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합니다. 설령 표준체중 범위에 있더라도 몸의 모양새가이러면 전자에 비해 건강에 훨씬 더 취약한 것이랍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몸매와 건강을 생각할 때 오직 체중만 생각하지 마시고, 근육이 얼마나 균형 있게 발달하였는지, 뱃살이 너무 나오지는 않았는지, 뼈는 튼튼한지 등을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표준체중이란 무엇인가


 신장과 체중으로 비만의 정도를 평가해 보는 또 한 가지 간단한 방법으로 브로카 공식이 있는데 이것을 아시아인에 맞게 조금 변형했습니다.

 이 공식에 의하면 신장이 160㎝일 경우, 160에서 100을 뺀 60에다 0.9를 곱54㎏이 표준체중입니다. 그런데 이 방법을 사용하면 키가 작은 사람은 표준체중이 낮게 나오고, 키가 큰 사람은 표준체중이 높게 나오게 되죠. 그러므로 여기서 나오는 표준 체중이 만고불변의 절대적인 표준체중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참고하자는 말입니다.


 다만 자신의 실제 체중이 표준체중을 얼마나 초과하고 있는지의 비율을 구하면 비만도를 알 수 있습니다.
 즉 현재 자신의 체중과 표준체중과의 차이를 표준체중으로 나누어 100을 곱하면 몇 %가 초과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 비만도 계산하기

 일반적으로 표준체중에서 10% 내외를 정상범위라고 보며, 10% 이상일 때를 과체중이라 하고, 20%를 초과할 때 비만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키160㎝인 경우 표준체중이 54㎏인데 만약 체중이 70㎏이라면 비만도는 29.6%가 됩니다. 이 정도면 비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봄이 되면 비만클리닉을 찾아오는 여성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바캉스를 대비해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그분들은 여름에 당당하게 민소매와 미니스커트, 비키니를 입고 싶어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무엇이든 당당하게 입어도 될 몸을 갖은 분들도 살 때문에 몸
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기 부끄럽다고 합니다.
 「밀로의 비너스를 아시나요?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를 조각했던 조각가는 최대한 아름답게 비너스를 표현하고자 애쓰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현대인의 눈으로 바라본 비너스는 어떻습니까? 비너스는 기원전 2세기경,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200여 년 
전 미의 기준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비너스의 몸매를 가졌으면서도 수영복 입기가 부끄러워서 신음하고 있다면 이 비너스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의 문제가 아니라 말라깽이를 예쁘게 보는 지금 이 시대가 문제라고 외치세요.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의 비너스역시 풍만한 몸매의 여성입니다. 조선시대 미인도에 나오는 미인도 깡마른체형이 아닙니다. 이 그림들은 평범한 여성의 몸매와 이상적인 여성의 몸매에 대한 편차가 크지 않았던 시절에 그려진 그림들입니다. 그 시대에는 그 그림들을 보며 자괴감에 빠진 여성들이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2000년 이상 불변하던 여성미의 기준이 4, 50년 만에 이렇게 확 바뀐 것은 대중매체의 영향이 큽니다.
 여성의 체형 변천과 관련해서 영국의 의학 잡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에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실렸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의과대학원의 마틴 보라섹 교수와 캐나다 요크 대학의 마리앤 피셔 교수는 <플레이보이Playboy>를 지난 1953년 창간호부터 200112월호까지 577이나 탐독하며 모델들의 체형 변천사를 연구했습니다. 연구 대상은 바스트, 웨스트, 힙의 사이즈였습니다. 연구 결과, 50년대에는 마릴린 먼로 스타일이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가슴은 크고, 허리는 잘록하고, 엉덩이 골반 부위가 옆으로 돌출된 모래시계 스타일 말입니다. 그런데 90년대가 되면서 폭 안기고 싶은 풍만한 육체를 가진 여성은 <플레이보이>에서 사라지게 됐습
니다. 그리고 건드리면 쓰러질 것 같은 여성들이 지면을 장식하기 시작했죠. 지난 반세기 동안 여성들의 체형이 진화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대중매
체가 리드하는 대로 미의 기준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여대생 10명 중 7~8명은 자신이 뚱뚱해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평범하고 현실적인 몸매를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조작을 가한 기이한 몸매를 꿈꾸고 있습니다.
 일본의 여성 속옷 전문 업체에서 세계 12개 대도시의 20~40대 여성 1,720명을 대상으로 체형을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서울 여성들은 평균 키가 162.5㎝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반면 가슴과 엉덩이 둘레에 비해 허리둘레가 가는 X자형 몸매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죠. 그렇다면 과연 한민족의 유전자 때문에 X자형 체형이 많은 것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이 결과의 이면에는 다이어트로 고생하는 한국 여성들의 신음소리가 숨어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은 아시아의 그 어떤 여성들보다 다이어트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기형적인 사회가 요구하는 기형적인 기준에 맞춰 애꿎은 몸을학대하며 살과 전쟁 중인 것입니다.

