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백제 의자왕릉은 어디에 있을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누가 처음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역사서술의 관점에 대해 이보다 좋은 표현은 없지 싶다.
그리고 이 말은 역사여행 _ 백제행을 할 땐 내가 자주 언급하는 말이다.
인류의 역사가 있고 무수한 나라가 건국과 멸망을 거쳐왔다. 멸망하는 나라의 지배층은 기득권을 잃게 되고, 피지배층은 새로 들어선 지배층에 다시 충성해야 살 수 있으며, 새로운 지배층은 피지배층을 감싸 안아야 완전한 통합을 이룰 수 있었다. 피지배층의 충성을 돋우려 이전 지배층의 무능력과 탐욕을 돋보여야했다. 이전 집단의 마지막 대표자를 폭군 내지는 무능력한 왕으로 규정하고 새역사를 쓴다.
이전 지배층이 무능력했기에 망했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안무능했는데 침입세력의 힘 - 군사력에서 더 세다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충청남도 부여를 간다.
버스에서 시작한다.
삼국시대는 어느 어느 나라가 있었지요?
고구려 백제 신라.
고구려 하면 누가 떠올라요? 광개토대왕, 장수왕, 주몽 ...
신라는? 김유신, 문무왕, 김춘추, 박혁거세...
백제는? 의자왕, 계백, 근초고왕.
(이렇게 내 생각의 대본대로 가면 아주 좋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래요.
고구려는 광개토대왕, 신라는 김유신, 백제는 의자왕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고구려 신라는 가장 힘이 셀 때의 이미지라면 백제는 망할 때의 이미지.
삼국시대.
삼국간 전쟁은 영토확장을 위한 그래서 더 잘 살아보기 위한 일차적인 욕심의 연속이었다. 치고 받고 복수심에 수단방법 안가리고 보복하고, 다시 그 보복이 되풀이되는 상황.
현재의 시각으론 비판의 대상이지만, 신라는 당나라를 데려와 백제를 멸망시킨다.
전쟁이다.
신라군 5만에 대국 당나라군 13만. 백제를 향한다.
백제도 나름 군사는 있었겠지만, 마지막의 처연함은 계백 5천결사대에 있다.
고대전쟁인 1대 1의 개인병장기 싸움에서 파격적인 숫적 열세는 어떤 작전으로도 이기기 어려웠을 터.
당연 백제는 신라 당나라 연합군에 무릎을 꿇는다.
여름이었다. 기록상으론 7월이니 음력이었다 치더라도, 여름의 끝자락이라 더웠을 것이다.
백제 의자왕은 생포되어 항복의식을 치른다. 적 장군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그리고 백성 1만2천명과 함께 당나라로 끌려간다.
그리고 끌려간 당나라에서 그 해에 병사(病死)한다.
서기 660년이다.
그로부터 천3백년이 지나고 2천년을 맞이하며, 백제땅의 후손들이 의자왕의 무덤을 찾아 나선다.
‘낙양성 십리하 높고 낮은 저 무덤들’을 이리 저리 찾아보지만, 패배해 잡혀온 인근나라 왕의 무덤을 누가 기억하고 있으리오. 세월마저 천삼백년인데...
무덤을 찾을 길 없어 그 주위 흙한줌을 고이 싸 가지고 와 부여 고분 곁에 동그란 봉분과 그 앞에 ‘백제의자왕단비’라는 비석을 세운다.
의자왕의 영혼은 흙 한줌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왔을까?
아니면 시신이 묻힌 그 자리를 못벗어나고 아직 당나라땅 중국 어디쯤에 있을까?
아니, 중요한건 그의 영혼이 어디에 있는가 보다는 그의 모습을 제대로 그리는게 먼저일성 싶은데...
의자왕은 역사기록대로 폭군이었을까?
역사기록은 냉정하기만 하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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