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먹고 운동하면 살 빠진다.”
이 말은 누구나 뻔히 알고 있는 상식이죠. 뻔히 아는데 잘 안되는 게 다이어트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사람은 보기에 정말 많이 먹고 운동도 지지리도 안하는데 짝짝 말라 비틀어져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별로 먹지도 않고, 운동도 아침 저녁으로 매일 하는데도 살이 잘 안 빠지죠. 이런 사람이 마른 사람들을 보면 어떤가요? 얄밉지 않겠습니까?
살 빼기 위해서 소식하고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법칙이자, 너무나 중요한 기본기입니다. 그런데 기본기 만으로 안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똑같은 약,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떤 사람에겐 효과적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 효과가 없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다이어트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소식과 운동이라는 기본기와 더불어서, 자신의 몸속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비만에도 유형이 있습니다.
날씬한 사람들을 말랐다고 표현하죠. 말랐다는 것을 한자로 표현할 때는 건조하다는 뜻의 조(燥)자를 씁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뚱뚱한 것은 습(濕)하다고 표현할 수 있지요.
몸은 왜 습해질까요? 몸에 대해서 잘 모를 때에는 자연을 보면 됩니다. 사람이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이 언제 습해지는가를 알면 내 몸도 왜 습해지는지 알게 됩니다. 일종의 비유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집구석이든, 방구석이든, 어디건 간에 어떤 경우에 습해지던가요?
첫째는 햇볕이 없을 때, 둘째는 바람이 잘 안 통할 때입니다. 그리고 셋째로, 햇볕과 바람이 있어도 뚜껑이 꽉 닫혀 있으면 마치 사우나 찜질방에서 푹푹 찌는 것처럼 습해집니다.
햇볕과 바람이 없어서 습해지는 것은 몸이 좀 허해서 생기는 습, 푹푹 찌는 습기는 몸이 좀 실해서 생기는 습입니다.
조(燥)자는 불 화(火)변이 있는 한자이고, 습(濕)자는 물 수(水)변이 있는 글입니다. 물과 불을 떠올리면서 비만의 유형을 생각해 봅시다.
햇볕이 부족하다는 말을 우리 몸에 적용해 생각해 보면 양이 부족한 것이됩니다. 태양의 양(陽)자를 쓰지요.
바람이 부족한 것은 기(氣)가 부족한 것이죠. 기가 부족하면 기가 잘 흐르지못하고 불통되는 현상이 생깁니다.
뚜껑이 닫혀 푹푹 찌는 것은, 몸이 습하되 열도 함께 있는 습열(濕熱)의 상황입니다. 이렇듯 비만은 양허형(陽虛型), 기허형(氣虛型), 그리고 습열형(濕熱型)으로 유형을 나눌 수 있답니다.
양허형 비만
주전자에 물을 끓일 때 물이 한가득 들어 있는데 화력이 좋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요? 주전자의 물이 그대로 남아있을 겁니다. 우리 몸에 들어오는 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되고 남은 피부를 통해 발산되어 밖으로 잘 나가야 하는데, 양기가 떨어지고 화력이 부족해지면 물이 그대로 남아있게 됩니다.
그래서 습해지죠.
몸에 물이 많이 남으면 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물이 땀으로는 안 나가고 그저 소변으로만 쌓입니다. 그래서 소변이 자주 마렵지요. 추운 계절에 화장실을 더 자주 가는 이유도 땀을 많이 흘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양허(陽虛)한 상태가 되면 몸이 추위를 더 잘 타게 됩니다. 양허가 극심해지면 어떤 분들은 봄, 가을에도 내복을 입습니다. 양기가 피부까지 도달되지 못해 피부가 푸석푸석 거칠어지고, 머리카락이 점점 가늘어져 힘이 없어지고, 손톱도 약해집니다. 기억력이 떨어져 건망증도 잘 생기지요. 그런 자신을 자꾸 한심하게 느끼기도 하고요.
기허형 비만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바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잖아요. 몸속의 기도 그러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몸속에서 바람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기운을‘기(氣)’라고 총칭합니다.