 혹시 이런 얘기 들어본 적 있습니까? 예쁜 여자가 공부도 잘 하면 금상첨화, 못생긴 여자가 공부 잘 하면 독한 여자,과거는 용서할 수 있어도 못생긴 건 용서할 수 없다.
 참 속상한 얘기죠. 현대 여성들은 과거에 비해서 사회에 진출해 자신의 능
력을 펼치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반면 또 다른 장벽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외모 장벽입니다. 여성은 자신에게 내재된 능력과 가치를 평가받기 전에 우선 외모에 대한 평가를 먼저 받습니다.

 이미 세상은 외모지상주의를 뜻하는 루키즘(Lookism)에 물들어 있습니다.요즘은 딸이 예쁘지 않으면 엄마가 딸의 손을 잡고 성형외과를 찾는답니다.그게 딸의 장래를 위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라나요.

 인종, 빈부, 권력, 성별, 학력, 나이 같은 것이 사회적인 불평등을 초래하는 요즘, 외모도 불평등을 초래하는 강력한 요인으로 부상했습니다. 한 광고기획사에서 13~43세의 우리나라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외모와 사회적 성공과의 관계에 대해 조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 중 68%는외모가 인생의 성공과 실패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대답했습니다. 78%는외모를 가꾸는 것은 멋이 아니라 삶의 필수 요소라고 대답했죠. 73%는 자신이 평균보다 더 뚱뚱하다고 대답했습니다. 72%는 얼굴이 예쁜 여자보다 몸매가 좋은 여자가 더 부럽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여성의 10명 중 7명 이상은 자신이 뚱뚱하기 때문에 인생에서 실패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루키즘이 만연하는 데 있어서 일등공신은 단연 대중매체입니다. 대중매체가 세계를 하나의 단위로 촌락화하면서 동시에 세계의 문화를 동질화시켰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소위 잘 나가고, 지적이고, 전문직을 가진 여성들은 모두 예쁘고 날씬하죠. 반면, 못생기거나 뚱뚱한 사람은 주인공의 친구나 조연에 그치며 그나마도 한심하거나 우스꽝스러운 역할만 합니다.

 그러한 설정은 분명 허구이건만 현실 세계에 강력한 영향을 끼칩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면서 외모에 따른 편견을 갖게 됩니다.
 여성들은 드라마 속 늘씬한 미인을 부러워하면서 동시에 못생기고 뚱뚱한편에 속하는 자신에 대해 원망하고 불평합니다. 심지어는 죄책감까지 느끼
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세상은 여성들에게 예쁘고 날씬한 외모를 요구하고 있고, 여성들 스스로도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외모는 필수 조건이라고생각합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여학생의 경우를 보면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학점도 우수하지만 막상 직장을 구하려고 할 때는 학점은 낮지만 날씬한 여학생들 앞에서 열등감을 느낍니다.
 요즘은 기왕이면 다홍치마가 아니라 우선 다홍치마입니다. 생활을 위해서 기본적인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듯 기본적인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외모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예쁜 여성들이 사회·경제적으로 더 많은 것을 누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외모는 하나의 권력이 되어버렸죠.
 진료실에 찾아오는 분들 중에는 정말 건강이 걱정될 만큼 비만해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살을 빼지 않아도 될 만큼 훌륭한 몸을 가진 여성들도 살 빼겠다고 찾아오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그들은 비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결국 스스로를 비만이라 생각하며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비만클리닉을 찾아오곤 합니다.
 그들을 설득시키려고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에서 나옵니다. 사람의 마음을 끄는 진정한 매력은 쌍꺼풀 있는 큰 눈이나 오똑한 코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는 예쁜 표정과 인상에서 느껴지는 것입니다.라고 얘기합니다. 각종 의학적인 데이터도 들이대면서 이미 훌륭한 몸매니까 만족하며 살라고 하죠. 하지만 이런
말들은 그들에게 공허하게 들릴 뿐입니다. 날씬한 여성이 돼야 떳떳하게 살수 있다는 의식이 사회 안에 사라지지 않는 이상은 어쩔 수 없죠.


