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 때문에 살쪘다.’는 얘기를 참 많이 듣지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변비 때문에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변비도 생기고 살도 찌는 것입니다. 물론 변비 때문에 체중이 늘 수는 있지요. 그러나 체중이 늘었다는 것과 살이 쪘다는 말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닙니다. 물을 세 잔만 마셔도 체중이 500g 늘어납니다.
그러나 소변과 대변을 통해 500g을 다시 줄일 수 있습니다. 같은 몸이라도 저울 눈금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뀔 수 있습니다. 대변은 살이 되지는 않습니다. 대변이란 음식물이 이미 다 흡수되고 난 찌꺼기로 그것의 운명은 오로지 배설뿐입니다.
그녀가 변비에 걸린 이유
예전에 미국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선생님, 저 좀 살려주세요.”
“무슨 일이십니까?”
“저는 변비약을 하루에 200알씩 먹어요!”
변비 때문에 고생하는 여성들을 많이 봤지만 꽤 심각한 경우였습니다. 절망적인 목소리로 하소연하는 그녀의 상담 요청에 저는 쉽게 수화기를 내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정연(가명)에게 변비가 찾아온 것은 3년 전 유학차 미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였습니다. 그녀에게 찾아든 갖가지 변화 중에는 식탁의 변화도 있었습니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한식으로 식사를 챙기기란 불가능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아침은 토스트와 우유, 점심은 핫도그와 콜라, 저녁은 비스킷 몇 개로 끼니를 때우게 되었죠. 설상가상으로 영어에 대한 두려움, 향수병, 외로움들이 그녀를 찾아와 식욕마저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십시오.
대변이란 입으로 들어간 음식물이 소화되고 남는 찌꺼기가 물과 함께 반죽되어 나오는 것입니다. 이 찌꺼기의 대부분은 섬유질인데,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어야 대변으로 나오는 것도 많아집니다.
하지만 그녀가 미국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느라 먹었던 음식은 섬유질이 거의 없는 음식이었습니다. 그것도 불규칙하게 먹었으니 변비가 생기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녀에게 생긴 문제는 비단 변비만이 아니었습니다. 몸이 자꾸 붓고 피로하고 군살이 붙었습니다. 그녀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이라는 척박한 땅에서 그나마 자존심과 자신감을 지탱해 주던 최후의 보루가 바로 늘씬한 몸매였는데 그것마저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한 까닭입니다. 그녀는 이 모든 원인이 변비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변이 몸 밖으로 나가지 않으니까 살이 찐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러나 이 잘못된 판단은 그녀를 몇 번씩이나 죽음의 고비로 몰고 가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그녀가 살찐 원인은 결코 변비가 아니었습니다. 원인은 잘못된 식생활에 있었죠.
그녀가 주로 먹던 음식인 빵, 버터, 잼, 콜라, 비스킷 속에는 고칼로리의 당질과 지방질이 들어 있었습니다. 같은 양의 당질과 지방질을 먹더라도 섬유질과 함께 섭취하면 그 흡수 속도가 훨씬 느려지기 때문에 쉽게 살이 찌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식탁에 야채는 거의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섬유질의 견제 없이 들어온 당질과 지방질은 그녀의 몸속으로 재빠르게 흡수되어 살을 불리고 있던 것입니다.
그녀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영양을 평가해 보면 당질과 지방질 같은 대량 영양소는 넘쳐났습니다. 반면, 비타민, 무기질 같은 미량 영양소는 턱없이 부족했지요. 섬유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변비와 부종이 생기고, 피로를 느끼고, 살이 찌는 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원인은 생각지 않고 변비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약을 먹으면 대변이 시원하게 나와서 배가 가벼워지고 몸도 가벼워지는 것 같았으니까요. 변비약을 맹신하게 된 것이죠. 한 알만 먹어도 대변이 나오던 것이 나중에는 10알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점차 양을 늘려가다가 급기야 200알까지 먹게 된 것입니다.
변비약은 대부분 대장이 꿈틀거리면서 대변을 밀어낼 수 있도록 채찍질을 해 주는 자극성하제에 속합니다. 그런 심한 채찍질이 계속되
다 보면 결국 대장이 마비됩니다. 완전히 마비되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 대장을 잘라내고 대변 주머니를 옆구리에 차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자극성하제를 오랫동안 과도하게 복용하면 체내의 전해질 균형이 깨져서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녀도 변비약을 과다복용 하다가 쓰러져서 중환자실에 입원해 죽을 고비를 넘긴 일이 세 차례나 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된 것은 그녀의 무지와 오해 때문이었습니다. 변비 때문에 살이 찌고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변비약을 수백 알씩 집어 들게 만든 겁니다.
이렇게 살을 빼기 위해서 변비약이나 이뇨제를 복용하는 여성들을 종종 봅니다. 일시적으로 대변이 나오고 붓기도 빠지다 보니까 자꾸 약에 손을 대지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증세는 점점 악화될 뿐입니다. 이렇듯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을 고수하는 일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꼴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때 치료해야 할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변비는 병이 아니라 증상이기 때문에 ‘변비냐 아니냐’를 진단하기 애매하고, 사람마다 변비의 기준이 다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변비란, 배변 간격이 정상일 때보다 길어질 때, 배변 횟수가 잦지만 잔변감이 느껴질 때, 변이 딱딱해서 배변 시 통증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럴 때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무서운 변비약
대변을 보면 체중이 줄까요? 물론 그만큼 줄기는 하지만 그것은 수분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대변을 보고 체중이 200g이라도 줄면 마음이 편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빠져나올 변인데 몸에도 좋지 않은 변비약을 써가면서 빨리 빼낼 필요는 없습니다. 좀 오래 머물러 있다고 똥이 살로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더군다나 변비약은 무시무시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극성하제 변비약은 처음엔 한 알만 먹으면 바로 자극을 받아 금방 장이 움직여서 대변을 잘 밀어냅니다. 그러나 반복할수록 점점 자극에 둔감해져서 나중엔 더 많은 약이 필요하게 됩니다. 급기야 대장이 뻗어버리기까지 하지요.
자극성하제 약은 대장으로 물이 쏟아져 나오게 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탈수 증상이 나타나고, 나트륨(Na), 칼륨(K), 염소(Cl) 같은 전해질이 빠져나와 심각한 전해질 불균형 상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포타슘(K, 칼륨) 이온이 자꾸 빠져나오면 근육의 힘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결국 대장의 힘이 더욱 떨어지고, 온몸에 기운이 빠집니다.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은 심장인데, 심장의 근육이 극도로 무력해지면 결국 심장이 멈추게 됩니다. 해마다 과도한 다이어트와 변비약 복용으로 죽는 사람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한 자극성하제 약 때문에 갑작스럽게 수분이 빠져나오면 우리 몸의 수분조절 기능은 혼란을 겪게 됩니다. 그런일을 자주 겪을수록 우리 몸은 대비책을 마련합니다. 물이 잘 빠져나가지 못 하도록 시스템을 바꾸지요. 그래서 결국 몸이 자꾸 붓게 되는 겁니다. 이것이 변비약을 자주 먹는 사람들에게 부종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자, 이제 여러분에게 변비가 왜 찾아왔는지 그 원인을 차근차근 분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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