요즘 말로 하면 에너지, 신경, 호르몬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될 수 있는 개념입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꽃씨가 날리면서 신호가 전달되고, 교배가 되고, 이어서 꽃이 피고 열매가 생깁니다. 이처럼 우리 몸속에서도 기가 잘 전달돼야 기운이 나고, 온몸에 신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합니다. 그런데 밥솥에 전력이 220볼트 들어와야 하는데 110볼트밖에 안 들어오면밥이 안 되듯이, 우리 몸에서도 기가 부족하면 에너지가 모자라고, 정신적인 의욕도 떨어집니다. 말 그대로 기운이 없어서 밖에 나가기도 싫고, 만사가 귀찮아집니다.
비만한 사람들은 입맛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기허형 비만의 경우에는 입맛이 별로 없습니다. 입맛이 없으니까 제대로 된 밥상은 밀쳐내고, 면이나 빵 그리고 달콤하고 맛있는 것만 자꾸 찾게 되죠. 별로 안 먹는 거 같지만 실상을 보면 살찌기 쉬운 것만 골라 먹고 있는 것입니다.
이때는 그 사람의 의식이 문제가 아니라 몸속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그러면서 신진대사도 점점 떨어지게 됩니다. 기운이 없으면 팔다리를 움직이기 싫은 것처럼, 몸속에 있는 내장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위장이 별로 안 움직이고, 심장이 힘 있게 팍팍 펌프질을 해야 하건만 그냥 퐁퐁 뜁니다. 혈액 100㏄ 만들어 낼 것도 50㏄ 밖에 안 만들어 내고 그러지요.
즉, 몸속에 있는 공장이 잘 돌아가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먹는 것이 다 사용되지 못하고 몸 안에 그냥 쌓이지요. 쌓인 것은 뭘로 갑니까? 지방으로 가는 거예요. 이게 바로 기허형(氣虛型)비만입니다.
습열형 비만
이제 습열형(濕熱型)비만을 생각해 봅시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드름과 뾰루지가 잘 나고, 버럭버럭 화도 잘 내고, 같은 음식을 먹는데 유달리 땀을 뻘뻘 흘리고, 항상 얼굴이 상기되어 있는 그런 사람들은 속에 열이 많은 경우예요. 이런 사람들이 건강하려면 몸에 뚜껑이 잘 열려야 해요. 압력솥처럼 꾹 눌렀다가 화로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뚜껑을 열어두고 김이 새나가도록 해야 하는 거지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뭐라고 표현합니까? 기가 막힌다고 하죠. 습열형 비만의 사람들은 그 표현 그대로, 기가 나갈 구멍이 막히는 거랍니다.
소통이 안 되고 통로가 막혀버리니까 열이 발산되지 못하고, 압력솥 닫힌 것처럼 속 터지는 일이 생깁니다.
열이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 받고 열 받으면, 막 먹는 걸로 풀기 쉽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과식을 하는 거지요. 집에 돌아가면‘오늘 안 좋은 일이 있었다’라고 하면서‘여보 오늘 치킨 먹자’하죠.
습과 열이 많은 사람이 건강해지려면 배설을 잘 시켜야 합니다. 땀이 잘 나가고, 시원시원하게 변으로도 잘 내보내야 비만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다 막히는 상황이 되면 점점 살이 찌지요.
이렇듯 비만에는 실증형(實證型)과 허증형(虛證型)이 있습니다. 습열형은 몸이 실해서 생긴 비만입니다. 반면 양허형, 기허형 비만은 몸이 허해서 생긴 비만입니다. 양허와 기허가 함께 있는 경우도 많지요.
“뚱뚱한데 무슨 몸이 허약하다고 그래. 좀 적게 먹고 나가서 움직여!”이런 얘기 듣는 사람 중에는 진짜 몸이 허해서 그런 경우가 있다니까요. 허(虛)한 사람들이 이런 말 들으면 억울하고 분통이 터집니다. 살찐 것이 결코 식탐이 많거나 게을러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움직일 힘과 의욕이 없어서안 움직이게 되는 걸 어떡합니까. 일어나 움직이려는데 기운이 없으면 팔다리가 움직여지지 않고 그냥 구르게 되잖아요. 아기 낳고 나서 왜 자꾸 살이 찌게 됩니까? 나가서 운동할 힘이 없으니 그러지요. 활동 반경이 방으로 좁혀지니 점점 살이 찌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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