저는 올해로 벌써 서른입니다. 그런데 이 몸매로 어떻게 시집을 가죠?

주변에서 남자를 소개시켜 준다고 해도 제가 자신이 없어요. 이런 제가 남자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 상상이 가시죠?

저를 좋아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벌써 머릿속에 꽉 차 있다구요. 물론 저도 사람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외모가
전부는 아니라고 몇 번이고 생각을 다짐하죠. 그렇지만 다른 거 뭐 내세울 게 있어야 말이죠.

요즘은 주부들도 미시족이라고 해, 아가씨들처럼 반바지에 민소매만 입고 애기 안고 다니는데,

저는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 아줌마 몸이라구요.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면 정말 신경질 나요.

얼굴은 왜 그렇게 보름달처럼 잘 붓는지. 그런 모습을 보면 어디에도 나가고 싶지 않아요.

회사에 가면 복도에서 커피 마시는 남자들을 지나치는 게 제일 싫어요.

제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요. 에휴, 그들이 절 보기나 하겠어요?

지만 뒷모습을 보고 실실 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 30세, 증권회사 근무)



덩치 크다는 소리, 정말 지긋지긋해요. 왜 키는 조그맣고 통통한 애들 있잖아요,

그런 애들은 귀엽기라도 하죠. 저는 왜 키까지 커가지고…….

전 버스 뒷좌석으로는 절대 안 가요. 자리가 나면 ‘앉아도 되려나?’ 되려 눈치 보여요.

지하철 타면 앞자리가 비어 있어도 좁아 보이면 아예 다른 칸으로 가버려요.

끼어 앉으면 정말 창피하니까요.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삐’ 소리 나면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아세요?

애들이 킥킥 웃으면서 “야, 너 내려.” 하면 저도 웃으면서 “뭐야” 하고 태연하게 반응하지만

속으로 얼마나 열이 나는지 아세요? 살찐 게 뭐 죄도 아닌데 부끄럽기까지 해요.

왜 이렇게 늘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죠?

선생님, 제 덩치만한 여자애들이 표정 밝은 거 보셨어요? 다 주눅 들어서 살아간다고요.

저도 그런 말은할 수 있습니다. 덩치 큰 거 가지고 주눅 들 필요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래요. 남들이 저를 미련하고 게으르다고 여긴다는 생각……. 이런 생각들이 저를 주눅 들게 만들어요.

가끔씩 제가 날렵하게 행동하면, 사람들이 그래요. “오, 날렵하네?” 그게 무슨 말인지 아세요?

그동안 저를 둔한 여자로 알아왔다는 뜻이라고요.


(김○○, 21세, 대학생)



비만클리닉을 찾은 여성들은 대부분 이처럼 자신을 비하하고 책망합니다. 살 때문에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자기주장도 하지 못하죠. 상사에게 뭔가 제안할 때, 자기 생각이 분명히 나은 점이 있는데도 자기보다 좀 예쁘고 날씬한 사람이 다른 주장을 펼치면 말없이 수긍하기도 하죠. 아니면 상사가 예쁘고 날씬한 직원의 주장을 더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서 거절당하고 밀리다 보면 마음속에 상처가 하나둘 늘어납니다. 남들처럼 책도 읽고 재미있는 취미 생활도 하고 싶지만 온통 다이어트에 집중하느라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됩니다. 늘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어떻게 해야 하나, 뭘 먹어야 하나, 뭘 먹지 말아야 하나, 온통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다이어트에 쏟아 부은 돈도 어마어마합니다. 소중한 젊은 날을 다이어트로 물들이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럽고 유치하죠. 하지만 살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자신도 미칠 지경입니다.


 저도 살이 찌고 배가 나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머리에는 문제의식이 털끝만큼도 없었고, 몸에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던 시절, 그 시절은 바로 제가 대학병원 최전방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최고연차 레지던트이던 한 해를 마감할 즈음에 그동안 교육했던 인턴들을 모아놓고 만남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한 인턴에게 물었습니다.


