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다짜고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저는 항상 이 질문으로 대꾸합니다.
 “당신은 왜 살이 쪘다고 생각하세요?
 사실 살 빼는 방법이 뭐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살이 찐 원인을 잡아서 없애면 되죠. 만약 종일 방에서 뒹굴며 지내는 사람이라면 벌떡 일어나 동네 한 바퀴 뛰는 게 살 빼는 비결입니다.
 그런 사람이 자기 생활 습관은 생각도 하지 않고 식사 후 내내 텔레비전을 보면서 살 빼는 한약을 먹는 건 그야말로 넌센스죠.
 살 빼기의 시작은 자신이 살찐 원인을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습니다. 살찐 원인을 알면 대책도 나옵니다. 살이 
찌는 원인을 단 한마디로 요약하면, 섭취하는 에너지가 소비되는 에너지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필요로 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이 섭취했든, 섭취한 에너지를 미처 다 소비하지 못했든 간에 말입니다.

 섭취하는 에너지가 많다는 건 두 가지 면에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첫째, 먹는 양이 많은 경우. 둘째, 많이 먹지는 않아도 살찌기 쉬운 음식만 좋아하는 경우입니다.
 살찌는 원인 중 으뜸은 많이 먹는 것입니다. 비만인 중에는 자신이 많이 먹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도 있고, 그저 평균적인 식사량을 먹는다며 결백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먹는 것을 물만 빼고 다 적어오라고 수첩을 하나 내줘요. 살 빼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고안한 수첩이죠. 이 수첩에 적어온 내용을 보면 진짜 많이 먹는지 안 먹는 지 결국 드러납니다.
 수첩에 적어온 내용을 보면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습니다. 라면을 먹은 뒤에 밥 말아 먹는 것으로 마무리하지 않으면 섭섭한 사람, 뷔페에 가면 서너 접시는 기본인 사람, 배가 부르지 않으면 덜 먹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집에 뭐 먹을 거 없나 호시탐탐 냉장고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 밤마다 야식을 먹어야 잠이 오는 사람, 돼지고기는 삼겹살이 최고이며 닭은 껍질이 제일 맛있다는 사람……. 이 중에 속한다면 많이 먹어서 비만인 경우입니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들 가운데 슬슬 살이 찌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죠. 결
혼 후 마음이 편해서 그런 것이라고 하지만 곰곰이 따져 보면 먹는 양이 많아져서 그런 겁니다. 데이트할 때는 밤에 주로 돌아다니거나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결혼하면 밤에 우리 뭐 시켜 먹을까? 우리 뭐 사다 먹을까?가 주된 대화입니다. 밤에 먹으면 그대로 살로 갑니다. 음식 역시 치킨, 피자,빵, 과자, 아이스크림, 술 등 살찌기 쉬운 것들이죠. 전업 주부인 경우, 남편은 직장 보내고 애들도 학교 보낸 뒤에 텔레비전으로 무료함을 달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냥 보지 않고 뭔가 줄기차게 먹으면서 말입니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때도 용량보다 많이 들어가면 흘러넘칩니다. 그러나 사람의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용량을 초과해도 일단은 계속 들어갑니다.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딱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남는 것은 몸이 알아서 배출하면 좋을텐데 안타깝게도 사람의 몸은 그렇지 않죠. 남으면 몸 밖으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쌓아둡니다. 중증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 한 남는 것은 그대로 저장되는 것입니다. 저장 창고는 다름 아닌 지방조직. 창고가 차면 찰수록 지방은 혈액 중에도 많이 떠다니게 됩니다. 혈액 중에 필요 이상으로 떠다니는 지방은 때로 독이 되어 각종 질병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어느 날 살 좀 빼달라며 찾아왔던 50대 아주머니는 먹는 것도 없는데 살이 찐다며 하소연했습니다. 과연 먹는 것이 없을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여기서 먹는 것이 없다는 것은 밥만 안먹는다는 것을 말하죠. 역시나 그 아주머니는 밥 대신 과일만 먹었답니다.
 과일은 살이 찌지 않는다나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한 주부 대상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주부들에게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이 무엇이냐고 설문을 조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1위는 현미, 2위는 과일, 3위는 해조류였습니다. 현미와 해조류는 맞는 말이지만 과일은 아닙니다. 과일에 들어 있는 당은 대부분 포도당, 과당, 설탕 등의 단순당류입니다. 단순당은 몸 안에 쉽게 흡수되고 지방으로 전환되어 몸에 쌓이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과일이 살이 안 찐다는 말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말은 과일이 몸에 좋다는 말이 와전된 것입니다. 물론 과일은 설탕을 먹는 것보다는 살이 덜 찌죠. 그러나 과일은 살이 안 찐다는 환상 속에서 저녁을 굶고 많은 양의 과일로 배를 채우면 오히려 살을 찌운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또한 아침도 굶고, 점심은 조금 먹고, 저녁은 거의 먹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살찌기 쉬운 것들만 먹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남들이 꼬박 챙겨 먹는 세 끼 식사는 안 하면서 수시로 군것질을 하는 경우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가방을 열어보면 항상 초콜릿과 비스킷이 들어 있고 커피도 설탕과 크림을 잔뜩 넣어서 하루에 몇 잔씩 마십니다. 만약 다섯 잔을 마신다면 설탕 열 스푼을 먹는 셈이죠.

 변비가 생기면 살이 찔까봐 걱정돼서 하루에 요구르트를 몇 개씩 먹습니다. 그게 설탕, 과당 덩어리인 줄도 모르고 말이죠. 그리고 저녁은 살찐다며 조금 먹거나 굶은 뒤, 밤이 되면 입이 심심하다며 과일을 먹습니다. 과일 주스는 몸에 좋은 줄 알고 몇 잔씩 마십니다. 설탕물인 줄도 모르고요. 기껏 끼니를 챙겨 먹어도 밥보다는 빵, 패스트푸드, 서양식 메뉴를 즐겨 먹고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 합니다. 살찔까봐 저녁밥을 굶고, 기운 없다며 드러누워 텔레비전을 봅니다. 그냥 보면 심심하니까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과자에 연신 손이 갑니다. 그 과자 한 봉지의 칼로리가 밥 한 공기의 칼로리 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도 모르고요. 차라리 배부르게 밥 한 공기 먹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는 편이 다이어트에도 이롭고, 건강에도 이로울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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