자네, 나에 대해서 기억나는 것이 뭔가?
그는 전혀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피자가 기억납니다.
그 시절, 저는 고생하는 인턴들을 위로해 준답시고 일주일에 두세 번씩 피
자를 시켜주었습니다. 물론 제가 먹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어디 그뿐이었을까요. 당직을 서게 되면 밤마다 나오는 야식, 그것은 절대거르지 않았습니다. 공짜였거든요.

 회식할 때 고깃집에 간다고 하면 가슴이 두근거렸고, 삼겹살, 꽃등심 앞에서 제 얼굴은 화색이 돌았었지요. 입맛이 없으면 부대찌개에 라면을 넣어 먹는 것으로 입맛을 되찾았고, 식사를 마치고 나면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빙수에 우유를 부어 먹으면 세상이 온통 내 것 같았습니다. 물론운동은 전혀 안 했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운동은 무슨 운동!
 그렇게 살다 보니 키 175cm에 체중은 75kg을 웃돌았고, 배는 올챙이배처럼 볼록해졌으며, 바지는 28인치에서 35인치로 늘어났습니다. 건강 전문가
라는 입장에서 돌이켜 보면 체면이 말이 아니었죠. 그 당시 저의 의학 지식은 그저 머리에만 머물러 있을 뿐, 진정으로 가슴에 와 닿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2001년 한의원을 개원할 즈음, 저는 생명보험을 들었습니다. 돈이남아서 든 것이 아니라 빚 때문에 보험을 들었습니다. 개원 자금으로 필요했던 목돈을 은행에서 대출한 상태였기에 혹시라도 사고가 나서 죽기라도하면 큰일이잖아요. 그 빚이 남은 가족들에게 돌아갈 생각을 하니 섬뜩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죽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었습니다. 급성죽음과 만성죽음이 그것이죠. 급성죽음은 교통사고 같은 것으로 갑자기 죽는 것이고, 만성죽음은 질병 따위로 인해 서서히 죽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의 식생활, 생활 습관, 그리고 그로 인한 비만은 나를 서서히 죽일 수 있는 만성적인 살인 습관이었습니다. 복부비만은 동맥경화,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중풍 등 각종 성인병의 모판 아니던가요.

 내가 진정으로 내 인생과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가족에게 보험금을남길 생각을 하기보다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곁에 있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이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 평범한 진리가 제 삶을변화시켰습니다.

 진정한 보험은 바른 생활 습관을 갖고 운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포츠센터에 돈을 내는 것이 보험회사에 돈을 내는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다시 허리 사이즈 32인치 이하, 체중은 68kg 정도를 회복했고 지금까지 이 체중을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제 인생에서 다시는 체중70kg을 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누가 살을 뺐다고 하면 그가 어떻게 살을 뺐으며,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해 할 것입니다. 살을 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대개 방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잡지와 인터넷을 뒤지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살을 잘 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안테나를 세웁니다.
 그러다가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방법으로 건강을 해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독버섯이 유난히 색깔이 예쁘고 화려한 것처럼 다이어트계에서도 나쁜 살 빼기 방법은 유난히 유혹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독버섯을 맛보
고 쓰라린 상처로 신음하는 분들을 저는 너무나도 많이 만났습니다.

 일시적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했어도 결국 사람이 변하지 않았다면 다시 살
이 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래서 비만을 치료하는 것이 암을 치료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살을 뺐다가 다시 찌는 것은 차라리 빼지 않았던 것만 못합니다. 돈과 시간을 낭비할 뿐 아니라 건강도 잃고마음까지 다칩니다.

 이 책은 살 빼는 데 필요한 자잘한 테크닉이나 비법을 소개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살을 빼고자 하는 분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살을 빼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가입니다. 살을 빼는 것보다 살찌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중요합니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몸(body)이 아니라 의식 또는 생각(mind)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 인생에 대한 생각, 음식에대한 생각, 그리고 운동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사람이 변해야 비만에서 진짜 탈출할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는 기본기와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그동안 이 방법, 저 방법 다 해 보며 살을 뺐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다이어트 실패자들을 다시 일으키고, 그들에게 제대로 된 길을 제시하고 싶어이 글을 썼습니다.

 제게 생각의 힘을 키워 주신 부모님, 글 쓰는 자리에 늘 곁에 있어주며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사랑하는 아내 정은정 박사, 글 쓰느라 제대로 놀아 주지도 못했던 기쁨, 두배에게도 감사와 미안을 함께 전합니다.


20146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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